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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줄 한줄…안쓰러운 이들 위한 토닥임

이소애 시인 시집 '시간에 물들다' 펴내

 

"힘내요, 힘내."

 

이소애 시인(69)이 4년 만에 펴낸 시집'시간에 물들다'(도서출판 계간문예)에선 어깨의 토닥임이 느껴졌다. 시인은 "이제 몸이 저녁 약속 잡는 걸 말린다"며 "움츠리며 사는 야생화처럼 몸을 낮추는 연습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대외 활동을 접고 매주 완주 노인복지센터에서 한글을 가르치는 시인은 '출석을 부르면 고개로 대답하고, 연필을 호미처럼 쥐고 삐뚤빼뚤 밭을 매는' 어르신들을 보고 눈물이 왈칵 쏟아졌던 기억을 떠올렸다. 문학이 고통에서만 오는 것은 아니지만, 남부러울 것 없이 살아온 그를 겸허하게 만든다는 생각이 든 건 요 근래다.

 

그래서일까. 시집엔 죄다 안쓰러운 이들로 그득하다. 시인은 구제역 파동으로 '지울 수 없는 한숨을 소와 함께 매몰시킨'(시'환청') 인간의 폭거에 반성을 요구하고, 낙태를 권하는 사회에 대해 '등지느러미가 찢어지고 꼬리를 앞뒤로 흔드는 사투'(시'연어를 사랑하는 여자')를 딛고 죽음을 극복한 연어의 삶에 눈을 맞추며 "(나의 삶도) 꽃대가 휘청휘청 허공을 업고 구부러진다"고 적었다.

 

독실한 가톨릭 신자로 종교나 사회로 빠지지 않고 예술 장르로서 시의 독립적 울림을 지키려 한 그의 남다른 노력에 대해 문학평론가 이운룡 전북도립문학관 관장은 '전통서정의 감수성을 지성의 맷돌에 갈아내어 익힌 터라 깊고 짭짤하게 전달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어쩌면 우리 모두 멀쩡하고 근사하게 사는 것 같지만, 사실은 다 "힘내"라는 말이 필요한 사람들이라는 시인의 뒤늦은 깨달음이 담긴 시집. 질투 많은 애인처럼 '너밖에 없어'라고 전력을 다해야만 응답을 주는 시에 대한 섭섭함이 "'옴스래기' 시가 됐다". 시인은 오늘도 내일도 애인의 마음을 붙잡기 위해, 허리를 굽히고 묵묵히 시밭을 가꿀 터다.

 

1994년 '한맥문학'으로 등단한 시인은 시집'침묵으로 하는 말','쪽빛 징검다리'와 수상집'보랏빛 연가'를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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