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전직 소방공무원이 명예 퇴직한 지 2주 만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뉴스가 보도되었다. 이 소방대원은 30여 년 전 화재진화 중 부상을 입고 수술 도중 병원측의 실수로 B형간염 바이러스에 감염된 혈액을 수혈 받았다. 이후 수십 년간 만성간염과 간경병증으로 고통을 받아왔으며 최근에는 간암 말기 판정을 받고 투병 중이었다고 한다. 그의 사망 뉴스를 접한 필자는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었다. 의료진이나 환자가 아닌 국민들은 이 뉴스를 보면서 B형간염으로 자살까지 할까라는 생각을 할 수도 있다. B형간염 백신 도입과 적극적인 신생아 예방접종을 실시하면서 최근 국내 바이러스 보유율은 약 3% 수준까지 낮아졌다. 이로 인해 사회적으로 B형간염은 이미 해결된 질환이라는 인식이 확산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전히 전 세계적으로 20억 명이 B형간염 바이러스에 감염되었거나 감염된 적이 있고, 약 3억 5천만 명의 만성 B형간염 바이러스 감염자가 있다. 국내에서도 가장 활발한 경제활동 연령층인 40~50대 중장년층에서 여전히 높은 바이러스 보유율을 보이고 있어 B형간염은 국내는 물론 전 세계적으로 주요하게 관리해야 하는 질환 중 하나다. 이러한 관점에서 세계보건기구(WHO) 역시 매년 7월 28일을 '세계 간염의 날(World Hepatitis Day)'로 제정하고 세계간염연합(WHA)과 함께 올바른 질환 인식을 확립하고, 예방과 관리·치료 방법을 알리기 위해 다양한 활동들을 펼치고 있다.
그럼에도 B형간염 바이러스 보유자들은 특별한 증상이 나타나지 않아 관리를 소홀히 하는 경우가 많다. 이 경우 앞선 소방대원의 사례처럼 만성 B형간염을 거쳐 간경변증, 간암 등 치명적인 간질환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실제로 매년 만성 B형간염 환자의 약 5.1%가 간경변증으로 진행하고, 간경변증 환자의 약 0.8%가 간세포암으로 진행하는 것으로 보고되었으며, 국내 간세포암 환자의 65~75%가 B형간염에 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행스러운 점은 현재 만성 B형간염 환자의 실제 치료환경에서 우수한 바이러스 억제 효과와 낮은 내성 발현율, 안전성 등을 입증 받은 치료제가 개발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항바이러스제를 임의로 중단하지 않고 의사 지시에 따라 꾸준히 복용하면 간경변증으로의 진행을 대부분 막을 수 있다. 간경변증으로 진행된 경우에도 초기에 B형간염을 잘 치료하면 장기간에 걸쳐 회복될 수 있으며 간암발병률을 약 50% 정도 낮출 수 있다. 어떤 질병이든 올바른 치료와 관리가 중요하지만 사전 예방이 더 중요하다. 특히 우리나라를 포함한 아시아 지역에서는 모자 간 수직감염 비율이 높은데 B형간염은 신생아 예방접종으로 대부분 예방이 가능하다. 하지만 소방대원의 사례와 같이 수혈이나 기타 성 접촉, 오염된 주사기 등으로도 B형간염 바이러스에 감염된 환자 사례가 늘고 있으니 감염의 위험성을 인지하고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오는 28일은 제3회 '세계 간염의 날'이다. 이날을 계기로 평소 간염 질환에 무관심했던 국민들도 자신의 간염 감염 여부를 검사해보길 권한다. 간염에 감염되지 않았다면 예방조치를 취하고, 이미 감염이 되었다면 제대로 된 치료를 진행해 모두가 간염의 위험에서 벗어나 건강한 삶을 영위할 수 있게 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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