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 언급 않고 친환경적 측면만 부각 / 한국 대표적 공업이 원전이라 소개도
환경운동연합이 교과서에 나오는 원자력발전소(이하 원전)에 대한 내용을 분석한 결과 교과서에서는 대체적으로 '원전은 안전하고, 깨끗하며, 경제적인 유용한 에너지'라며 우호적인 내용으로 기술되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에도 이러한 원전에 대한 기술은 바뀌지 않았으며, 원전에 대한 왜곡이 계속되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원전에 대한 교과서의 왜곡이 우연한 것이 아닌, 정부와 한국원자력문화재단에 의해 계획적이고 지속적으로 진행된 교과서 수정작업의 결과라는 사실은 더욱 충격이 아닐 수 없다.
△원전 온배수 배출 사례 왜곡
고등학교 교과서 '한국지리'(두산동아)의 107쪽에는 '자원의 개발에 따른 지역의 변화'라는 제목으로 원전에서 배출되는 온배수를 활용한 물고기의 양식을 설명하는 대목이 있다. 교과서에서는 "양식결과 자연상태보다 2~4배 정도 빠른 성장이 확인되고 있다. 최근에는 고리 원전에서 온배수를 이용한 진주조개 시범양식이 성공을 거둬 지역주민들의 새로운 소득원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는 방사성 물질 오염 등의 문제도 없어 온배수의 청정성과 유용성이 입증된 사례라고 할 수 있다"라고 기술되어 있다.
그런데 이와 같은 교과서의 내용은 당초의 '원전의 온배수로 인한 주변환경 피해'라는 제목의 내용이 우호적으로 바뀐 결과로 알려졌다. 당초에는 "증기와 열교환에 의해 물을 끌어 올릴 때보다 7도정도 높아져 바다로 배출된다'며 온배수가 해양생태계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소개하던 기존의 내용을 정반대로 바꾼 것이다.
실제로 고창지역에서도 한빛 원전(영광 원전)에서 배출되는 온배수로 인한 피해에 대해 어민들에게 보상금을 지급한 바 있고, 주변 어민들이 한빛 원전을 상대로 소송을 진행하기도 했다. 이처럼 원전 주변 해역에 미치는 실제적인 피해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고, 발전소 온배수를 이용한 일부 유리한 사실 만을 언급하고 있다는 점에서 진실을 가리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핵융합에너지에 대한 두가지 시선
이외에도 교과서에서 원자력에 대해 우호적으로 기술하는 대목은 많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발생한 이후에 수정된 내용을 보면, 중학교 '기술·가정2'(교학사)의 222쪽에서 "최근 원전 사고로 인해 더욱 안전한 원자력에너지의 이용방법에 대해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핵융합에너지는 중수소와 삼중수소와 같은 가벼운 원자핵이 융합하여 무거운 헬륨 원자핵으로 바뀌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에너지로, 안전성이 매우 높아 폭발의 위험성이 전혀 없고, 온실가스나 방사성 고준위 폐기물 등도 배출하지 않아 차세대 미래 청정에너지로 인정받고 있다"라며 원자력에너지를 안전하고, 친환경적인 차세대에너지라고 표현하고 있다.
그러나 에너지정의행동 이헌석 대표는 "핵융합에너지는 1950년대부터 '미래에너지'로 제안됐으나, 50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실현가능성이 확인되지 않은 것이다. 유럽연합과 미국, 일본, 한국 등 7개국이 참여하고 있는 '국제핵융합반응로계획'의 계획으로도 오는 2026년 이후에나 핵융합이 에너지원으로 실현가능성이 있는지 여부를 보여주는 최초의 실험이 비로소 가능하다. 아직 가능성조차 확인되지 않은 원자력에너지를 교과서에서 홍보하는 것은 문제가 많다. 그리고 핵융합은 거대한 국제 사기극으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라고 지적했다.
△원전을 안전한 시설로 묘사
또 다른 사례는 고등학교 '경제지리'(교학사) 교과서의 71쪽이다. 탐구활동의 예시로 제시된 '어떤 시설보다 안전한 원자력발전소'라는 제목의 네컷 짜리 만화이다. 만화의 내용은 '원자력발전소 절대 안돼!'라고 외치던 주민이 지진이 나자 '앗! 지진이다. 이번엔 좀 심한데'라며 급히 원전으로 대피한다.
사람뿐만이 아니라 개구리도 원전으로 대피하고, 원전만 제외하고 모든 땅이 지진으로 갈라진다. 원전으로 대피한 주민들은 '진짜 튼튼한 걸, 원자력발전소 만세다, 만세'를 외친다. 이 역시 원전을 안전한 시설로 묘사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이와는 다른 결과를 가져왔으며, 원전이 결코 안전한 시설이 아님을 보여주었다.
이외에도 고등학교 '화학1'(교학사)에서 대기오염을 줄이기 위해 활용되는 방법들로 풍력의 이용대신 원자력의 이용이 제시됐고, 사진도 교체됐다. 고등학교 '경제지리'(지학사)에서도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공업의 사례가 조선공업에서 원자력발전으로 교체되고, 아랍에미레이트(UAE)로의 원전수출 내용이 실렸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공업이 자동차·반도체·IT가 아닌 원자력발전으로 소개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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