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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마을 어르신과 문화적 치유의 만남

▲ 김선태 문화연구 '창'대표
전국의 기초생활수급자 비율이 2.9%에 비해 전북은 5.1%를 차지하는 곳으로서, 경제적 약자를 위한 생계보호 정책이 어느 다른 곳보다도 절실하다. 경제적 약자는 문화소외도 크기 마련이다. 문제는 문화소외가 단지 경제적 지원을 한다고 해서 일거에 해소되기 어렵다는 점이다. 문화소외는 의식의 영역으로서 지역과 계층, 경제적 여건 등에 포괄적으로 연관되어 작용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문화소외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천편일률적이고 개별적인 지원에 안주하지 않고, 소외의 근본적인 문제를 제대로 포착하여 대상에 맞는 종합적인 문화적 접근이 뒤따라야 한다.

 

지난 14일에 진행된 부안군 위도 방문행사에서 그러한 접근의 보기를 찾을 수 있었다. 위도중고등학교 강당에서 펼쳐진 행사는 사회복지전문가, 의료진 그리고 예술인들과 부안군지역 자원봉사자 등 100여명이 다양한 프로그램을 준비하여 마을 어르신들과 자리를 함께 했다. 이날은 건강진단이 제일 큰 관심사라는 것을 전해준 사회복지전문가의 의견에 따라 먼저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건강진단을 실시하였다. 행사장에 도착한 어르신들은 먼저 접수를 하고, 건강진단과 처방과정에 예술가들의 공연이 곁들여졌다. 링거를 투약하면 수십 분 동안 움직이지 못하는 무료함을 달래주기 위함이었다. 작은 무대에 선 연주자들의 정답고 진심어린 연주는 경직되었던 어르신들의 마음을 풀어주었고, 어느새 깊게 패인 눈가와 입주름에는 미소가 번졌다. 형식적인 문화관람이 아닌 현실조건을 고려한 공연양식과 내용이었다. 이는 노년층 지원이 식사나 의료제공 등 개별적이고 성과위주적인 방식에서, 복합적이고 종합적인 지원방식으로 변화해야 함을 보여주고 있었다.

 

뒤이어 진행된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한 캐리커처와 네일아트에는 더 큰 의미가 있었다. 그리 길지 않은 시간동안 서로를 바라보거나 마주잡으며 작업이 전개되어 서로 따듯한 온기와 마음으로 교감할 수 있었다. 이 과정에 그들의 대화는 건강의 문제를 넘어서, 살아온 이야기를 정답게 담아 도화지와 손톱에 그려지고 있었다. 이 순간 네일아트와 캐리커처를 하는 사람들은 단순한 문화 제공자가 아니었다. 그들 역시 치열한 삶 속에서 지혜를 터득한 어르신과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즐거워했다. 그들은 서로의 손을 붙잡거나 안기만 한 것이 아니라, 이야기로 상대방을 끌어안으며 행복한 시간을 사진에 간직하고자 했다. 결국 베풀고자 했던 것은 매개물이었을 뿐, 오히려 만남과 이야기로 통해 서로를 문화적으로 치유할 수 있었다.

 

미국 코넬대학교 칼필머 교수는 저서를 통해 사회와 기업이 노인들의 지식과 지혜를 활용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그는 '지구만한 행복도 순간 속에 담겨있다'고 표현하며 '행복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맛있는 음식을 먹듯 삶의 음미하라는 것'이라고 했다. 결국 우리의 문화적 만남이라는 것은 한 순간이라도 서로의 마음이 통하는 '행복한 순간'을 음미할 수 있어야 한다. 문화적 만남은 시혜와 수혜가 아닌 서로 만나 행복하고, 공유하는 것이다. 문화는 거래의 대상이 아니다. 이날 섬마을에서의 문화적 만남은 모두에게 일어나거나 장시간 지속된 것은 아니다. 그 곳에는 여전히 행세와 치적 중심의 만남도 있었고, 수혜자와 시혜자를 규정하면서 냉정한 갑과 을의 관계도 공존해서, 보는 이에 따라 소개한 내용이 무색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자는 섬마을에서 본 작은 행복한 순간을, 이 시대의 문제를 치유할 수 있는 문화적 만남으로 주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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