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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남의 장소' 사라지고 '책읽기 흥미' 반감 우려

교보문고 전주점 폐업 뒤 시민들이 잃어버린 것

▲ 사진 위·아래는 지난 3월 문을 닫은 교보문고 전주점의 2006년 개점 당시 모습. 전북일보 자료사진
 

지난 2006년 처음 교보문고가 전주에 입점했을 때만 해도 "대형 서점이 지역상권 죽인다"며 크게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실제로 개점 이후 인근에 있던 민중서관과 대한문고가 문을 닫는 등 그 여파가 적지 않았다. 문제는 그들이 폐업한 이후 교보문고 전주점이 실질적인 지역 대표 서점 역할을 수행해 왔다는 점이다.

 

다른 서점들을 제치고 지역의 대표서점 역할을 해왔던 교보문고가 지난 3월 영업을 종료하면서 그 자리는 공석이 됐다. 교보문고가 있던 자리가 휑해질 만큼 지역주민들의 마음도 휑해질 것 같다. 이제 전북에는 대형 서점이라 부를 만한 곳이 없다. 교보문고의 빈자리는 단지 서점 하나가 사라진 정도가 아니다. 시민들은 교보문고 영업 종료로 인해 소중하게 여기던 세 가지를 잃었다.

 

첫째, '삶의 질'을 잃었다. 자유롭게 책을 고르고 독서할 수 있다는 것은 사람들의 문화적 소양을 충족시켜주는 일로, 무척이나 중요하다. 교보문고가 사라지면 전라북도 내 가장 큰 서점이 문을 닫게 되는 셈이고, 중소형 서점들에서 구할 수 없는 책들은 인터넷을 통해서 구해야만 한다. 아무리 인터넷이 발달했다고는 하지만 직접 책을 만져보고 구입하는 일에 비할 수는 없다. 책을 만져보고, 살펴보고, 훑어보는 다양한 경험의 기회를 잃게 된 것이다.

 

둘째, '만남의 장소'를 잃었다. 대형 서점은 다양한 책들을 볼 수 있어 좋은 곳이기도 하지만, 대개는 약속의 장소로 쓰여지기 마련이다. 교보문고 전주점도 구도심 한복판에 위치해 많은 청춘남녀·가족·연인들의 약속장소로 활용돼 왔다. 상대를 기다리면서 책을 구입하기도 하고, 책을 둘러보다가 흥미를 얻기도 한다.

 

이 지역의 젊은 세대들에게 "교보 앞에서 봐."라는 말은 일상어가 됐다. 그러나 이번 영업 종료로 인해 그들은 약속장소를 잃었다.

 

셋째, '책에 대한 흥미'를 잃었다. 무엇이든 사람들이 흥미를 얻기 위해서는 자주 접해야 한다. '몸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도 멀어진다'는 말처럼 가까워지려면 무엇이든 자주 보고 자주 접해야만 한다. 그러나 이번 교보문고 영업 종료로 인해 사람들은 다양한 책을 접할 기회를 잃었다. 동네 중소형 서점들도 있지만, 다양한 책을 구비할 수는 없을 뿐더러 자주 들르게 될 요인이 부족해 사람들에게 책의 매력을 전달하기엔 부족한 장소가 됐다.

 

약속 때문이건, 지나가다 들렀건 간에 유동 인구가 많은 구도심 한복판에서 만날 수 있었던 교보문고 전주점은 사람들에게 책의 매력을 알리는 전도사 역할을 해왔음을 부인할 수는 없다.

 

문제는 당장 책을 사야하는 사람들이다. 교보문고가 전주에서 영업하던 지난 6년간 서점들은 많이 사라지거나 축소됐고, 헌책방 역시 그랬다. 동네에서 서점을 찾아보기가 어렵게 됐다. 게다가 동네 서점에서 원하는 책을 사기엔 구비된 종류가 한정 돼 있다. 동네 서점들은 주로 학생용 문제집이나 베스트셀러 위주로 판매하기 때문에 자신이 원하는 책을 마음껏 고르기 위해선 인터넷 서점을 한참이나 뒤져야 할 판이다. 아무리 인터넷이 좋아졌다 한들 원하는 책을 손에 쥐고 서점을 나설 때의 기분을 대체할 수 있을까? 아마 그렇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 책은 인터넷 서점에서 사야 할까. 인터넷 서점 구매는 지역민들의 문화생활비를 타지역으로 유출되도록 만든다. 구매는 편리할 수는 있을지언정 지역 경제에는 피해를 가져온다. 인터넷 구매를 선호하는 사람들은 어쩔 수 없지만, 적어도 지역 서점에서 책을 구매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에게는 그럴만한 무언가가 필요하지 않을까. 동문 사거리의 책방 골목이 다시 살아나건, 또다른 서점이 생겨나건, 현재 전주 시민들에게는 책을 만날 수 있는 무언가가 필요하다. 성재민 문화전문시민기자(선샤인뉴스 대표)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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