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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바다낚시 여행 - 못 낚으면 또 어떠랴, 마음은 이미 넉넉한 것을

물때 잘 맞춰 나가면 살림망 그득 / 팔뚝만한 숭어 묵직한 손맛에 추위도 잊어 / 우럭·노래미·망둥어도 심심찮게 입질

▲ 부안 격포항에서 숭어낚시를 즐기고 있는 조사들. 매섭게 몰아치는 칼바람도 짜릿한 손맛을 찾아 나선 이들에겐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이강민기자 lgm19740@

혹한이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맹위를 떨치는 동장군 앞에서 너나 할 것 없이 잔뜩 움추리며 옷깃을 여민다. 야외활동도 잠정중단된 상태다. 이럴 때 일수록 삭풍의 한 가운데에 서보는 것은 어떨까. 인적이 드문 바닷가에서 차가운 겨울바람을 맞고 있으면, 어쩌면 따뜻한 방안에서 무료한 시간을 보내는 것보다 색다른 재미와 의미를 만날 수 있다. 여기에 제철 생선회 한접시와 칼칼한 매운탕 한그릇이 있으면 금상첨화다. 이번 주말 일상에서 벗어나 겨울 바다낚시 여행을 떠나보자.

 

새만금방조제 뚝방. '으~춥다'는 소리가 절로 나온다. 살을 도려내는 듯한 매서운 칼바람이 살속을 파고든다. '내가 왜 이 추운날 낚시대를 드리우고 있나'하는 후회가 밀려온다. 두손을 모아 한 움큼의 바닷물을 떠본다. 가뜩이나 시린 손이 차갑고 날카로운 촉감에 놀라 한기가 든다. 한파가 세상의 모든 것을 꽁꽁 얼려 고드름으로 주렁주렁 매달아버릴 태세다.

 

겨울낚시를 즐기는 출조객은 그리 많지 않다. 연중 바다낚시의 성수기라는 가을에 비해 겨울출조객수는 20~30%에 불과하다. 가뜩이나 을씨년스러운 겨울바다에 사람 그림자도 없어서인지 더욱 쓸쓸하다.

 

발길을 돌린 부안 격포항도 고즈넉하기는 마찬가지다. 드문드문 제철 생선을 구입하거나 생선회를 즐기려는 외지인들을 제외하고 격포항을 찾는 이는 많지 않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그런 을씨년스러움을 즐기려는 겨울 출조객이 없지 않다. 이른바 '극강의 하드코어낚시'를 선호하는 이들은 생각보다 많다. 매서운 바람과 싸우며 낚싯대를 드리우는 강태공의 모습이 사뭇 진지해보인다.

 

바다낚시의 경우 갯바위, 선상, 방파제 등으로 나뉘는데 겨울철의 선상낚시나 갯바위낚시는 개점휴업일 때가 많다. 대신 방파제낚시는 상대적으로 겨울에도 활발하다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 부안 격포항에서 만난 한 조사가 숭어들을 자랑스럽게 보여주고 있다. 이강민기자 lgm19740@

혹한 속에서도 묘하게 가슴은 얼어붙지 않는다. 간헐적으로 입질이 찾아오기라도 한다면 매서운 추위도 어느새 잊어버린다. 고기를 낚을 때의 쾌감은 무엇보다 바꿀 수 없는 짜릿함으로 자리잡는다. 적당한 입질과 손맛이 추위를 잠시나마 쫓아낸다.

 

겨울이라고 항상 춥지는 않다. 우리나라의 겨울 날씨는 사흘은 춥고 나흘은 따뜻하다는 '삼한사온(三寒四溫)'이다. 한파가 잠시 먼바다로 밀려날 때면, 그 틈을 비집고 출조객이 일시적으로 몰린다. 한파가 다시 엄습하면 출조객은 빠져나가곤 한다. 겨우내 방조제 인근에서는 한파와의 공방전이 되풀이되고 있는 셈이다.

 

이맘 때 방파제에서 잡히는 물고기는 숭어가 많다. 함민복 시인이 '숭어는 물나라 높이뛰기 선수/물 밖으로 높이 뛰어 오른다/사람들은 참 대단해/어떻게 공기 속에서 숨을 쉬지/철퍼덕, 물 속으로 들어간 숭어가/꼬르르륵, 공중에서 참았던 숨을 쉰다'고 했던 것처럼, 숭어는 힘이 좋다. 그런 숭어를 낚아챌 때의 기분은 아는 사람들만 안다.

 

 

▲ 숭어회

낚시로 숭어를 잡을 때는 숭어갯지렁이 또는 청갯지렁이를 미끼로 쓴다. 지렁이들은 손가락만 한 굵기에 길이가 1m가 넘는다. 지렁이를 가위로 잘라 미끼로 건다. 게속살을 미끼로 쓸 때는 낚시바늘에서 빠져나가지 않도록 잘 꿰어야 한다.

 

숭어 외에도 겨울바다에서는 토착성향이 강한 우럭, 노래미, 망둥어 등이 심심찮게 올라온다. 반면 수온이 떨어지면서 깊은 바다로 숨어버린 광어를 낚기가 여간 힘든게 아니다. 겨울 바다낚시의 매력은 마릿수 조과는 힘들지만 한번 걸면 대물이 나올 확률이 높다는 점이다.

 

물때만 잘 맞추면 조과가 제법 묵직해진다. 그렇다고 살림망이 홀쭉하면 어떠랴. 겨울바다는 비움의 공간 아닌가. 마음을 비우고 욕심을 비우면 비로소 뭔가가 넉넉해지는 방법을 터득하게 된다. 쓸쓸해서 더욱 낭만적인 겨울바다에 가 보시라. 탁 트인 바다에서 진한 향기가 밀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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