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크 분산·출자한도 두배로 광주은행 인수 가능 여건 조성
전북은행과 JB우리캐피탈을 자회사로 둔 JB금융지주회사가 지난 1일 출범했다. 지난 1969년 12월 도내 상공인과 도민들의 성원으로 창립된 전북은행이 마침내 44년만에 금융지주회사로 발돋움하게 된 것이다. 1998년과 2008년 두차례에 걸친 금융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금융산업계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도 자산을 늘려온 전북은행이 지주회사 출범으로 이제 제2의 도약기를 맞고 있는 것이다. JB금융지주회사 출범을 진두지휘한 김 한(金 翰) 전북은행장 겸 JB금융지주회장(59)을 만나 지주회사 설립의 당위성과 현안으로 대두된 광주은행 인수 문제, 서민과 중견 중소기업 중심의 최고 소매 전문 금융그룹으로서의 과제, 사회적 책무, 향후 구상 등에 대해 들었다. 스마일 은행장으로 소문 난 김 회장은 인터뷰 내내 밝은 표정이었고 자신감에 차 있었다. 인터뷰는 전북은행 접견실에서 1시간 동안 진행됐다. 송승현 전북은행 지역공헌부장이 배석했다.
-은행장에 취임한 뒤 얼마 되지 않아 전주 평화동 가맥집(가게맥주)에서 뵌 적이 있습니다. 직원들을 데리고 와 맥주를 마시던 모습을 보고 "처음이라 친숙해지려는 쇼겠지" 했습니다. 그런데 계속해서 호프집, 가맥집 이런 곳에서 직원들과 만나 대화를 나누는 걸 보고는 몸에 밴 소탈한 성격이란 걸 알게 됐습니다. 실제로 주변에서도 그런 말을 많이 합니다만.
"가게맥주집이란 게 우리 지역만 있지 않습니까. 다른 지역에는 없어요. 가맥문화가 나한테 맞고 또 가격도 저렴해서 좋아요. 직원들과 격의 없이 만나기 때문에 소통하는데 적격이지요.직원들과 소통하기 위해 이용하는 것이지요."
-얼마전 JB금융지주회사를 출범시켰습니다. 국내 11번째, 지역기반 금융지주로는 3번째입니다. 그만큼 몸집이 커졌다는 얘기인데, 규모는 어떻습니까.
"부임할 때 자산이 7조 3000억이던 것이 3년 반만에 15조 원으로 두배 이상 늘었습니다. 직원은 1800명, 점포 수도 100여개로 불어났습니다. 자산 규모가 작으면 경기변동에 취약하고 지역경제에 기여하는 데에도 제한적일 수밖에 없어요. 서민과 중소기업 지원을 충실히 하기 위해서도 규모를 늘릴 필요가 있습니다."
-왜 금융지주회사 설립이 필요한지 궁금해 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첫째는 리스크 분산입니다. 전북은행과 JB우리캐피탈 두 곳이 있는데 현재로선 한 곳이 잘못되면 곧바로 상대방 회사에 영향을 주게 됩니다. 그러나 지주회사 체제가 되면 다른 회사에 영향을 주지 않아요. 금융위기 등 경기변동이 크고 주기도 빨라지는 추세인데 이런 상황일수록 서로 영향을 받지 않도록 안정화하는 게 중요합니다. 지주회사 체제가 되면 또 고객 간의 정보교환과 종합서비스가 가능하다는 점도 장점입니다. 다른 하나는 은행법상 출자한도가 자기자본의 30%인데 지주회사가 되면 두배로 늘어나게 됩니다. 업무영역이 그만큼 늘어나게 되고 인수합병도 수월해지는 장점이 있습니다."
-광주은행 인수를 겨냥한 측면도 있다는 얘기군요.
"광주은행 인수를 겨냥한 것만은 아니지만 인수가 가능한 여건이 만들어진 것이지요."
-자회사가 전북은행과 JB우리캐피탈 두 곳뿐인데 '규모의 경제'를 이룰려면 지주회사로서는 적은 숫자 아닙니까.
