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기사 다음기사
UPDATE 2025-11-06 21:15 (Thu)
로그인
phone_iphone 모바일 웹
위로가기 버튼
chevron_right 오피니언 chevron_right 조상진 칼럼
일반기사

멀고 먼 청와대 가는 길

논설위원

6월 중순께, 청와대를 다녀 올 기회를 가졌다. 서울의 주산(主山)인 북악산이 옹골차게 솟아있고 그 아래 자리잡은 청와대는 그 기운을 고스란히 담고 있었다. 어스름녁 저녁식사를 겸해 녹지원에서 열린 야외행사는 화기애애했다. 6월의 저녁 햇살이 맑고 청신한데다 주위에 덩치 큰 금강송 두 그루를 비롯 나무숲이 운치를 더했다.

 

하지만 이명박 대통령의 표정은 마냥 밝지만은 않았다. 참석자들과 인사를 나눈 이 대통령은 "세상이 하 수상하니… 되는 게 없어요."라고 말문을 열었다. 그리스, 스페인 등 유럽의 금융위기를 예로 들며 "세계 지도자들이 모이면 모두 일자리 얘기만 하는 바람에 노동부장관 모임 같다"면서 "세계 경제가 흔들흔들 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람들은 권력을 비유할 때 산에 올라 갔다 내려 온다고 말하는데 나는 올라간 적도 없고 내려간 적도 없다"고 밝혔다.

 

워크홀릭(일벌레)답게 서울시장이 끝나던 날의 에피소드를 소개했다. 당시 비서실에서 오전 10시에 이임식이 있다고 해서 "내 임기가 몇 시까지냐"고 물었다고 한다. "오후 5시"라는 애길 듣고 이임식을 취소하고 오후 5시까지 근무하고 걸어서 나왔더니 직원과 시민들이 박수를 치더라는 것이다. 대통령의 이임식도 마찬가지라며 "레임덕은 없다"고 단언했다. 끝 마무리에 이 대통령은 지금 청와대 내에서 자전거 타는 연습을 한다고 들려줬다. 4대강에 자전거 길이 1800㎞가 놓였는데 이번 여름에 서울에서 충주까지 자전거를 타고 가볼 계획이라고 했다.

 

그런 지 한달 남짓후, 이 대통령은 6번째 대국민 사과를 했다. "가까운 주변과 집안에서 불미스런 일들이 일어나 국민 여러분께 큰 심려를 끼쳐드렸다"며 고개를 숙인 것이다. 측근인 박영준 최시중에 이어 친형인 이상득 전 의원이 구속되고, 15년 동안 옆을 지켜온 심복마저 구속되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대통령은 하나같이 끝이 불행했다. 각종 측근 비리와 자식문제 등으로 골머리를 앓다 물러나야 했다. 이 대통령도 예외가 아니어서 퍽 고단하고 외롭게 보였다. 사이후이(死而後已·죽을 때까지 쉬지 않고 일하겠다)라고 했지만, 곳곳에서 칼날같은 비난이 비오듯 쏟아진다.

 

그러나 그 분들도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으리라. 누군들 역사에 좋은 기록을 남기고 싶지 않겠는가. 그래도 그들의 리더십 덕에 이 나라가 오늘 이만큼이라도 성장한 점은 인정해야 할 것이다.

 

이제 본격적인 대선 레이스에 돌입했다. 여당에선 박근혜 후보 등 5명, 야당에선 문재인 후보 등 8명의 주자가 당내 경선에 뛰어 들었다. 그리고 장외주자인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대학원장이 이들 모두를 위협하고 있다.

 

특히 안철수 교수의 돌풍은 기존 정치권에 실망한 국민들의 변화에 대한 열망이라는 점에서 주목할만 하다. 이들 중 누군가 1명은 4개월여 후면, 앞으로 5년 동안 이 나라를 이끌게 될 것이다.

 

그러면 이들 중 하나를 뽑기 위해 눈여겨봐야 할 대목은 무엇일까. 하나는 후보들의 과거 행적이요, 또 하나는 후보를 둘러싸고 있는 인물군(群)이 아닐까 싶다. 그들이 과거에 무슨 말을 했고 어떻게 실천했는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과거는 미래를 비춰보는 거울이다. 또 하나 핵심 멘토그룹을 보면 미래의 정책이 그려진다. 후보가 내세우는 생각과 정책 콘텐츠는 멘토그룹의 그것 이상일 수 없다.

 

미국의 초대 대통령 G.워싱턴은 "대통령이 되는 데는 사형대로 가는 죄인의 기분과 다름없다"고 했다. 반면 F.D.루스벨트 대통령은 "매우 피곤한 직책이긴 하지만 국민 전체의 권익을 위해 결코 불쾌한 일이 아니다"고 말했다. 워싱턴처럼 무거운 책임감과 루스벨트같은 긍정의 에너지가 넘치는 리더를 선택했으면 한다. 그 길은 후보 뿐 아니라 국민 모두가 동참해야 할 멀고 먼 길이다.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조상진 chosj@jjan.kr
다른기사보기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 400
오피니언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