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관 30명 3교대 하루 평균 1500건 처리 사소한 민원 신고에 주취자 욕설 빈번 곤욕
하루 24시간, 1년 365일 불이 꺼지지 않는 곳이 있다. 전북도청 17층에 있는 전라북도소방재난종합상황실이 그 곳이다. 도 소방재난종합상황실은 화재와 구조구급 이외에 119신고서비스가 확대되면서 환경과 이주여성폭력, 성폭력, 청소년 폭력 등 11개 종류의 신고서비스를 담당한다.
8일 오전 9시, 상황실에는 정적이 흘렀다. 하지만 119신고접수를 위해 대기하고 있는 소방관들의 표정에는 긴장감이 역력했다.
오전 9시 2분, 요란한 전화벨 소리가 상황실의 정적을 깼다. 부안에서 한 할머니가 쓰러졌다는 신고다. 관할소방서에 긴급 구급출동 지령이 내려지고, 신고접수 10여분 만에 할머니는 출동한 구급대원들에 의해 병원으로 옮겨졌다.
신고를 받고 지령을 내리는 순간, 쉴 새 없이 전화벨이 울렸다. 이번엔 남원의 한 공장에서 화재경보가 울렸다는 ARS전화다. 소방관들은 화재경보 원인 파악을 위해 분주하게 움직였다. 긴장감이 흐르길 잠시, 기기 오작동으로 확인됐다. 소방관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도 소방재난종합상황실에는 모두 30명의 소방관들이 10명씩 3개조로 나눠 근무한다. 이들이 하루에 처리하는 신고전화는 평균 1500여건. 태풍 등 자연재해가 발생할 때는 4000~5000건 이상의 신고전화를 받는다.
백성기 소방령(51)은 "언제 어느 곳에서 긴급 상황이 발생할지 모르니 잠시도 한 눈을 팔수 없다"며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다보니 업무의 피로도가 심하다"고 설명했다.
하루 동안 처리하는 1500여건의 신고 중 상당수는 화재나 구조구급 등 긴급 상황이 아닌 일반민원이다. '개가 돌아다니는데 잡아줘라, 아이가 열이 나는데 어느 병원으로 가야하나요.' 등등 민원인의 요구사항도 각양각색이다. 그래도 이 같은 민원은 상황이 나은 편이다.
새벽시간 주취자가 '나 집에 가야하니 구급차 보네, 니들 뭐하는 XX들이야 오라면 오지 말이 많아' 등 다짜고짜 욕설을 하고, 여성 소방관들에게 성적 모욕감을 주는 경우도 적지 않다. 상황실 근무를 오래한 일부 소방관들은 난청 등 부작용에 시달린다.
김지현 소방장(43)은 "도민에게 봉사해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긴급구조기관인데도 소방서를 개인용도로 이용하려는 일부 시민들을 설득하기 위해 긴 시간 실랑이를 벌일 때면 힘이 빠진다"고 했다.
소방관들은 현장출동 상황을 지휘하고 관리할 관제요원의 필요성에 대해 입을 모은다.
10명의 소방관이 신고전화만을 처리하기도 벅찬 상황에서 소방차나 구급차의 출동과정을 지켜보고, 이들이 적절히 업무를 처리할 수 있도록 상황별 메뉴얼을 전달하기에는 어렵다는 것이다.
최한신 상황실장(소방정)은 "상황실 근무자는 신고를 접수받고, 출동 지령을 내리는 업무만을 처리하기에도 많은 어려움이 있는데 출동이 원활하게 이뤄지는 지 등의 관제 업무까지 챙기다 보니 신고접수를 받는데 차질이 생기기도 한다"면 인력확충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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