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기사 다음기사
UPDATE 2025-11-07 04:24 (Fri)
로그인
phone_iphone 모바일 웹
위로가기 버튼
chevron_right 주말 chevron_right 행복한 금토일
일반기사

익산 미륵산과 서동요 - 지위·신분 뛰어 넘은 사랑의 전설

'로미오'·'춘향전' 합친 것보다 극적인 요소 가득…고조선 마지막 도읍지·백제의 전략적 요충지

▲ 미륵산에는 1800m에 이르는 견고한 석성이 남아 있다. 고조선의 준왕이 쌓은 성이다. 익산은 고조선의 마지막 도읍지로 알려져 있다. 뿐만 아니라 미륵산 주변의 왕궁리 일대는 백제의 수도이기도 했다. 사진 제공=익산시
▲ 사자암 대웅전

 

▲ 왕궁리 5층 석탑

미륵산은 익산의 평야지대에서 홀로 오뚝하다. 익산과 전주, 충남 쪽으로 열린 드넓은 평야에 미륵산이 가장 전진 배치되어 있는 형국이다. 미륵산은 등 뒤로 완주 고산 쪽에서 흘러나온 노령산맥을 거느리고 평야지대를 향해 가장 먼저 달려가는 무장의 모습을 닮았다. 실제로 미륵산은 고조선과 백제의 중요한 전략적인 요충지였다.

 

미륵산에는 1800m에 이르는 견고한 석성이 남아 있다. 고조선의 준왕이 쌓은 성이다. 익산은 고조선의 마지막 도읍지로 알려져 있다. 뿐만 아니라 미륵산 주변의 왕궁리 일대는 백제의 수도이기도 했다.

 

이러한 가치가 인정받아 문화재청은 2012년 3월에 경주, 부여, 공주와 함께 익산을 고도보존지구로 선정했다. 앞으로 10여 년간 이 도시들은 문화유적 복원과 보존이 체계적으로 이루어질 전망이다.

 

무엇보다 미륵산은 선화공주와 서동의 사랑의 전설을 품고 있다. 서동설화는 어떤 러브스토리보다 아름답고 극적이며 따뜻하다. 우리가 사랑이 이야기를 떠올릴 때 멀게는 로미오와 줄리엣을 떠올리고, 가깝게는 춘향전을 떠올릴 수 있다.

 

그러나 서동설화는 이 모든 이야기를 합친 것만큼이나 극적인 요소가 가득 내장되어 있다. 로미오와 줄리엣은 적대적인 집안 간의 사랑 이야기이고, 춘향전은 신분의 격차를 뛰어 넘는 사랑의 이야기이다. 사랑이란 이렇게 어떤 장애요소를 넘어설 때 극적인 아름다움을 생성한다.

 

그런데 서동설화는 이 모든 요소를 다 가지고 있다. 서동요와 관련된 러브스토리는 역사상 그 유래를 찾기 어려운 파격적인 사랑인 것이다.

 

이들의 사랑은 지위와 신분을 뛰어 넘고, 그것도 모자라 적대국이라는 경계마저 훌쩍 뛰어 넘어 버린다. 이러한 기적적인 사랑은 서동설화 이전에도 이후에도 찾아보기 힘들다. 사랑의 기적이 이 모든 현실적인 격차를 뛰어 넘어 전설을 이루어 낸 것이다.

 

서동설화에서 서동은 노래를 이용해서 선화공주를 꾀어낸다. 서동요가 유행했을 당시, 삼국시대에는 고유문자가 없었고, 한자가 전래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시기였다.

 

따라서 당시에 노래와 음악이란 최고의 놀이문화이자 공연문화였다는 게 일반론이다. 이러한 까닭에 서동이 자신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 노래를 이용한 것은 당시로서는 최고의 매체를 이용한 셈이다.

 

미륵산에 봄이 왔다.

 

 

 

이제 곧 온 산 불 지르듯 진달래며 철쭉이 산허리를 척척 휘감아 오르기 시작할 것이다. 서동설화가 깃든 미륵산 중턱의 사자사에 바위에 앉아 땀을 식히고 있는데 문득 솜사탕처럼 단 미풍이 코끝에 간지러웠다. 해마다 봄이 되면 여자도 아닌 내가 무담시 황냥끼가 도져 끙끙 앓곤 했었다. 올해도 그 달달한 가슴앓이가 시작될지 은근히 기대가 되었다.

 

장용수 문화전문시민기자(소설가)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김원용 kimwy@jjan.kr
다른기사보기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 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