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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세계관을 바꾼 '곤여만국전도'

조선은 17~18세기에 접어들면서 중국을 통해 '천주실의'나 '곤여만국전도', 혹은 '기하원본'과 같은 새로운 문물을 직간접으로 경험하면서 전통적인 세계우주관도 흔들리기 시작했다.

 

특히 곤여만국전도 같은 세계지도는 중국이 세계의 중심이며 하늘은 둥글고 땅은 모가 났다는 동북아시아의 전통적인 천문지리관을 붕괴시켰다.

 

'지구(地球)'라는말도 이렇게 해서 생겨났다.

 

경기 남양주 다산묘역 인근 팔당호변에 자리잡은 실학박물관(관장 김시업)이 '곤여만국전도'를 마스코트로 내세워 이른바 실학시대 세계관의 변화를 집중 조명하는 지도 특별전을 오는 30일 개막해 내년 3월말까지 연다.

 

'곤여만국전도, 세계와 우주를 그리다'를 표어로 내세운 이번 특별전에는 곤여만국도를 필두로 세계지도 중 가장 오래됐다고 간주되는 '혼일강리역대국도지도'(15세기. 일본 류코쿠대 모사본)와 전통적인 동양식 세계지도들인 '천하총도'와 '천하고금대총편람도'가 선보인다.

 

나아가 실학자 하백원이 그린 '만국전도', 최한기의 '지구전후도'와 '오르텔리우스 지도', 1645년 일본에서 제작한 세계지도인 '만국총도'(복제본), 프랑스 지리학자 당빌의 '신중국지도첩'을 포함해 총 30여 점도 전시된다.

 

이번 전시 주인공인 곤여만국전도는 마테오 리치가 1602년 명나라 수도 북경에서 출간한 서양식 세계지도의 단순한 원본이 아니라 그것을 토대로 해서 조선에서숙종 34년(1708) 왕명으로 자체 제작한 어람본(御覽本) 곤여만국전도를 복원한 것이다.

 

숙종은 중국에서 들어온 이 세계지도를 보고 감동한 나머지 당시 최고의 지도전문가를 동원하고 김진여를 비롯한 당시 궁중 최고 화원 여러 명에게 다시 그리게했다.

 

이렇게 병풍식에 채색을 한 새로운 세계지도가 조선에서 탄생했다.

 

서양배와 각나라 혹은 상상의 동물을 그린 회화식 세계지도인 이 곤여만국도는 지도 자체만 보면 6폭으로, 당시 영의정 최석정이 쓴 발문 부분을 포함하면 총 8폭이다.

 

하지만 이렇게 그린 지도는 현재 몇 점밖에 남아있지 않다.

 

어람용인 봉선사 소장품은 흑백사진만 남긴 채 한국전쟁 때 소실됐으며, 이보다 한달 앞서 제작된 곤여만국전도는 서울대박물관(보물 849호)에 전하지만 이 또한 마모가 극심해 실물 전시는 불가능하다.

 

이 외에도 다른 판본이 일본 오사카 남만문화원에 소장돼 있지만 공개는 되지않고 있다.

 

실학박물관은 이번 특별전을 준비하면서 마테오 리치 전공인 서울대 철학과 송영배 교수와 같은 대학 경제학과 송기준 교수, 그리고 지도 전공인 성신여대 양보경 교수를 자문위원으로 위촉해 흑백사진의 봉선사 소장품을 기초로 숙종시대의 곤여만국도를 아날로그와 디지털 방식으로 복원했다.

 

전시기간 중인 다음달 28일 오후 1시30분 박물관에서는 한국문화역사지리학회와공동으로 '마테오 리치의 곤여만국전도와 조선후기의 세계관'을 주제로 하는 학술회의도 개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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