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정씨가 꼽은 베스트 감독
△ 인간의 존엄성에 주목하는 벨라 타르 감독
헝가리의 거장 감독 벨라 타르(Bela Tarr). 감독은 전주영화제와는 인연이 깊다. 제1회 전주국제영화제에서 벨라 타르의 '사탄 탱고'가 상영된 뒤 국내에도 벨라 타르 지지자들이 암암리에 늘어났다. 그가 추구하는 것은 영원성이다. '내 생각에 인간의 존엄성은 영원한 것들 중 하나이고 나에게는 가장 중요한 주제다' 라고 말한다. 못생긴 사람이건, 범죄자건, 가난한 사람이건 인간의 존엄성을 지니고 있고, 그들도 개성과 삶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감독은 보여주려 해왔다. 놀랍게도 감독은 스물 둘이란 아주 이른 나이에 장편 데뷔작 '패밀리 네스트'(1977)를 만들었다. 이는 주택난을 제대로 해결해주지 못하는 시스템 아래에서 부모와 같이 살 수밖에 없는 젊은 부부에 대한 영화다.
감독이 이뤄낸 가장 큰 미학적 성취는 단지 사람의 얼굴만이 아니라 다른 물체, 공간, 빛 그리고 시간에게도 표정과 물성을 부여해 '감촉의 영화'를 만들어내는 데 있었다. 인간의 존엄성을 중요한 주제로 삼는 감독 벨라 타르. 전주영화제와 색깔이 잘 맞는다.
△ 흑백으로 11시간을 이야기하는 라브 디아즈 감독
'필리핀 가족의 진화'는 상영시간만 643분. '엔칸토에서의 죽음'은 540분. 긴 영화를 만드는 것으로 유명한 필리핀 라브 디아즈 감독(Lav diaz). 무지막지한 러닝타임에 관해 물으면 그는 2시간 내외로 이야기를 끝내버리기에 영화는 너무 거대한 매체라고 말한다. 러닝타임 11시간은 말이 안되는 이야기지만, 그래서 존경스럽기도 하다. 심지어 그의 영화에는 컬러도 없다. 처음부터 끝까지 흑백이다. 던져둔 것 같은 카메라 앵글이나 다큐멘터리적 현실과 극적 인간을 혼재시켜버리는 기발한 의식.
카메라 고정하고 계속 촬영을 한다. 롱테이크를 많이 쓴다. 그의 영화가 낯선 관객들은 '이게 영화야'라고 말한다. 영화는 지루하고 마냥 천천히 긴 영화인데, 라브 디아즈 감독은 의외로 초스피드로 얘기하고 경쾌한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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