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대로 들은대로]우울증 앓던 50대 우체국서 경찰에 칼 숨기기도
28일 오전 9시30분 익산주현우체국.
한산한 사무실에 50대 초반으로 보이는 한 남자가 들어와 여직원 송모씨(43)앞에 다가서더니 조용한 목소리로 "돈을 내놔"라는 짤막한 한마디와 함께 칼을 들어보였다.
송 씨는 잔뜩 겁을 먹었지만, 주변의 남자직원들이 다가오는 모습을 보고 용기를 내어 차분하게 "말씀을 좀 자세히 해달라"며 강도를 안심시켰다. 6명의 남자직원들도 강도를 향해 "일단 무슨 말인지 알았다. 칼부터 내려놓고 이야기해 보자"고 설득했다. 흉기를 든 강도는 잠시 고민하더니, 칼을 슬며시 내려놓으며 슬금슬금 뒷걸음치기를 시작했다.
직원들은 "밖에 나가서 이야기 하자"며 강도를 재차 안심시켰고,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의해 그는 강도 현행범으로 붙잡혔다. 경찰이 도착하자 강도는 칼을 숨기는 순진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경찰 조사결과 강도는 인근에 사는 기초생활수급자인 김모씨(53). 결혼도 하지 않고 혼자 사는 김씨는 일정한 직업이 없고 우울증으로 병원 치료까지 받는 기초생활수급자로 이날 답답한 마음에 아침부터 소주를 마신 뒤, 술기운에 이런 짓을 저질렀다며 후회의 눈물을 흘렸다.
경찰은 "강도치곤 너무 허술했고, 가정생활도 딱한 처지여서 안타깝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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