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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마리 팔면 10만원 손해…돼지 값 폭락 신음하는 양돈농가

"사료 값은 오르는데 수입물량까지 늘어" 이중고

▲ 익산시 왕궁면에서 양돈농장을 운영하는 유형규씨가 먹이를 달라고 울어대는 돼지들을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고 있다.

"돼지들에게 먹이를 주지 않을 수도 없고, 그저 한숨만 나옵니다."

 

14일 오전. 익산시 왕궁면에서 양돈농장을 운영하는 유형규 씨(53)는 연신 한숨을 내쉬었다.

 

사료 값은 가파르게 올라가고 있지만, 돼지 값은 지난 6개월 사이 절반이상 떨어지는 등 시름만 날로 깊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몇 마리 되지 않는 돼지로 양돈농장을 시작해 현재는 2000마리를 사육하는 중대형 농장주로 자리를 잡았지만 가파르게 떨어지는 돼지 값 앞에선 그의 20년 넘는 노하우도 아무 쓸모가 없었다.

 

"여기 보세요. 돼지들이 사료 달라고 울어대는데 속이 타들어갑니다. 먹이를 안 줄 수도, 그렇다고 마냥 줄 수도 없는 상황입니다."

 

먹이를 달라고 아우성치며 시끄럽게 울어대는 돼지들을 그냥 무시한채 한동안 물끄러미 바라보기만을 거듭하던 유씨는 먹이를 달라고 애원하는 돼지들의 울음소리가 너무 안쓰러워던지 약간의 사료를 던져주며 "아무리 못 받아도 (kg당) 4000원은 받아야 되는데, 지금은 3000원도 안 간다"며 "사료 값은 오르고 돼지 값은 떨어지니, 농가들은 죽을 맛이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사실 지난해 8월을 정점으로 떨어지기 시작한 돼지 값은 6개월째 계속 떨어지고 있다. 서울 시세를 기준으로 지난해 8월 kg당 4500원을 육박하던 돼지 값은 매월 200-300원씩 추락하더니, 1월에는 3019원을 기록했다. 이 가격선도 2월에는 무너져 2700원선으로 떨어질 것이라는 소식이 퍼지면서 양돈농가들의 시름은 더욱 깊어가고 있을 뿐이다며 재차 깊은 한숨을 내 쉬었다.

 

무게 110kg의 돼지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6개월을 길러야 하며, 이 기간동안 1만3000원하는 사료 12포대를 먹는다. 여기에 분뇨처리비와 약품비 등을 감안하면 한 마리를 기르는데 30만원은 족히 들어간다.

 

하지만 지금 유씨가 한 마리를 내다팔면 받을 수 있는 돈은 고작 20만원에 불과하다. 한 마리를 내다 팔 때마다 인건비를 빼고도 10만원 이상 손해를 보고 있는 셈이다.

 

양돈농가 대부분이 유씨와 비슷한 위기에 처해있다.

 

유씨는 "몇 백마리, 수천마리의 돼지를 기르는 양돈농가들이 힘들다고 하면, 정부나 소비자들은 농장들이 엄살을 부린다고들 하는데 정말 힘들다"며 "이제는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고 하소연했다.

 

양돈협회 관계자는 "예년의 경우처럼 3월이 되면 조금 나아질 것으로 기대는 하고 있지만, 올해는 워낙 가격이 폭락해서 좀처럼 회복이 힘들 것 같다"면서 "구제역 이후 정부 정책에 의해 돼지 사육량이 증가한데다, 수입물량까지 늘어나는 등 정부 정책이 농가들의 고통을 부추겼다"고 지적했다.

 

한편, 도내에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682농가에서 122만5000두의 돼지를 사육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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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만 kjm5133@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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