김관식 (전주 자인산부인과 원장)
최근 인천의 한 대학병원에서 산부인과 영역에서 이뤄진 진보된 복강경 술기에 대한 세미나가 있었다. 참석한 세미나에서는 최소 침습적 복강경 수술의 침습범위를 더욱더 줄이려는 기술과 기구의 개발에 가속도가 붙어가고 있음을 새삼 느낄수 있었다.
과거 1980년대말 복강경 수술이 도입된 이래 복강경 수술은 많은 어려운 점들을 극복하고 이제 제왕절개 분만을 제외한 모든 부분의 수술에서 개복수술을 거의 대체해가고 있으며 필자 역시 거의 모든 수술을 복강경에 의존하고 있다. 복강경 수술이 특별해 보이던 초기에 술기의 효용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며 부정적이었던 시절도 있었으나 장점이 많은 이 수술은 결국 지속되고 발전되어 보편화되기에 이르렀다.
마음이 가는대로 하라는 말을 흔히 들을 수 있다. 그러나 생명을 다루어야 할 필자의 경우 증명되지 않은 방식의 길을 마음 가는대로 가는 것은 쉽게 허락되지 않는다. 그래서 의학은 경험의 학문이라고 말하곤 한다.
의학분야 뿐만 아니라 다른 분야에서도 어제 진리로 믿었던 것들 또는 진실에 대한 가설들의 반감기가 점차 짧아지고 있으며 일부 중요한 사실로 취급되었던 것들이 거짓으로 판명되어 폐기되거나 당연하게 여겨져 보편적인 것으로 바뀌게 된다.
우리는 그렇듯 남들보다 앞서 각자의 분야에서 지식과 기술을 선도하는 이들을 리더라고 부른다. 리더는 창의적 사고를 통해 어제의 것에 대한 발전적인 부정이나 해체 그리고 혁신을 이루고 그것을 실현함으로써 우리에게 필요한 것들을 더욱 발전시켜 나갈 토대를 만들어가는 자라 할 수 있다.
그런데 경쟁하든 지지하든 추종자가 없는 리더는 있을 수 없다. 각 분야마다 제시된 리더의 업적은 뒤따르는 사람들의 노력에 의해 검증되고 변형 발전될 때 보편화되고 해당 영역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게 된다. 바로 이렇게 특별한 것이 보편성을 획득할 때 세상을 풍요롭고 편리하게 하는 것이다. 결국 현재 보편적인 것이 어제는 특별했던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사람들은 각자가 추구하는 분야에서 평범과 비범 사이를 살아간다. 평범과 비범 사이엔 - 있어야 할 자리에서 누군가와 함께 또는 누군가를 위해서 무엇인가를 해야하는 - 일이 존재한다. 그런데 만약 자신이 마땅한 시간, 마땅한 장소에서 해야 할 일에 열정을 느끼지 못하고 무관심하게 살아간다면 또는 저마다 자신만이 모든 것을 완성시킬 리더라고 내세운다면 사회가 온전할 수 있을 것인가.
리더는 그 뒤를 따르는 추종자에 의해 완성되는 존재다. 건강한 추종자가 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은 적어도 자신이 자신의 주인이되고 자신의 리더가 되는 것이다. 그래서 옳다고 믿는 길을 리더를 따라 또는 리더를 추월하여 성큼성큼 나설 수 있어야 한다. 변화의 방향을 제시하는 것은 리더지만 정작 세상을 변화시키는 것은 뒤를 따르는 사람들이다.
최근 우리는 세계 육상대회에서 달리고 뛰며 던지는 스타들의 모습에 환호한 바 있다. 또 새로운 얼굴의 정치인을 기다리고 우리가 갖지 못한 재능을 가진 과학자, 예술가나 연예인을 선망의 눈길로 바라보곤 한다. 그러나 오늘은 거품처럼 커진 가벼운 세계를 벗어나 뜨거운 태양 아래서, 짙은 암흑 속에서 내면을 쇠구슬처럼 단단하게 다지며 자기 분야에서 최고가 되기 위해 묵묵히 노력하고 있을 우리 모두에게 환호를 보내고 싶다.
/ 김관식 (전주 자인산부인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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