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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산 중앙시장 ' 터줏대감들' "켜켜이 쌓인 情에 못 떠나죠"

30~40년 前부터 그 자리에

▲ 1947년 개설된 후, 올해로 65년의 전통과 역사를 가진 익산 중앙시장 전경.
익산 중앙시장에 가면 고소한 사람 냄새가 가득하다. 1947년 개설이 되어, 올해로 65년의 전통과 역사를 가진 시장이다. 호남선의 교통 요충지인 익산역 부근에 있어 인근 충청도, 전라도 지역의 명물 시장이었다. 최고의 호황을 누렸던 그 옛날의 영광은 이미 대형마트에 뺏긴 지 오래, 발 디딜 틈 없던 시장 골목은 인적이 뜸해 무섭기까지 하다. 중앙시장을 떠나지 못하고, 그 곳의 정(情)을 지키고 있는 익산 중앙시장의 터줏대감들을 만나본다.

 

"우리집은 기계로 안 혀, 다~아 손으로 하지"

 

중아시장 터줏대감 '오복떡집'. 30년의 세월이 묻어난다. 2층은 떡 방앗간, 1층은 매장. 손주 녀석들과 함께 가게에 앉아 계신 할머니에게 떡 맛을 여쭤보니 "징~그럽게 맛있어, 한번 잡숴봐, 아~ 입 벌려~"하신다. 쫀득쫀득 달콤 달콤한 맛이 입안 가득이다. 30년 전통의 맛이 그냥 만들어 지는 게 아니구나!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30년 이어온 손맛은 딸과 며느리에게 고스란히 전해져 대를 이어 떡 맛을 이어가고 있다. 요즘엔 신세대 주부를 겨냥한 제사 맞춤음식과 반찬도 함께 판다. 예전에 가격 흥정만하고 가는 손님에게 "안살라면 뭐 할라고 물어봐"라고 핀잔을 줬지만 요즘엔 절대 그런 일 없단다. 불경기 탓에 오는 손님이 그저 반가울 뿐이다.

 

"뭐 믿으라고? 안 혀, 안 믿어" 조심스레 문을 열고 들어서자 날아오는 할머니의 짜증스런 목소리. 요즘 종교인들이 자주 드나들었나 보다. '함열집'으로 간판을 걸고 있는 선술집이 중앙시장 구석진 골목 끝자락에 자리 잡고 있다. 아는 사람들이나 간신히 찾을 법 한 길이다.

 

"한잔에 1000원인데 둘이 와서 갈라먹기도 하고 셋이 와서 두잔 먹기도 하고 그려, 없는 사람들이라, 와서 한 병 먹는 사람도 없어" 김치와 콩나물 국물에 막걸리 한 사발. 드나드는 손님들도 그저 다른 말없이 한 사발 쭉 들이키고서 금방 이어서 나간다. 커다란 술독에 가득 차 있는 막걸리를 한바가지 퍼서 판다. 이 집에서 가장 명당은 아담한 술독이 차지하고 있었다.

 

43년 전 수도집의 국밥 한 그릇은 200원. 500원으로 기억하는 40년전 대학생. 물가상승률보다는 더딘 걸음이지만 현재 국밥 한 그릇 가격은 3000원. 중앙시장 골목 끝자락에 자리한 백반집 '수도집'.

 

말린 시래기 삶는 냄새가 구수하다. 시장과 함께 한지 벌써 43년 째인 할머니는 손가락과 팔목 성한 곳이 한군데도 없다. 그런 속내도 모르는 단골들은 "병원에 입원해도 장사하세요" 라며 은근 압력을 준단다. 43년 째 팔팔 끓어 구수한 향을 품어내는 우거지 된장국에 시장을 찾은 손님들 어찌 밥 한술 말지 않고 지나치겠는가~.

 

'코코 샤넬'도 울고 갈 수선 솜씨. 중앙시장 수선골목에 가면 기가 막힌 솜씨의 명장들을 만날 수 있다. 그때 그 기억을 간직한 희망 수선집에서는 30년 된 가위, 칼, 네 번을 땜질한 다리미 그리고 도란스(트랜스)에 연결해야 사용할 수 있는 110V 일본산 재봉틀 '브라더 미싱'이 놓여져 있다. 낡은 재봉틀은 '드르륵 드르륵' 손님들 기다리며 앓는 소리를 한다.

 

20년 전만 해도 명절이면 골목마다 설빔 들고 찾는 손님들로 가득 했단다. 지금은 잊지 않고 찾는 몇몇 단골 손님으로 겨우 겨우 일감을 놓지 않고 있다.

 

좁다란 2층에서 솔솔 풍기는 고소한 냄새를 쫓아 본능적으로 따라가다 보면 40년 전통이라는 문구가 눈앞에 들어온다. 바로 기름집이다. 주로 깨를 볶아 참기름, 들기름을 짜다보니 이 근방은 언제나 고소한 향이 진동한다.

 

"첨엔 약하게 볶다가 좀 싸게 했다가, 다시 또 약하게 그러고 뜸 들이재, 불 조절을 잘 해야 혀"

 

자매라고 믿기엔 약간 어색한 맏언니(72)와 막내 동생(55) 자매간이 함께 일하고 있는 이 집은 오랜 단골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고 있다. 한창 장사가 잘되던 그 옛날에는 사람들이 1층까지 줄을 서 있었을 정도란다. 몇시간씩 기다릴 줄 아는 인내력 강한 사람만이 고소한 참기름 한병을 손에 넣을 수 있었던 바로 그곳이다. 오랜 단골은 비가 내리는 날에도 버스를 타고 오셨단다.

 

"이 집이 찌꺼기도 적고 맛이 좋기로 소문이 났지. 딴 집에 가면 깨볶을 때 덮어놓고 볶았사 타고 그런디 이 집은 안 그려, 집에서 오는 길에 기름집을 세 군데나 그냥 지나치고 여기까지 일부러 왔어요."

 

이때 옆에서 묵묵히 기름을 짜고 계시던 사장님이 한마디 던지신다. "요즘 사람들은 대기업 기름 맛에 길들여져서 진짜 맛을 모르니까. 그게 그냥 좋은 걸로 아는데, 사실 이 맛을 한번 알면 평생 단골 되는 거지."

 

참기름 한 방울에 깨소금 쏟아지는 정이 오고 간다.

 

김진아 문화전문시민(익산문화재단 문화예술사업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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