"앞으로 늘려 나갈 겁니다. 서민과 중소기업 업종을 지향하고 있는 만큼 이 타깃에 맞으면 진출할 생각입니다. 하지만 중소기업, 서민은행 테두리를 벗어나는 확장은 하지 않을 겁니다. 또 업종이 서로 다른 분야 끼리는 사람 교환도 하지 않을 생각입니다."
-JB지주의 경쟁력이랄까, 기대효과를 든다면.
"다른 금융지주에 비해 규모가 작아요. 그런 만큼 소매금융 분야에 특화할 생각입니다. 경쟁력도 충분합니다. JB우리캐피탈이 워크아웃돼 1년반이나 영업을 하지 않았지만 인수 2년만에 캐피탈 업계 2위로 올라설 만큼 성장률이 높았어요. 이런 노하우에다 소형 금융분야에 특화한다면 기대에 어긋나지 않을 만큼 성과가 나타날 겁니다."
-광주은행 인수문제가 현안으로 부상해 있는데 어떻게 전망하십니까.
"정부가 곧 매각 계획을 발표할 겁니다. 그 이전에는 아무 것도 장담할 수가 없어요. 특히 인수가격을 알마로 할 것인지가 가장 큰 관건인데 정부는 가급적 많은 가격을 받아내려 할 겁니다. 면밀한 분석이 필요하겠지요."
-경쟁 상대 금융권은 윤곽이 좀 드러났나요.
"다른 지방권 은행, 펀드 투자 등이 예상되고 중국 최대 은행인 공상은행이 관심을 기울인다는 언론보도도 있습니다."
-광주은행 인수의 메리트는 무엇입니까.
"전북은행과 광주은행이 영업상 겹치는 곳이 없다는 것이 장점이지요. 인수 이후 상승효과가 얼마나 나타나느냐 하는 것도 중요한데 전남·광주 인구가 전북보다 많고 고객정보 시너지 효과도 다른 어느 금융기관보다도 우리가 낫습니다. 지역사회의 문화가 우리한테 호의적인 것도 플러스 요인입니다."
-도민 성원으로 세워진 전북은행이 이젠 금융지주회사로 성장했습니다. 그런 만큼 도민들도 뿌듯해 할 것이고 사회적 책무도 중요하겠지요.
"전북은행의 이익 대비 사회공헌율이 13%입니다. 일반적으로 10%를 넘기기가 힘든데 13%라는 비율은 굉장히 높은 수치이지요. 작년 사회공헌액이 95억 원 정도 됐습니다. 지주회사가 된 이후에도 계속해서 사회공헌을 늘려나갈 생각입니다."
-지역사회 환원 활동도 많이 하는 걸로 듣고 있습니다만.
"다문화가정 친정 보내기, 청소년 장학사업, 지역의 아동센터를 리모델링한 희망의 공부방 운영, 메세나사업 등 많은 공익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100개 봉사단을 운영중이고 분기마다 한차례 이상 봉사활동을 합니다. 각 지점들이 지역에서 사회 봉사활동에 참여하고 있고 이런 실적을 지점장 평가에도 반영합니다. 나이 들고 소외된 사람들, 미취학 아동을 위한 문화사업 등 하고 싶은 일이 많아요. 그럴려면 돈을 많이 벌어야 하겠지요."
-기금운용본부가 전북에 이전해 오면 지역사회발전에 기여하도록 해야 한다면서 '지역발전 펀드 조성' 아이디어를 낸 것이 눈길을 끌었습니다. JB금융지주도 투자할 의향이 있다고 하셨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펀드를 구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수도권과 지방 간의 경제불균형이 심화되고 있지 않습니까. 어떻게 지역을 개발할 것인지가 과제인데 정부 예산만으로는 한계가 있어요. 기금운용본부의 재원으로 지방상생펀드를 만들어 지역에 투자하면 지역개발도 되고 운용수익도 남기는 등 서로 윈윈하는 투자가 될 겁니다. 국민연금 기금은 지금 400조원이지만 앞으로 2500조 원까지 늘어나게 됩니다. 이 재원을 SOC분야나 수익성을 낼 사업에 투자하자는 것이지요. 연금기금이 투자하면 기관과 은행들이 따라오지 않을 수 없어요. 연금기금이 이 분야에 관심을 기울인다면 JB금융지주도 기꺼이 투자하겠습니다. 물론 국회 등에서는 수익성을 따지며 반대하는 기류도 있겠지만…."
