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해식 시인 '붉게 물든 노을이…' 출간
신해식 시인(59·운암중 교감)은 1993년 첫 시집'왕정동 연가'(신아출판사)를 끝으로 시를 떠난 듯 보였다. "시를 한꺼번에 다 써버리면 나중에 쓸 것이 없을까봐 두려웠다"는 게 20년 공백기의 거의 유일한 변. 1년에 10편 이내의 시만 써온 시인은 20년 만에 그간의 삶을 똘똘 말아 정리해 '붉게 물든 노을이 숲 뒤쪽에서'(신아출판사)를 펴냈다.
평생 교직에 머물면서 제자 양성에 힘을 쏟아온 그는 어찌보면 평탄하고 남 부러울 것 없는 삶을 살았다. 고등학교 재학 시절부터 백일장 대회에만 나가면 상을 휩쓸었던 이 문학소년은 고등학교 재학 시절 은사인 최 형 시인의 지도로 1972년 김현승 시인의 추천을 받을 정도로 전도 유망한 시인이었으나 오랫동안 시쓰기를 제쳐둔 탓에 돌고돌아 여기까지 왔다.
"첫 시집 소재이기도 한 왕정동은 남원여고 일대로 김시습의 금오신화에 나오는 '만복사 저포기'의 배경이 됩니다. '왕정동 연가'를 구상했다가 드라마에서 '연가' 시리즈가 나오면서 아쉽게 접었죠."
쉽게 쓰는 시는 쓰지 않겠다고 선언한 그였으나 막상 시를 모아보니 "누구나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시가 별로 없었다"는 자성에 시집 출간을 앞두고 이래저래 손을 봤다. 미학적으로 아름다운 시어까지는 아니어도 맑고 담담한 시어가 웅숭깊은 삶의 철학을 보여준다는 점이 특징.
'추울수록 단단해지기 / 매서울수록 파래지기 / 거세질수록 잔잔해지기 / 더러워질수록 깨끗해지기'('겨울나무')나 '물은 황금의 소리를 낸다 / 아침이 되면 / 물은 희다 // 밤이 되는 순간에 / 물은 깊어진다 // 변하고 변하고 변하여도 / 변함없이 / 태어난 곳으로 돌아온다'('물의 노래')는 시구에서 보여지는 삶의 통찰은 그의 올곧은 시적 결기에 다름 아니다. 소재호 시인은 이런 그를 두고 '시풍에 굽이치는 절조가 인상 깊다. 외유내강이랄까, 자기 담금질이 혹독한 면면은 수범의 상징이 될 만 하다'고 적었다.
전주에서 태어나 1989년 '문예사조'로 재등단한 그는 전북문인협회·전북시인협회·전북펜 회원으로 활동 중이며, 전북문인협회 부회장을 역임했고, 현재 전주풍물시동인회 회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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