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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팔 청춘] 여든 앞둔 '봉사왕' 이영자 할머니 이야기

복지관 향하는 발걸음이 만드는 행복⋯오늘도 복지관에 간다
봉사 횟수로는 어느덧 수십 년 가까운 세월, 일평생 봉사하며 살아
"내 건강이 허락하는 한 계속 봉사하고 싶어, 더 바랄 것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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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과 월요일을 빼고 주 4일 완산노인복지관에서 봉사하는 이영자 할머니가 환하게 웃고 있다. 박현우 기자

세상 사람 모두 봉사가 좋다는 건 알지만, 꾸준히 실천하기란 쉽지 않다. 여든을 앞두고도 지금도 작은 실천을 이어가는 사람이 있다.

바로 전주에서 나고 자란 이영자 할머니다. 매일 복지관으로 향하는 발걸음처럼 작은 실천이 모이면 그것이 한 사람의 인생을 바꾸고, 한 사람의 하루를 따뜻하게 만든다.

그는 무려 수십 년 동안 삶의 중심에 나눔과 헌신을 두고, 나보다는 남을 위해 살아왔다. 몇 달 동안 이어가기도 어려운 봉사를 매일같이 한다는 건 삶의 중심에 돈보다 마음, 명예보다 행복이 있었다는 말이다.

전북일보 연중 기획 '팔팔 청춘의 인생 이야기' 여덟 번째 주인공인 이영자 할머니를 만나봤다.

 

△'봉사 중독' 이영자 할머니

“시간만 있으면 항상 나와요.” 

놀랍게도 일평생 봉사활동을 이어온 이영자(79) 할머니의 말이다. 여든을 앞둔 나이지만, 매일 노인복지관에 나가는 것이 가장 행복하다고 말한다.

이 할머니는 지난해 말 전주시자원봉사센터가 선정하는 '전주시 으뜸자원봉사자' 일반인 부문에 이름을 올렸다. 이는 1365 자원봉사 포털사이트에 등록된 지역 자원 봉사자 가운데 활동 횟수와 시간을 평가해 분기별로 시상하는 제도다. 그는 노인복지관에서 식당 관리와 배식 봉사를 꾸준히 해 온 공로를 인정받았다.

그의 하루에서 가장 중요한 일정은 단연 봉사다. 주말과 월요일을 제외하고 주 4일은 완산노인복지관에서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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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자 할머니는 주말과 월요일을 제외하고 주 4일 완산노인복지관에서 배식 봉사를 하고 있다. 박현우 기자

△오늘도 복지관으로 간다

이 할머니는 직접 요리를 하진 않지만, 매일 오전 10시 30분이면 복지관으로 향한다. 배식을 돕고, 탁자를 닦고, 식당을 청소하는 일이 그의 몫이다. 어르신들이 쾌적한 환경에서 맛있게 식사하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보람을 느낀다.

그는 "식당에 오면 어르신들이 '어제 왜 안 왔어?', '오늘은 더 곱다!'며 말을 걸어 주신다. 남들이 들으면 별말 아닐 수 있지만, 제겐 큰 위로가 된다"며 "그래서 하루라도 더 빨리 나오고 싶다"고 말했다.

완산노인복지관은 그의 봉사 무대 중 한 곳일 뿐이다. 전에는 서원노인복지관과 양지노인복지관에서도 봉사활동을 해 왔다. 평생 완산동에서 살아온 그는 본인의 동네에서 따뜻한 손길이 전하고 싶어 완산으로 옮겼다.

이 할머니는 "예전에는 버스를 타고 걸어 다니면서까지 서원·양지노인복지관에서 봉사활동을 했다. 몸이 허락하는 한 계속해서 하고 싶다"면서 "이왕이면 내 동네에서 해 보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완산노인복지관에 식당이 생기기 전부터 봉사하겠다고 이야기했다"고 했다.

 

△어머니 덕분에 시작한 봉사

사실 그의 기나긴 봉사 여정은 어린 시절부터 시작됐다. 무용을 전공했던 이 할머니는 초등학생 때부터 보육원과 미군 부대 공연 무대에 서며 자연스럽게 봉사를 접했다.

결혼 후 네 남매를 키우며 잠시 쉬었지만, 이후 새마을부녀회장부터 주민자치부회장, 각종 동호회장 등 지역사회 곳곳에서 책임을 맡으며 봉사활동을 이어왔다. 횟수로는 어느덧 70년에 가까운 세월이다. 

그가 봉사에 빠지게 된 이유에는 어머니의 영향이 컸다.

이 할머니는 "지금 생각해 보면 어릴 때 우리 집엔 종종 굶주린 사람들이 찾아왔다. 어머니는 그분들이 오지 않아도 바가지에 밥을 퍼서 마루에 놓으시곤 했다. 그런 걸 보면서 자라서인지 자연스럽게 봉사가 몸에 밴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나에게 봉사는 행복이다

그에게 봉사는 단순히 남을 돕는 일이 아니라 자신에게 활력을 주는 삶의 원천이다. 주 4일 꾸준히 봉사하다 보니 주변에서는 일자리로 전환하라는 제안을 받기도 하지만, 늘 고개를 저었다.

이 할머니는 "가끔 일자리로 연결해 보라는 말을 듣는다. 근데 저는 돈 때문에 하는 게 아니다. 봉사는 제 마음이 시키는 일이다"고 단호히 밝혔다.

그러면서 "나이가 많아도 누군가에게 손길을 내밀 수 있다는 게 행복"이라며 "내 건강이 허락하는 한 계속 봉사하고 싶다. 내가 필요한 곳이 있다면 어디든 가고 싶다. 이거면 더 바랄 게 없다"고 미소 지었다.

 

△청춘들아, 이렇게 살아라!

'봉사활동을 다른 사람에게 추천하겠느냐'고 묻는 말에는 "봉사는 강요할 수 없다. 마음에서 우러나와야 할 수 있다. 그래야 오래 할 수 있는 것 같다"고 답했다.

마지막으로 '팔팔 청춘' 기획의 공통 질문인 청춘들에게 조언을 부탁하자, 인생 선배로서 따뜻한 충고를 건넸다. 전쟁도 겪고, 남편 내조에 4남매, 손자까지 키우고 봉사하면서 얻은 인생의 지혜다. 

이 할머니는 “요즘 청춘들을 보면 욕심이 많은 것 같아서 안타깝다. 사건·사고가 많이 일어나는 거 보면 다 욕심 때문에 아닌가 싶다”며 “마음을 너그럽게 가지고, 자기 목표를 위해서 살았으면 좋겠다. 그냥 내 주관을 가지고 살아가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박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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