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희 전북여성단체연합 공동대표
'뭉치'라는 성매매 경험 당사자 모임은 지난 3월 전주를 시작으로 대구, 서울, 부산을 순회하면서 당사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녀들은 묻는다. '성매매를 왜 선택했는가'라는 질문을 성구매 남성들에게는 하지 않고 성판매 여성에게만 던지는 이유를. 사회는 성판매 여성만을 공격 대상으로 삼고 있으며 성구매자인 남성들에게는 왜 아무런 책임을 묻지 않는가. 여성들에게만 탈(脫)성매매를 이야기할 게 아니라, 남성들에게도 탈(脫)성구매를 얘기해야 한다
2002년 제정된 성매매방지법은 성판매여성의 인권을 보호하고 성산업 착취구조에 강력히 대응하는 국가 책임을 부여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현 성매매방지법이 성판매 여성을 자발적 선택인가와 비자발적 선택인가로 나눠 자발적 성판매 여성은 피의자(나쁜 여자), 비자발적 성판매 여성은 피해자(불쌍한 여자)로 규정하고 있다. 이에 대해 성판매 경험이 있는 당사자 목소리는 의미심장하게 들린다. '나는 업소에 들어 갈 때 고민을 많이 하지 않았다. 고민이라고 하는 것은 선택의 여지가 많을 때, 선택이 가능할 때 하는 것인데, 10대의 어린 나는 그것 밖에 다른 것을 고민할 수 없었다. 업소가 나를 보호 하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깔리고 깔린 것이 업소, 집밖에 나왔을 때 나에게 손을 흔든 사람은 업주, 나는 취약한 어린 아이였을 뿐' '지금 성매매현장을 떠올리면 진짜 무섭다. 내가 어떻게 될지도 모르고 죽을지도 모르는데 그때는 몰랐다. 언제나 폭력에 노출되어 있는 그게 일상이었으니까. 나 좀 살아 볼라고 했던 건데. 폭력에 노출되어서라도 살아 볼라고, 그런데 사람들은 그것도 내 선택이니까 책임지라고 한다. 내가 무엇을 선택했는가 폭력에 노출되는 것을 선택 했나 그런 사람이 어디 있겠나?' 일상에서 모든 순간을 선택했냐 안했냐로 이야기 할 수 없다. 일상은 삶의 연속이고 맥락이 있기기 때문이다.
또 다른 여성은 이렇게 항변한다. 난 10대에 성폭력 경험으로 학교를 다니지 못했다. 그때 부모가 나를 보호해주지 못했고, 학교에서도 버려진 아이가 되었다. 주변의 시선들도 그랬다. 이렇게 성폭력 당하느니 차라리 돈을 벌자 했다. 처음부터 성매매를 생각한 게 아니었다. 성폭력과 성매매의 경계를 넘나들면서 매 순간 살기 위해서 존재했던 여성들에게 자발적 선택과 비자발적 선택의 경계는 이미 존재하지 않았다. 성폭력을 선택하는 여성이 없듯이 성매매를 선택하는 여성도 없다. 티겟다방 여성이 차배달을 나가서 성폭력 피해를 당했을 경우도 찻잔에 돈이 있었다는 이유로 피의자(나쁜 여자)가 되어야 하듯이 오직 댓가(돈)를 받았다는 이유로 성폭력이 성매매로 간주된다.
성구매 남성의 문제는 용납(묵인) 된 채 성판매 여성에게만 사회적 낙인을 찍어 자발적 선택인지 비자발적 선택인지를 밝히라는 것이 얼마나 비상식적이며 성차별적인가! 남성의 왜곡된 성적욕망에 대해서는 관대하면서 인권착취 당하는 여성들을 투명인간 대하 듯 하는 사회에서 여성들은 오늘도 생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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