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도높은 훈련으로 단원 연주력 튼실하게 / 폭넓은 공연 시도에 유료회원 혜택도 넉넉
△ 수원시향 브랜드 지휘자 김대진 예술단 체질 개선 앞장= 한국에서 가장 뜨거운 클래식 음악 도시는 경기도 수원이다. 인구 114만의 수원이 클래식 마니아들로부터 관심을 받는 지역으로 떠오른 건 서울을 제외하고 수원이 공립 오케스트라를 2곳이나 있어서다. 더욱이 지휘자 구자범이 영입된 후 경기도청이 지원하는 경기필하모닉의 도약으로 김대진이 이끌어 부쩍 성장한 수원시향이 본의 아니게 팽팽한 라이벌전을 연출해 클래식 팬들은 연주회를 골라 보는 호사를 누릴 수 있었다. 지난 5월 구자범이 단원들과의 성희롱 파문으로 사표를 내면서 다시 주춤하는 모양새가 됐으나, '입장 권장 나이'를 설정하며 말러 교향곡 2번 '부활' 등 굵직한 연주회를 비롯해 연주 곡목을 사전 공지하지 않는 만우절 연주회, 시각장애인을 위한 영화 음악회 등 기획력이 돋보이는 대중적 연주회, 90명 안팎의 대편성을 고집하는 찾아가는 음악회 등으로 호평을 받았다.
수원시향의 최고 브랜드는 지휘자 겸 피아니스트로 활동하는 김대진(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이다. 그래서 수원시향의 성장은 김대진 이전과 이후로 대별된다. 2008년 김대진 지휘자가 처음 부임했을 때만 해도 불도저식으로 밀어붙인 훈련으로 단원들은 아주 괴로워했다. 그가 자주 했던 잔소리 아닌 잔소리는 "우리의 그릇을 베를린 필과 비교할 수는 없을지 모르지만 어떤 크기의 그릇이라도 가득 채우면 관객은 감동을 받게 돼 있다. 고통스럽더라도 그릇을 채우는 과정이 중요하다"는 것. 그의 취임 이후 강도 높은 훈련으로 수원시향의 소리가 정평 있는 현에다 관의 짜임새가 보태져 해상력이 선명해졌다는 평가를 듣게 됐고, 고달파했던 단원들도 그의 뚝심을 묵묵히 잘 견뎌내고 있다. 그러나 1년 마다 치러지는 예술단 정기평정으로 해임된 사례는 없고 1~2명 정도 포지션을 바꾸는 정도에 그치고 있다.
△ 시향 베토벤·차이코스스키 고전 시리즈 발굴, 합창단 대중적 음악회 시도= 사무국을 제외한 150명(교향악단 100명·합창단 50명)으로 운영되는 수원예술단의 1년 예산은 88억(수원시향 59억·수원시립합창단 29억). 수원시향도 다른 지역 시향과 비슷하게 매년 60여 회 연주회를 소화하지만, 여기엔 착실하게 다져진 연주력이 담보된다.
김대진 지휘자는 모범생에 가까운 정공법을 택했다. 흔해서 더 어려울 수 밖에 없는 베토벤·차이코프스키 시리즈다. 수원시향은 2010년 베토벤 교향곡 전곡을 연주하는 '베토벤 사이클'을 성공적으로 마친 뒤 올해 '차이코프스키 사이클'에 또 도전한다. 6회에 걸쳐 차이코프스키의 교향곡 6곡 전곡과 3곡의 피아노 협주곡, 바이올린 협주곡, 첼로를 위한 로코코 주제에 의한 변주곡, 피아노를 위한 콘서트 판타지아 등을 소화하는 대장정이다. 그의 목표는 "베토벤 시리즈를 시작할 때와는 완전히 다른, 외국에서도 알아주는 교향악단으로 발돋움하는 것". 세계적으로 주목 받는 스타 제자들을 키워낸 지휘자 덕분에 '베토벤 사이클'에서는 임동민 손열음 김선욱 벤 킴 김규연 등 수준급 피아니스트를 섭외했고, '차이코프스키 사이클'에서는 김민재(바이올린) 조영창(첼로) 김규연 이진상 김진욱 올리버 케른(피아노) 등이 함께 한다. 한수민 수원시립예술단 기획홍보팀장은 "워낙 잘 알려진 지휘자인 데다 피아노와 지휘를 겸하기 때문에 협연자들을 폭넓게 섭외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했다.
지휘자 민인기가 이끄는 수원시립합창단도 기획력에서 밀리지 않는다. 합창단이 창단 25주년을 맞아 기획한 '뭔가 특별한 음악회'는 인기 프로그램. 이 음악회는 합창단 단원들을 오페라·뮤지컬·퓨전·해학마당극 등 4팀으로 나눈 뒤 공연을 제작하는 것이다. 수원시립합창단이 수원시향에 비해 20회가 더 많은 80회를 소화하게 된 데에는 이 팀들이 매년 짜둔 프로그램으로 찾아가는 미니 콘서트를 손쉽게 할 수 있게 되면서다. 하지영 수원시립예술단 기획담당자는 "합창단원들의 장점을 반영해 팀을 짜면 제각각 재밌는 공연물이 나온다. 실제로 이 공연을 통해 팬들이 생기기까지 했다"고 설명했다. 올해 창단 30주년을 맞은 수원시립합창단은 세계적인 매니지먼트회사인 DCINY 초청으로 미국 뉴욕링컨센터 단독 연주회와 베르디 탄생 20주년 기념 '베르디 오페라 갈라 콘서트' 등도 계획하고 있다.
△ 유료 회원제 체계적 운영으로 티켓 파워 확인= 수원시향의 지난해 평균 유료 관객 점유율은 60~80%로 뛰어올랐다. 수원시향은 특히 서울예술의전당과 연계한 공연으로 서울·수원에서 두 차례 연주하며 보폭을 넓혀나가고 있다. 이같은 티켓 파워 이면에는 체계적으로 운영되는 유료 회원제가 한 몫 한다. 지난해 사무국을 재정비한 수원시립예술단은 유료 회원제 관리부터 팔을 걷어부쳤다. 그 결과 2010년까지 500명을 유지하다가 2011년 300명까지 줄었던 회원들이 지난해 420명, 올해 580명으로 늘었다. 유료 티켓이라고 해봤자 5000원·1만원·2만원이 전부지만, 유료 회원에 가입하면 각종 할인 헤택이 주어진다. 유료 회원제는 총 세 가지. 백로(VIP·10만원) 소나무(골드·5만원) 진달래(일반·3만원)로 VIP석 R석 10장 예매 30%, R석 2장 S석 6장 예매 30% 할인, S석 8장 공연 예매 20% 할인 혜택이 주어진다. 여기에 1년에 한 번 유료회원들만을 대상으로 한 연주회도 있다. 창단 30주년을 맞은 수원시향이 그래미상을 수상한 엔지니어 황병준를 참여시켜 내놓은 베토벤 교향곡 2·5번 음반(소니클래시컬)과 올해 또 발매될 차이코프스키 음반도 유료 회원들에게 제공되는 또 다른 선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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