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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아, 엄마왔다" 역귀성 시대

달라진 설 풍속도와 오늘의 의미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절은 예의를 표현하는 방법이다. 그런 까닭에 절에도 법도가 있다. 설날을 앞두고 전주 한옥마을에 있는 전북예절원에서 주부 수강생들이 전인주 원장으로부터 세배법을 지도받고 있다. 관련기사 15면 안봉주기자 bjahn@10여년 전 만 해도 이맘때 서울역 광장은 고향으로 가는 열차 표를 사려는 귀성객들로 온통 난리였다. 열차 표를 구하려는 귀성객들은 전날부터 하룻밤을 꼬박 새야 했다. 학업과 직장을 위해 서울로 떠났던 사람들이 설날을 맞아 부모가 계시는 고향을 찾는 게 당연한 것이었고, 가히'귀성전쟁'이라고 불릴 만했다.

 

 

지금도 명절을 전후해 귀성길이 결코 수월치 않지만, 10여년 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달라졌다.

 

부모가 자녀를 찾아 서울로 올라가는 '역귀성'이 자연스러워졌고, 가족끼리 차례를 지내는 설 명절을 고집하지 않는 가정도 많아지면서다.

 

부모가 계시는 고향을 찾은 가족들이 모두 모여 설빔에 차례를 지내고, 어른신들을 찾아 새해 인사를 올리며 덕담을 나누는 전통적인 풍속이 여전히 살아있지만, 연휴로서의 의미에 더 무게를 싣는 가정도 크게 늘어나는 추세다.

 

실제 전주에서 활동하는 운동 모임에 참여하는 50대 초반 가장들의 설날 계획을 들어보니 10인 10색이었다.

 

자영업을 하는 이모씨는 교사인 부인과 함께 9박 10일간 인도 여행을 떠나기로 했다. 부부의 금슬도 돈독히 하고, 평소 동경해온 인도라는 나라를 이해할 겸 겸 충전의 기회로 여행을 선택한 것이다.

 

같은 모임의 영어학원 원장을 생업으로 하는 유모씨는 고향인 충남 서천에서 홀로 사시는 어머니를 자신의 집으로 모신다고 했다. 기독교 독실한 신자인 그는 차례 대신 어머니와 함께 하는 데 설의 의미를 부여한다. 그의 어머니는 또다른 아들로 서울에 사는 그의 동생네가 귀성길 불편을 겪을까봐 귀성을 만류한다고 했다.

 

교사인 김모씨의 경우는 서울에서 가족이 모인다. 정읍에 홀로 사는 어머님을 모시고 큰 형이 사는 서울에서 2박 3일간 가족들이 함께 할 계획이다. 설날 가족들이 함께 모여 미국으로 이민 간 동생네와 인터넷 동영상 전화를 하는 것도 이 가족에게는 명절의 색다른 맛이다.

 

공무원인 심모씨는 설 연휴를 계기로 평소 앓아온 달팽이관 수술을 받았다.

 

서울에서 어머니를 모시고 사는 형님댁에서 매년 설 명절을 나왔지만 올해는 신병 치료로 대신한단다.

 

리조트에서 명절을 나는 가정도 많아졌다. 독서에 관심이 많은 어느 가정의 경우 매년 명절때면 형제들이 모여 1년간 감명깊게 읽은 책을 차례로 소개하는 자리를 갖기고 한단다.

 

가정마다 이렇게 설명절이 천차만별이다.

 

사실 음력으로 정월 초하루인 설날이 제이름을 찾은 것은 얼마되지 않는다. 한 때는 양력 1월 1일인'신정'만이 근대화의 길이고, '구정'은 세계적 추세에 역행하는 풍습으로 여기기도 했다. 또 두 번 설을 쇠는 것은 '이중과세'라는 비판이 가해지기도 했다.

 

일제강점기때 전통문화 말살정책에 따라 오래된 설이라는 의미로 불리기 시작한'구정'은 80년 대 중반 '민속의 날'로 변경됐고, 1989년에서야'설날' 본래 이름을 찾았다.

 

'설'의 어원에 대해서는 낯설다'는 말의 어근인 '설'에서 그 어원을 찾아서'새해에 대한 낯설음'과'아직 익숙하지 않는 날'이란 뜻으로 설명하기도 한다.

 

또다른 해석으로'삼가다'는 뜻의 옛말인 '섧다'에서 그 어원을 찾기도 한다. 새해 첫날'삼가고 조심하는'날로 시작하라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이렇게 시대적 흐름과 가정, 각자의 가치관에 따라 설날을 맞이하는 방법은 바뀌고 다를 수 있지만, 가족과 친지간 우애와 화목을 꾀하고 새해 첫 출발을 위한 다시 한번 새롭게 다지는 재충전의 기회로 삼을 수 있다는 점에서 그 의미는 여전히 크고 소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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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용 kimwy@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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