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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토레퍼토리컴퍼니 '꽃피는 봄 사월'】시대 읽기 '성공'…상상력 부족 아쉬움

해방 후 방공호에 사는 사람들 이야기

황토레퍼토리컴퍼니(대표 김희식)가 한국사회의 익숙한 주제를 꺼내들었다. 바로 '광복 후유증'이다. 극작가 김영수(1911~79)의 대표작'혈맥'(血脈)을 재해석한 '꽃피는 봄 사월'(6일 오후 7시 전주대 예술관 JJ아트홀·연출 장제혁)은 반세기를 뛰어 넘어 다시 무대에 올랐지만 '시차'를 느낄 수 없었을 만큼 1945년 혼란기를 오롯이 살려냈다.

 

서울 성북동 산비탈 방공호를 배경으로 방 한 칸 얻을 돈이 없어 잡초처럼 엉켜 사는 세 가족이 등장한다. 아들 거북이를 미군부대에 취직시킨 뒤 팔자를 고칠 꿈에 부푼 털보네와 의붓딸 복순이를 기생으로 만들기 위해 매질하며 밤마다 '신고산 타령'을 가르치는 옥매네, 징용갔던 일본에서 돌아온 담배장수 원팔이네에서는 고성이 끊이질 않는다. 사회개혁을 하겠다며 바깥으로 나도는 동생 원칠과 죽어가는 아내의 약값을 구하는 게 먼저라는 형 원팔은 서로 옥신각신하고, "기생만 하면 돈방석에 앉을 수 있다"고 악다구니를 내뱉는 엄마와 "기생은 죽어도 싫다"며 버티는 복순이의 힘겨루기를 거북이는 고통스레 지켜본다. 남의 머리나 깎아주면서 복순이 같은 마누라를 얻길 바라는 소박한 갑득이와 약삭 빠르게 제 살 길을 찾다가 젊은 새 마누라에게 모은 돈을 몽땅 털리는 털보는 비루한 현실을 버티는 웅크린 초상이나 해학적인 재미를 전하는 역설적인 캐릭터.

 

영화 '도둑들' 등에 출연한 연기파 배우 김강우는 털보로 과감한 상반신 노출로 웃음을 선물하는 등 능청스런 연기로 무게중심을 잡아줬고 젊은 배우들의 열연이 뒷받침 돼 공연의 완성도는 높았으나 진부한 시대극을 넘어서는 발칙한 상상력은 아쉬운 대목. 세 개의 방공호에 "거지 움막 같은 땅굴"을 표현한 김근종의 무대 디자인은 극에 사실감을 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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