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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경 798에서 전북미술이 배워야 할 것들

김 선 희 우진문화재단 운영실장

▲ 김 선 희 우진문화재단 운영실장

2주 전 중국 베이징 아트투어를 다녀왔다. 우진문화재단이 1994년부터 진행해온 '청년작가초대전'의 역대 초대작가 33명을 초청한 프로그램이었다. 우리 지역에서 가장 활발하게 작업하는 작가군으로 불리는 이들이지만 나라밖 미술이 어떻게 변화하고 트렌드는 무엇인지 직접 경험하여 예술적 자극을 받아보자는 재단 설립자의 의지가 있었다.

 

4일간 북경의 대표적 예술구인 다산즈(大山子) 798과 쑹짱(宋莊), 허거쯔앙(何各庄) 등지를 탐방했다. 중국에 최초로 상업갤러리가 생긴 것은 1991년, 이로부터 10여 년 후인 2002년경 북경의 798지역이 예술구로 개발되기 시작했으며 다시 10여년이 흐른 지금 북경은 아시아미술의 중심일 뿐 아니라 세계미술의 손꼽히는 현장이 되어있다.

 

북경의 예술구는 창작열에 불타는 작가들 스스로 조성하기 시작했다. 쓸모없이 버려진 공장지역에 미술가들이 하나 둘 모여 작업실로 활용하면서 상업갤러리가 따라 들어서 규모화 되자 아시아·서구권의 유명 갤러리와 컬렉터가 모여들어 거대한 예술구가 형성된 것이다. 예술구에서 본 중국은 자본주의 체제인 우리보다 훨씬 전위적이며 실험적이고 상업적이다. 다산즈에만 9000여 명의 전업작가가 상주하는데 이들은 국가 보조 없이 작품을 팔아서 생활하고 있다. 다산즈의 임대료가 치솟고 포화상태에 이르자 자연스럽게 비용이 덜 드는 장소를 찾아 형성된 것이 쑹짱과 차오창티, 허거쯔앙 등 다른 예술구들이다.

 

북경 예술구에서 우리 일행은 그 규모에 경악했다. 다산즈만 200여 개의 창작실과 400여 개의 화랑이 밀집해있고 카페와 디자인회사, 아트샵이 공존한다. 연간 160여 건의 미술품경매가 이뤄지고 2조원 규모의 미술품이 거래되고 있다. 다산즈만큼의 거대규모는 아니더라도, 우리 지역에서 작업실의 집중화는 가능한 일이다. 웨딩거리, 가구거리에서 보여지듯 집중화는 그 분야의 활성화에 한 몫 한다. 작가들이 모여 있다 보면 서로의 작업을 지켜보게 되고 긴장과 협력관계가 조성된다. 작가의 작업실은 문을 열어두면 그대로 갤러리가 되어 컬렉터를 바로 만날 수 있다. 외부인을 만나기 싫은 날은 문을 걸어두면 된다. 전북도가 추진하고 있는 '문화예술의 거리'는 이러한 맥락에서 추진돼야 한다. 작가의 작업실과 락 카페와 같은 상업시설을 동시에 추진하면 둘 다 실패할 확률이 높다. 문화시설은 자발적 추진을 뒷받침하는 지원에 의해, 상업시설은 상업적 수요가 있을 때 100% 민간자본으로 형성되는 것이 자연스럽다.

 

북경에서 또 하나 절실하게 느낀 것은 우리 작가들의 해외진출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해외 아트페어 등 현재 진행하고 있는 해외 전시지원을 좀 더 강화하고, 소수인원이라도 우리 작가를 해외 스튜디오에 6개월~1년 정도 상주시키는 지원이 절실하다. 북경만 해도 현대미술의 블루칩으로 불리는 인도 등 아시아권과 유럽·미국, 호주 등지의 작가들이 둥지를 틀고 작업 중이다. 작업능력과 열정을 갖고 있는 우리 작가가 세계의 작가들과 나란히 겨루고 자극받으며 치열하게 작업하고 상업적 능력을 갖춘 전문갤러리를 통한 판로개척에 나설 수 있는 기회를 가져야 한다.

 

우리 지역에서도 키아프(KIAF)나 마니프(MANIF) 등 대규모 아트페어를 경험한 작가들이 작업의 변화를 갖고 역량을 키워 작품판매를 늘려가는 것을 볼 수 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서 예술가 해외파견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나 전북과 같은 변방의 작가들에게는 그림의 떡이다. 국가사업에 끼워주기를 마냥 기다릴게 아니라 한 두 명이라도 우리 힘으로 먼저 보내기 시작해야한다. 장샤오강이나 위에민준과 같은 스타작가를 통해 중국미술이 동반성장하여 세계현대미술시장의 2위를 점하게 된 사례를 새겨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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