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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격정… 가슴 저미는 춤사위

애미아트 '박색설화'

'예술가는 작품 안에 있으며, 예술가가 스스로를 아는 것도 작품 안이다.'

 

한국무용가 김애미를 따로 만난 적도, 짧게 이야기를 나눠본 적도 없다. 하지만 애미아트(대표 김애미)의 '박색설화'(28일 한국소리문화의전당 연지홀)와의 조우는 짧지만 강렬했다.

 

20분 늦게 당도한 공연장. 1부에서 김애미는 아버지 금파 김조균 선생의 '호적 구음 살풀이'를 서정적인 몸짓으로 풀어내고 있었다. 농악과 구음 등을 담은 전라도 춤의 정수가 담긴 살풀이는 그에 의해 곡선의 미학이 돋보였다.

 

부채와 바람, 작은 북이 어우러진 고구려 춤극 '요령고무'(天神鈴鼓)는 여성이 소화하기가 힘든 웅장한 춤사위였으나 맥박과 에너지가 느껴졌다. 동양적 정신을 갖되 움직임은 현대적 미학이어야 한다는 안무가 국수호가 연출해낸 춤의 무늬는 객석을 압도했다.

 

이날 무대의 백미는 춘향이 추녀였다는 '박색설화'. 이도령에게 반하고도 얼굴이 못나 주저주저하는 춘향(김애미 역)을 위해 월매는 용모가 빼어난 향단이로 하여금 이몽룡(최태헌 역)을 유혹하게 한다. 뒤늦게 월매에게 속은 걸 안 몽룡은 배신감으로, 춘향은 그리움으로 멍울 진 가슴을 적셨다. 춘향은 손짓으로, 발 디딤으로 몸짓 하나하나에 눈물·환희·이별을 토해냈다. 춘향과 몽룡의 순애보로 올해 유난히 춥게 느껴지는 겨울이 이날만은 비켜난듯 했다.

 

사랑의 떨림과 격정, 아픔 등을 다양한 층위로 살려낸 음악과 현대적인 무대 디자인, 화려한 의상 역시 조화를 이뤄내면서 무대의 완성도를 높였다. 다만 박색설화를 연기하는 춘향이 너무 예뻐서 감정 몰입을 떨어뜨린다는 점이 아쉽다. 더 욕심을 내자면 마음 속 불덩이들을 다스리기 보다는 평화롭게 비워내는 법을 단련해도 좋을 것 같다.

 

전설이 대물림 돼 만날 수 있는 것은 역사가 쌓여가고 있다는 증거일 것이다. 역사가 쌓여야 전설이 생기고, 은퇴한 전설이 말하는 오늘을 혹하지 않을 사람은 드물다. 그의 내면 연기가 더욱 농익어서 전북 무용의 또다른 전설로 거듭나기를 희망한다. '2011 무대공연 제작지원' 선정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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