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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채 위에 그려낸 소설 '혼불'

최명희문학관·전주부채문화관 '선화에 담은 혼불'전 다음달13일까지

 

'혼불'의 완독자는 얼마나 될까. 故 최명희씨가 1980년 봄 첫 문장 '그다지 쾌청한 날씨는 아니었다'부터 1996년 마지막 문장 '그 온몸에 눈물이 차오른다'를 쓴 '혼불'은 원고지 1만2000장을 채운 방대한 분량. 그러나 '혼불'을 조금이라도 읽어본 사람들은 우리말의 깃들인 혼의 무늬를 복원한 작품이라는 점에서 이견이 없다. 완독까지는 아니지만 1권씩이라도 '혼불'을 읽어본 전북의 미술작가들은 어떤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

 

서양화가 진창윤씨는 '혼불'을 읽으면서 그리움에 뿔이 났다고 했다. 누구도 채울 수 없는 미완의 빈자리로 남은 '혼불'을 통해 그는 일본 제국주의가 공출해간 세월에 대한 절망감, 그러나 시대의 희망을 읽을 수 있었다고 전했다. 뿔난 그리움으로 그린 아크릴화'과연 나는 어디서'와 '유랑민' 등은 그런 기억의 흔적이다.

 

한국화가 이홍규·장지은씨의 선화(扇畵·부채 그림)에선 '혼불'을 배경으로 한 아름다운 풍광을 통해 작품에 대한 그리움을 부채질한다. 언어를 조탁한 것 같은 아름다운 문체와 서정성에 힘입은 소설만큼이나 이들의 수묵채색화는 섬세한 시선과 예스러운 정취로 감싸안긴다. 아름다운 세월의 무늬가 새겨진 경기전 돌담길이나 사운대는 댓이파리 틈바구니에서 번뜩이는 달빛 등은 순결한 모국어를 담아 시대의 물살에 징검다리를 놓은 작가의 바람에 다름 아니다.

 

최명희문학관(관장 장성수)과 전주부채문화관이 '선화에 담은 혼불'展을 열어 전북 미술인들의 작품을 재조명한다. 고형숙 이봉금 이홍규 장지은 최윤진 서은형 임승한 정소라 진창윤 최지선씨는 각각 '혼불'을 읽으면서 "판소리를 읽고 있는 듯한 운율과 독특한 울림으로 장편 서사시를 읽는 것 같다"면서 "너무나 잘나서 못난 현대인들, 늘 허기진 사람들, 아픈 삶에 멀어져간 것들에게 체온을 불어넣어주고 싶었다"고 전했다. 전시는 31일부터 2월13일까지 전주부채문화관 지선실에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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