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분석에서는 상처나 갈등이 있을 때 문제를 부인하거나, 남을 탓하거나, 극단으로 나누어 이해하지 않고 승화나 기대, 유머와 같이 성숙된 방어기제를 사용해야 한다고 말한다. 최근 정신건강의 중요한 지표로 역경 극복력 또는 자아 탄력성(resilience)이 많이 언급된다. 힘든 일이 있어도 잠시는 위축되지만 고무 탄성처럼 다시 회복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하는 것으로 탄력성을 구성하는 여러 요소들에 대한 다양한 주장들이 있지만 필자가 개인적으로 중요하게 생각하는 3가지를 소개한다. 첫째, 배울 수 있는 마음이다. 우리가 어떤 어려움을 겪었을 때 힘들어하는 대부분의 이유는 원인을 또는 왜 그러는지를 이해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분이 나쁘고 속상하지만 "아-- 그런 점도 있겠구나--"라고 조금이라도 배우거나 깨달은 점이 있으면 마음적으로 넘길 수가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아-"라는 생각에서 동양과 서양의 사고방식은 차이가 있는 것 같다. 서양은 기독교 문화로 내가 뭘 잘못 했구나라는 죄책감을 강조하는 반면 동양은 부끄럽거나 창피한 윤리를 강조한다. 특히 불교에서는 어리석음을 마음의 삼독(탐진치) 중 하나로 중요하게 생각한다. 둘째는 타협할 수 있는 마음이다. 타협을 모르는 사람은 추진력은 좋을지 모르지만 꺽이거나 지치기가 쉽다. 타협은 어떤 일에 대해 세밀하게 분화된 이해가 있어야만 가능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인지적으로 서로 다른 경우를 잘 구분할 수 있어야하고 이에 따라 정서적 반응도 미룰 수 있는 중간 감정이 있어야 한다. 인지적으로 서로 다른 경우를 잘 구분하면 스트레스를 쪼개어서 일부만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어려움을 보다 쉽게 넘길 수 있다. 중간 감정이란 그럴 수 있구나라고 이해는 하지만 정서적으로는 와락 친밀하지 않을 때의 느낌인데 개운하게 정리 돤 감정이 아니어서 부정적 뉴앙스가 있지만 허용해줄 수 있다는 점에서 정신건강 유지에 중요할 수 있다. 셋째는 어떤 일을 병행할 수 있는 마음이다. 성격에 따라 어떤 사람은 한 가지가 걸리면 그것이 해결되기 전까지는 다른 것을 하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 마음은 벌집처럼 많은 방을 가지고 있어야만 건강하다. 즉 방이 한 칸이면 어느 구석에서든 연기가 필 때 전체가 영향을 받지만 방이 여러 칸이면 연기가 나더라도 그 칸 하나만 영향을 받으므로 다른 일을 수행할 수 있게 된다. 인생 자체가 상처투성이기 때문에 어떤 일로 사람 관계가 틀어졌다고 해서 그 일을 풀려고만 전전긍긍할 필요가 없이 그냥 내버려 두고 다른 일을 하는 것이 도움이 되기도 한다. 도종환 시인의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은 없다는 시구를 떠올리면서 마음의 여유를 가져볼 일이다.
△ 정 교수는 전북대 의대를 졸업했으며 전주시 건강증진센터장, 대한조현병학회 부이사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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