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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수진과 친구들' '말을 걸다 Ⅳ - 아! 거기 당신'…'몸'은 최고의 예술

   
 
 

■ 춤 넘는 내면연기의 몸짓 '강수진과 친구들'

무용은 가장 솔직한 예술이다. 사람의 '몸' 하나만 가지고 모든 것을 표현한다. 지난 주말 주목할 만한 두 공연, '강수진과 친구들'과 김화숙 & 현대무용단 사포(대표 김자영·이하 사포)의 '말을 걸다 Ⅳ - 아! 거기 당신'은 인간의 몸이 가장 아름다운 예술품이라는 것을 수많은 미술 교과서에서 본 누드화보다 훨씬 와닿게 해줬다. 우아한 강수진의 무대는 한국의 자존심, 매력적인 사포 카페 공연은 전북의 자존심이었다.

 

장밋빛 검은 보석의 매혹. 짙고 까만 눈썹 밑으로 입을 다문 채 살짝 반기는 듯 그윽한 미소는 말하지 않으면서도 많은 것을 말해줬다. 사랑의 정점에도 있어봤고, 사랑의 나락에도 떨어져 봤음직한, 아파본 자만이 지을 수 있는 모호하고 비밀스런 표정. 미천한 신분의 여성 마르그리트와 귀족 청년 아르망의 애절을 사랑을 그린 '까멜리아 레이디'나 잃어버린 첫 사랑 티티아나와 오네긴의 만남과 이별을 그린'오네긴'에서 발레리나 강수진(슈투트가르트발레단 수석 무용수)은 매혹 당한 존재의 치명적인 슬픔을 보여줬다.

 

한국소리문화의전당(대표 이인권)과 전주MBC(사장 전성진)가 지난 21일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모악당에서 올린 '강수진과 친구들'. 공연 전날 리허설에서 만난 강수진은 창원 공연을 마치고 전주에 오자마자 몸을 풀기 위해 다시 무대에 섰다.

 

"지역 관객들에게도 무용의 시야를 넓혀 드리는 게 제 임무 같아요. 클래식과 네오·드라마·컨템포러리 발레, 현대무용까지 다양하게 만나보실 수 있을 거예요."

 

무대에서의 강수진은 느리지만 우아했다. 마흔 다섯의 나이에 줄리엣(16세)을 소화한 강수진은 '파드되'(남녀 2인무)에서 애절함으로 가슴을 붙드는 움직임을, '오네긴' 의 3막 파드되(남녀 2인무)에서는 티티아나가 오네긴의 사랑을 거부하는 차고 매몰찬 티티아나의 표정 연기로 커다란 울림을 남겼다. 객석에서의 탄성과 박수는 길었다.

 

강수진이 선택한 LDP무용단의 'No comment Ⅱ'는 격렬했다. 무용수들이 전력질주하다 쓰러지고 뒹굴고 발을 구르는 모습을 통해 우리 안에서 몸부림치는 진실 혹은 거짓을, 속수무책의 자유로움을 떠올려보게 했다.

 

미국 워싱턴발레단의 무용수 채지영과 윤전일, 어린 무용수 윤 별 박소연 홍호림의 연기 또한 성장한 한국 무용수들의 기량을 보여주는데 손색이 없었다.

 

"한국 발레가 이만한 수준으로 올라온 것은 커다란 축복이에요. 언젠가 내게도 '그 날'(은퇴할 날)이 오겠지만, 내 몸에 쌓인 발레 언어를 다음 세대에게 전하는 것도 중요한 일이죠. 은퇴는 내 춤에 에너지가 없다고 판단하면 그 날로 내려올 거예요."

 

막이 내려갈 무렵 강수진은 다시 웃었다. '그날'이 영영 오지 않았으면 했다.

   
 

■ 공간의 새로운 해석…사포 카페 무용 '말을 걸다'

지난달 사포 공연을 마친 김화숙 원광대 교수는 "다음달은 그냥 가자"고 했다. "또 어떻게 각색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서울로 돌아온 그날 저녁 한숨도 못 잤다고 했다. 방학도 없이 주말마다 전주행 기차 안에서 고민 끝에 내놓게 된 사포의 '말을 걸다' 네 번째 시리즈 '아! 거기 당신'은 여전히 매력적이었다.

 

특히 "야외 공연은 음악으로 압도하지 않으면 성공할 수 없기 때문에" 선곡에 신중에 신중을 거듭했다. 21일 전주 한옥마을 공간 봄에서 열린 이번 공연에서 11개 장면이 이어지는 동안 쇼팽의 '6월에는', 비제의 '진주 조개잡이' 중 '귀에 익은 그대 음성', 에디뜨 피아프의 '장밋빛 인생' 등이 펼쳐지면서 무용수들이 카페의 공간을 새롭게 해석했다.

 

여성 무용수 셋, 여성 무용수 다섯이 카페의 서로 다른 공간에서 손짓하며 '안녕하세요'를 건네는 장면을 시작으로 가깝고도 목마른 사랑의 그리움을 풀어냈다.

 

저절로 눈이 가는 끌림, 마음이 얹혀 지는 쏠림, 가닿고 싶어 넋이 나가는 홀림의 몸짓. 그러나 결국 이뤄지지 못한 사랑 앞에선 절망의 몸짓까지 사포는 모든 종류의 사랑을 표현했다. 그것은 남녀 간의 사랑, 부모에 대한 사랑, 나 자신을 위한 사랑일 수도 있다.

 

상징적이면서 표현력 강한 춤을 보여준 사포의 이날 공연은 크고 웅장한 무대가 아니라, 문턱을 낮춘 카페에서도 무용을 충분히 열린 무대로 만날 수 있다는 점에서 값진 시도.

 

다만, 다음 공연'등을 기대요'(8월25일)를 제대로 관람하고 싶다면, 좋은 자리를 '찜'해 둘 필요가 있을 듯. 공연 도중 무용가와 눈이 마주쳤다면, '씽긋' 웃어주는 센스도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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