-JB금융지주는 서민과 중견 중소기업 중심의 금융그룹을 지향하고 있습니다만 지역의 분위기는 어떻습니까. 아쉬운 점도 있을 터인데요.
"전북도의 파이가 커야 금융기관도 커지고, 도민 호응이 있어야 은행도 발전합니다. 그런데 소극적이고 진취적이지 못한 분위기가 있는 것 같습니다. 좀 더 진취적이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느낍니다. 우리 직원들도 처음엔 소극적이고 진취적이지 못한 측면이 많았는데 지금은 월등히 개선됐습니다."
-필요할 때 손 쉽게 대출 받고, 예금이자 높게 주고 서비스 잘 하면 최고의 은행 아니겠습니까. 이에 대해 전북은행은 어떻다고 보십니까.
"시중은행들은 대기업들에게 커다란 규모의 돈을 빌려주기 때문에 낮은 이자를 받지만 서민 중소기업 은행인 전북은행은 그렇지 못합니다. 하지만 돈 필요할 때 전북은행과 시중은행 중 어느 곳이 더 돈 빌리기가 쉬울까요. 절실한 사람에게 더 많은 도움을 주고 있는 은행은 전북은행입니다. 전북도민 은행인 만큼 도민들이 이용해 주셔야 합니다."
-고객에 대한 직원들의 친절 서비스도 중요한 경쟁 요인인데요.
"처음엔 서비스가 부족하다는 지적들이 있었어요. 하지만 지금은 많이 개선됐습니다. 컨설팅, '점프 3.0' 등 친절 교육과 캠페인을 계속 하고 있어요. 괄목할 만한 수준으로 좋아졌습니다."
-취임 3년 반이 지났습니다. 보람 있었던 일과 아쉬웠던 일도 많았을 법 합니다만.
"자산 규모를 두배 이상 늘리고 사회 봉사활동을 많이 했습니다. 물론 보람 있는 일로 기억에 남습니다만 그보다는 다문화 지원을 시작한 것이 가장 의미 있었던 일이 아닌가 싶습니다. 멀리서 시집 온 다문화 가정의 부인들을 대상으로 한 친정보내기 활동인데 반응이 좋습니다. 그런데 아직도 사각지대가 많아요. 하고 싶은 일은 많은데 여력이 미치지 못해 안타까워요."
-호프집, 가게맥주 집은 앞으로도 직원들과 소통의 공간으로 활용하시겠지요.
"그럼요. 오늘도 일과 끝난 뒤 직원들과 같이 가기로 돼 있어요."
-JB금융지주 출범에 맞춰 도민들에게 당부하실 말씀이 있다면.
"도민 성원에 힘입어 탄생한 전북은행이 44년간 외부 돈 한푼 받지 않고 살아남았다는 건 대단한 일입니다. 우리나라 수많은 은행중에서 정부 돈 받지 않고 영업하고 있는 은행은 전북, 부산, 대구은행 세곳인데 둘은 광역시 은행이고 도세가 취약한 곳에서 일취월장 하고 있는 은행은 전북은행이 유일합니다. 모두 도민들께서 사랑해 주시고 성원해주신 덕분입니다. 이익 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명멸이 잦은 금융산업 현장에서 100년 이상 지속 성장해 나가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지주회사로 출범한 만큼 발버둥치고 노력해서 더 도약하겠습니다. 변함 없이 지금처럼 사랑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이경재 선임기자(수석논설위원)
● 김한 전북은행장 겸 JB금융지주회장은
△서울 출생 △1954년생 △경기고와 서울대 기계공학과, 미국 예일대 경영대학원 졸업 △삼일회계법인 근무 △제너럴 모터스 근무 △동부그룹 미국 현지법인 사장 △대신증권 국제본부장, 인수본부장, 기획본부장 상무이사 △금융감독위원회 기업구조조정 위원 △유클릭 회장 △메리츠증권 부회장 △KB금융지주 사외이사 △2010년 3월19일 전북은행장 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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