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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묘 길,그가 할 이야기가 궁금하다

▲ 박 고 광 前 김제시 교원연합회장
우리 근대사의 민주사적 계통은 국권을 되찾기 위해 일어났던 3 · 1 독립운동을 태동으로 꽃다운 청춘을 바쳐 독재에 항거했던 4 · 19혁명, 유신정권에서의 민중의 저항, 권력 찬탈을 막기 위해 도시 전체가 피바다가 되었던 5·18 민주화운동이라 할 수 있다. 이것이 우리 민족 정통성의 맥을 이어 온 것이다. 그리고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란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정의로운 역사의 수레바퀴가 돌아가고 있는 것이다.

 

한마디로 '우리나라의 독립과 민주주의'는 박해와 고난, 그리고 목숨의 대가였다고 볼 수 있다. 다음의 두가지 사실 때문이다.

 

하나는, 얼마전 종영된 TV드라마 '각시탈' 최종회 때문이다. 그렇게도 사랑하는 애인이 일본 순사 총에 맞아 죽자, 그 무덤 앞에서 나라의 독립을 위해 싸운 그 남자 주인공의 비통과 분노로 통곡하는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또 하나는 얼마 전 모 일간지에 '대한민국 임시정부 기념 사업회 이사'가 쓴 기사 때문이다.'독립군 장군의 손녀와 일본군 장교의 딸'이라는 제목의 기사는 "청산리 전투를 대승으로 이끈 김좌진 장군의 손녀가 왜놈 장교의 딸을 대통령 시키겠다고 앞장서고 있는 사실을 알면 얼마나 원통스럽고 분통해 하실까? 이러다가 머지않아 매국노라 일컬었던 사람의 손자가 대통령이 되겠다고 나서는 날이 오지 않을까 섬뜩해진다"는 내용이었다.

 

참으로 웃지 못할 넌센스요, 역사의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우리의 현대사는 씻을 수 없는 오욕의 역사,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역사들이 많다. 그러나 두터운 보수층은 후세 사가들에게 평가를 맡겨야 된다는 미명 아래 역사적 사실을 수면 아래로 가라앉히려 하고 있다. 그러나 역사는 훗날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 순간에도 만들어지는 유기체란 사실을 인지해야 되지 않을까!

 

정치적이거나 권력 등으로 이용되지 않는 평가는 빠를수록 정의로운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사실, 똑같은 나라의 역사나 개인의 일이라도 각기 사람의 입장에 따라 다를 수도 있다. 자기 인식이 강한 사람일수록 자기 잘못이 들통 나면 인정을 안하고 변명을 일삼는 경우가 많다.

 

늦게나마 장교의 딸이 과거사를 해명하고 사과를 했지만 독립군 장군의 손녀가 권력의 하수인(?)이 되어 가문의 영광이 아니라 오히려 누가 되게 한다면 지탄의 대상이 되지 않겠는가? 일본군에서 탈출, 독립군이 되었던 민주투사 고 장준하 선생의 주검에 대하여 전문의사로의 소신 찬 판단, 여당 국회의원이지만 당당하고 명쾌한 결단으로 "타살이다"고 주장한 '정모' 의원, 나는 이런 국회의원이 우리 국회에 있는 게 자랑스럽다.

 

80년이 되어가는 현 시점에서도 왜 우리는 한일전 축구경기는 꼭 이겨야만 되는지, 이것이 우리 민족의 정서가 아닌지 곱씹어 본다. 악법에 저항할 수 있는 권리를 인정해야 선진국이요 저항하는, 깨어 있는 국민이 있어야 진정한 민주국가라 할 것이다. 과거 사건이라도 항시 현재를 사는 이들이 평가하고 재해석함으로써 그 존재의 의의를 갖는 법이다. 아무튼, 내일 모레면 추석이다. 성묘길에서 조상님들에게, 아니 그 장군의 손녀가 할아버지 묘소 앞에서 할 얘기가 참으로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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