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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이! 비보이, 전통가락에 맞춰 춤을 춰봐"

전북의 향 - 비보이(B-boy) / 전주출신 '라스트 포 원' 세계무대 석권 '한류' 중추역할 / 전통과 현대 어우러진 전주의 역동적 문화로 자리매김

▲ 전주에서 시작해 한국 대표가 되고, 이젠 세계 최고로 불리우는 비보이 그룹'라스트 포 원'이 영국 에딘버러 프린지 페스티벌을 앞두고 고난이도 브레이크 댄스를 보여줬다.

누군가는 전주를 보며 '화이부동(和而不同)'의 도시라고 했다. '화이부동', 남과 사이좋게 지내기는 하나 무턱대고 어울리지는 않는다는 뜻으로, 서로 다른 성질의 것이 함께 있지만 자신의 성격을 잃지 않고 조화롭게 어울린다는 뜻이다. 쉽게 서로 다른 재료가 섞여 있음에도 재료 본연의 맛을 간직해 새로운 식감을 만들어낸 전주의 대표 음식 비빔밥을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흔히 '화이부동'을 '비빔밥 정신'이라고도 한다. 전주시는 지난 2008년 1월, 그 해의 시정 목표로 화이부동을 선정하기도 했다. 전주와 비빔밥, 그리고 화이부동. 전주의 '비빔밥 정신'은 생각보다 곳곳에 퍼져 있다. 서로 다른 문화의 상징이지만, 마주보고 있는 경기전과 전동성당, 한옥 속에 자리한 모던한 카페 등 전주의 화이부동을 설명할 수 있는 문화는 곳곳에서 만날 수 있다. 그 중 전통과 현대가 제대로 어우러진 콘텐츠는 비보이(B-Boy)다.

 

△ '라스트 포 원'으로 시작된 전주의 비보잉

 

40세 이상의 중·장년층은 전주를 떠올릴 때 가장 먼저 '판소리'와 '예향', '전통문화'를 떠올리겠지만 30대 이하의 청년층은 조금 다르다. 그들이 생각하는 전주는 전통의 도시이기도 하지만, 세계적인 비보이들을 배출하고 있는 역동적인 도시다. 지난 2005년 한국 비보이팀들이 '배틀 오브 더 이어' '비보이 챔피언십' 등 세계적인 비보이 댄스 대회를 석권하며 불기 시작한 '비보이 한류', 그 진원지의 중심에 바로 전주 출신 멤버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사실 전주가 '비보이의 도시'가 된 것은 조금 뜬금없는 면이 있다. 2005년 세계적인 비보이대회 '배틀 오브 더 이어'에서 전주 출신 비보이팀 '라스트포원'(Last for One)이 우승을 차지하면서 갑작스레 주목받았기 때문이다. 그들이 이 대회에서 우승하기 전까지만 해도 연습 환경이나 분위기는 썩 좋지 못했다.

 

우승 당시 라스트포원은 "배울 수 있는 시설이나 강사가 없어서 외국 사이트를 뒤지고 비디오를 보면서 연습했다"고 말했다. "초창기엔 서울을 왕래하면서 일일이 연습용 비디오를 복사해서 익혔다"고도 말했다. 비보이 초반만 해도 전주를 비롯한 모든 지방이 열악하고 척박하긴 마찬가지였다. 그들은 당시 상황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지방팀이 한국 대표로 발탁되고, 세계대회를 거머쥔 것은 처음이에요. 우리나라 비보이팀의 95%는 서울에 몰려 있거든요. 아니, 한 98%쯤 될 거예요. 저희는 경비가 없어서 큰 대회나 행사에 출전하지 못할 뻔한 적도 있어요."

 

연습실도 마땅치 않았던 당시 전주 YWCA 청소년 문화의 집에서 제공한 연습실이 가장 큰 힘이 됐다. 처음 그들이 우승할 때까지만 해도 유일하게 축하 현수막을 내건 곳 또한 이곳이 유일했다.

▲ 서울 정동 비보이 코리아 전용관에서 열린'하이서울 페스티벌 2007 홍보 설명회'에서 비보이들이 열정적인 연기를 선보이고 있다.

△ '댄스 한류'로 시작된 전주, '비보이 도시'로 변화하다

 

초기엔 열악했지만, '라스트 포 원' 이후 전주시는 빠르게 변하기 시작했다. 충분히 세계를 재패할 수 있는 실력의 비보이들이 있다는 사실을 안 전주시가 '제2의 라스트포원 키우기'에 나선 것. 그들은 먼저 비보이들이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는 공간 만들기에 주력했다. 전주 오거리 문화광장에 '라스트 포 원' 멤버 12명의 핸드프린팅을 새겨넣고, 작은 공연장도 만들었다. 실력있는 비보이들을 꾸준히 배출하기 위해 매년 여름 전국적인 비보이 대회인 '비보이그랑프리'도 개최하고 있다.

 

처음 '라스트 포 원'을 길러냈던 전주 청소년 문화의 집은 이제 '비보이 육성의 메카'가 됐다. 비보이들이 자유롭게 활동하고 연습할 수 있도록 지하 60여㎡ 넓이의 연습실과 3층에 220㎡ 규모의 공간이 마련된 이곳에는 평일이면 하루 평균 20~30명, 주말에는 70~100명 가량의 비보이들이 모여들만큼 인기를 끌고 있다.

▲ 2010 전주 비보이 그랑프리 대회에서 한 참가팀이 현란한 솜씨로 비보잉을 선보이고 있다.

△ 힙합에서 우리 가락으로… '메이드 인 전주' 비보이 진화

 

국제대회 우승으로 주목받은 비보이들이 시의 전폭적인 지원까지 더해지니 비보이도 진화하기 시작했다. 단지 힙합에 춤을 추는 비보이가 아닌, 전주만의 특색을 가진 새로운 형태의 비보이가 됐다. 그들이 선택한 것은 전주의 대표 문화라 할 수 있는 우리의 전통음악. 전주 비보이의 1세대라 할 수 있는 '라스트포원'을 중심으로 국악과 비보이를 접목시키는 노력이 시작됐고, 그 결과는 전주 비보이들만의 퓨전 국악 퍼포먼스로 이어졌다. 지금은 흔히 볼 수 있는 퓨전 국악이지만, 2007년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퍼포먼스였다.

 

지난 2005년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던 '라스트포원' 등장 이후 전주는 비보이의 도시가 됐다. 전주국제영화제나 전주세계소리축제가 열릴 때면 곳곳에서 비보이 공연을 만날 수 있고, 전북의 축제에서도 빠지지 않는 단골 공연이 됐다. 사람들은 매주 전주 오거리 문화광장에서 전주를 빛낸 비보이들의 핸드 프린팅을 보고, 그들처럼 되고 싶다는 청소년들은 이제 그곳에서 비보이 공연을 한다.

 

'라스트 포 원'이후 아직 세계가 주목할 만한 팀은 없지만, 전주는 조바심내지 않는다. 그저 천천히 비보이를 도시의 대표 문화로 키워나가는 중이다. 지금도 비보이를 꿈꾸며 전주 곳곳에서 땀방울을 흘릴 많은 친구들이 그 사실을 증명한다. 전통 가락에 춤추는 비보이를 만날 수 있는 도시, 국악과 힙합이 한데 어우러진 화이부동의 도시. 그곳이 바로 '화이부동' 전주다. /성재민 문화전문시민기자

 

(선샤인뉴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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