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한국에 대한 인상은 그리 좋지 못했어요. '무서운 나라'라는 느낌이 있었어요. 필리핀에서 학교 다녔을 때 한국의 역사와 문화에 대해 배웠는데, 안 좋은 부분에 대해 많이 들었어요. 남자와 여자가 결혼하면 남자는 왕이고 하늘이고, 여자는 땅이라는 것을 배웠어요. 북한과 전쟁을 해서 '위험한 나라'라고 알고 있었어요. "
-한국에 와서 제일 어려웠던 것은.
"언어가 제일 어려웠어요. 문화적 차이도 좀 어려웠고요. 결혼 초기에 "남편과 어떻게 대화를 하지" "가족들과는 어떻게 말을 해야 하나" 등 언어문제를 어떻게 해야 할지 도무지 알지 못했어요. 문화적으로도 필리핀과 한국의 문화가 달라요. 필리핀에서는 대부분 결혼하면 부모님과 따로 사는데, 한국은 시부모님과 함께 사는 것이 차이가 있습니다. 필리핀에서도 같이 사는 가정이 있기는 하지만 잠깐 같이 살다가 따로 살게 됩니다. 거의 80~90% 정도는 분가를 해서 살기 때문에 결혼 초기에 많이 힘들었어요."
-한국어 소통으로 인해 에피소드가 있었다면.
"시어머니는 말이 별로 없는 사람이었어요. 남편도 직장 때문에 집에 별로 없기 때문에 TV를 시청할 때가 많았어요. 당시에는 다문화가족지원센터도 없었기 때문에 한국말을 배울 수도 없었습니다. 시어머니와 남편으로부터 한국말을 제대로 구사하지 못하는 것에 대해 지적을 받은 적도 없었어요. 한국은 존대말과 반말이 있는데, 남편에게 시어머니가 "밥 먹자"라고 하면, 저도 따라서 시어머니에게 "밥 먹자"라고 말했어요. 남편은 직장 때문에 한 달에 두 번 정도밖에 집에 오지 못하기 때문에 한국말을 가르쳐줄 사람도 없었습니다."
-그럼 한국어를 어떻게 배웠는지.
"처음에는 그냥 스스로 공부했어요. 그러다가 다문화가족지원센터가 생긴 다음에 곧바로 한국어를 배울 수 있었어요. 처음에는 방문교육을 신청해서 한국어를 배웠어요. 이후 전주시다문화가족지원센터를 통해 한국말을 배우게 되면서 존대말과 반말을 왜 구분하는지 등을 잘 이해할 수 있게 되었어요."
-한국말을 어떻게 배우는 것이 제일 좋다고 생각하는지.
"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 나와서 여러 사람들과 한국말을 배우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내가 모르는 것을 다른 친구들에게 물어볼 수도 있고, 선생님한테 물어보면 선생님이 답해 주니까 좋아요. 친구들을 만나는 것도 외로움을 달랠 수 있어서 좋기도 해요. 회사를 다니는 사람들은 다문화 마을학당에서 찾아가서 한국어 교육을 해주기 때문에 그것을 이용하면 좋겠어요."
이지훈(전주시 다문화가족지원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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