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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산시 시민 창안대회·창조스쿨] 번뜩이는 아이디어로 우리동네가 반짝

110개 제안사례 중 30개 현실화

▲ 창조스쿨에 참가한 시민들

똑똑.

 

"누구세요?"

 

"네, 00호 주민인데요. 책 빌리러 왔습니다."

 

"어서 오세요."

 

이런 풍경이 상상되는가. '똑똑도서관' 책을 빌리면서 그 책을 먼저 읽은 사람으로부터 책에 대한 이야기도 들을 수 있고, 이웃과 인사하며 자연스럽게 만날 수 있는 도서관. 이것이 바로 시민들이 제안한 아이디어다.

 

인구 1만 명의 작은 산골마을 일본 유후인에 연 400만 명의 관광객이 찾는다. 바로 주민들이 '작은 뱃뿌'가 되지 말자는 각오로 '별밤이 쏟아지는 음악제', '영화관이 없는 마을의 유후인 영화제' 등을 통해 지역만의 색깔, 특성을 살려 자기다움이 있는 도시를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또, 일본 도쿄 세타가야구의 주민들은 1년 동안의 토론을 거쳐 소각장 굴뚝 색상디자인을 결정했다. 시민들의 아이디어가 지역을 살기 좋게 바꾼 좋은 예이다. 이것은 비단 일본의 경우에 한주되지 않는다. 국내에서도 시민들이 직접 참여해 구체적이고 실현가능한 정책 만들기가 필요해지고 있다.

 

'시민들의 반짝이는 아이디어가 세상을 바꾼다.'

 

익산에서 일어나고 있는 시민들의 작은 움직임이 주목받는 이유다. 익산시는 10년 전부터'시민창조스쿨'을 시작했고, 반응이 좋자 2010년부터 '사회창안대회'를 진행 중이다. 시민들의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모아 아젠다를 만드는 것이다.

 

'시민창조스쿨'은 살기 좋은 우리 마을을 만들기 위한 상상과 아이디어를 가진 시민 4~8명이 팀을 만들어 현장 답사와 선진지 견학, 주민 설문조사 등을 통해 완성도 높은 배움의 프로젝트로 만드는 프로그램. 그렇게 시민들이 협업을 통해 만든 프로젝트는 전문심사위원단·시민평가단 100명이 모인 자리에서 발표를 통해 보다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게 된다. 시는 프로젝트에 따라 직접 행정의 정책에 반영하기도 하며, 구체적 지원을 통해 시민들이 실행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

 

'사회창안대회'는 내가 사는 곳, 내가 다니는 학교가 있는 곳, 직장이 있는 곳 바로 우리 지역의 문제를 가장 잘 알고 생활 속에서 직접 접하고 있는 시민들이 특정 분야 혹은 다양한 분야의 공익적인 아이디어를 제안하는 것이다. 'Top 7 우수 아이디어'를 선정하고 직접 시민들이 발표하는 장까지 제공한다. 공무원 조직이 시민과의 소통하고 현장의 이야기를 전해들으면서 혁신의 답을 찾을 수 있다는 고민의 연장선이다.

 

대상까지는 채택되지는 않았으나 덮어두기엔 아까운 아이디어 중 '꽃과 나무에 이름표를 달자'는 게 있다. 직장인 최선주씨는 처음에는 너무 사소한 아이디어를 내놓는 게 부끄러웠다고 한다. "길을 가는 데 어린 조카가 "이모 이 꽃이름이 뭐야?" 물어보는 거예요. 순간 당황했지요. 매일 보던 도로의 꽃이었는데, 정작 이름은 모르겠더라구요.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아이디어. 시민 모두가 이렇게 작지만 아기한 아이디어인데, 이 작음을 지나치지 않고 자꾸만 들여다보며 개선하려고 생각을 표현하고 의견을 모은다면 머지 않은 내일에는 어느 도시 못지 않게 살기 좋고, 머무르고 싶고, 자꾸만 자랑하고 싶은 도시가 되지 않을까요?"

▲ 깔 맞춘 분리수거함

'재활용품 분리수거함에 색깔을 입히자'는 제안을 한 직장인 한명수씨도 아파트에 마대 푸대를 분리수거 용기로 사용하는 것을 보고, 분리 수거함도 색깔별로 분리하면 분리수거를 즐거운 마음으로 할 수 있겠다 싶다고 판단해 낸 아이디어다.

 

'식물원은 살아있다'로 원광대 식물원을 시민에게 개방하고 공원화하자는 대학생들도 있었다. 전통시장 지도를 시작으로 여러 테마별 지도(원도심, 문화시설, 개방화장실, 베스트 포토 스팟, 자전거 안전지도 등)를 제작하고, 축적된 데이터를 시민들에게 제공하자는 취지에서 기획된 것. 이는 내가 사는 고장을 좀 더 안전하고 즐거운 고장으로 만들기 위한 시민들의 아이디어다. 현재까지 익산시에 110여 개를 제안해 30개가 현실화됐다. 현실이 된 아이디어로는 시내버스 LED 번호표시기 설치, 익산시청 앞 광장 시민휴식공간으로 리모델링, 송정제 공원 장애인 편의시설 경사로 재공사, 동주민센터 민원창구 번호대기표 설치, 시내버스 정류장 공공디자인 도입 등이 있다.

 

꿈꾸는 시민이 내가 사는 지역을 디자인하는 사회. 우리가 희망하는 모델이다. 사람과 지역에 대한 열정과 사랑, 그리고 지역이 가진 자원을 재해석하고 발견하는 일. 우리 모두가 꿈꾸는 세상일 것이다.

 

김진아 문화전문시민(익산문화재단 경영관리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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