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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한옥마을 '바늘소녀공작소'】한땀 한땀 '이태리 장인'에 뒤지지 않을 열정

윤슬기·나래씨 자매 직접 만든 바느질 제품 판매 / 다양한 사람 만나며 행복 쌓기

▲ 전주한옥마을에서 동생 윤나래씨와 '바늘소녀공작소'를 운영하는 슬기씨가 직접 바느질해 만든 가방을 보여주고 있다.

1년을 기다려 온 여름휴가를 보내러 모인 여행객들로 북적이는 전주 한옥마을. 몇 년 전 '한국관광의 별'로 소개되며 전국적인 힐링 명소로 알려진 이 곳은 요즘 하루가 다르게 찾아오는 손님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지금의 한옥마을은 평소의 고즈넉한 여유보다는 '관광명소'가 된 인상이 강하다. 평소의 한적한 한옥마을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이런 모습에 다소 위화감이 들지도 모른다. 그런 이들에게 추천해주고 싶은 공간이 있다. 한옥마을 일대에서 가장 한적한 곳이라 할 수 있는 향교길을 따라 조금만 들어가다보면 만날 수 있는 작은 공방. 아직 수줍음이 채 가시지 않은 표정으로 당당히 자신의 꿈을 말하는 두 소녀가 있는 곳. 바로 '바늘소녀공작소'다.

 

"의외로 한옥마을에 직접 만들어 판매하는 공방이 별로 없어요. 그래서인지 많은 분들이 지나다가 보시고 들러주시곤 하더라고요."

 

'바늘소녀공작소'를 운영하는 두 자매 윤슬기(24)·나래(23)씨의 말이다. 때묻지 않은 소녀의 미소를 가진 그녀는 3년 전부터 이 곳에 작은 공방을 내고 손수 만들어 낸 바느질 작품들을 판매하고 있다.

 

"유치원 때부터 시작한 바느질이 재미있어 해오다 보니 여기까지 왔네요. 오랫동안 해왔지만 아직도 재미있어요."

 

종일 바느질만 하면서도 이 일이 '재미있다'고 말하는 슬기씨. 그의 첫 번째 바느질은 어린 시절 어머니와의 추억(?)에서 시작됐다.

 

"엄마가 바느질을 잘 못하신 게 도움이 됐어요. 어릴 때는 보통 자기가 아끼는 게 한두가지 쯤 있잖아요. 저한테는 양말이었는데, 그걸 엄마가 잘 안 꿰메주시는 거예요. 그래서 제가 직접 꿰메야겠다 싶어서 시작하게 됐어요."

 

엄마의 게으름 덕분(?)에 시작된 그의 바느질 경력은 그때부터 시작됐다. 수 년간 쌓아온 그녀의 내공(?) 덕분에 고등학교 시절부터 자신이 만든 작품을 판매도 하게 됐다.

▲ 윤슬기·나래씨 자매가 만들어 판매하고 있는 제품들.

"고교 시절 친구들이 '직접 한번 팔아보라'고 했어요. 친구들이 구입하기도 했고요. 마침 전주에서 열렸던 프리마켓에 참여하기도 했죠. 그때부터 제 작품을 팔았으니 경력만 따져도 벌써 8년 째네요."

 

지난 2011년 5월, 평소 좋아하던 향교길에 자신이 직접 만든 바느질 제품들을 판매하기로 결심한 그는 자신과 똑같은 취향을 가진 동생과 함께 공방 '바늘소녀공작소'를 열었다.

 

"공방 이름이 좀 독특하죠? 처음에 여러 가지 고민들을 했어요. 어떤 이름이 좋을까 이래저래 고민도 하고 웃긴 이름도 많았는데요. 첫 번째는 소녀 감성을 잃지 말자는 뜻에서 '소녀'라는 이름을 꼭 넣어야 했고, 두 번째는 공방 이름에서 우리가 어떤 일을 하는지 정확히 전달해주고 싶었어요. 그러다보니 '바느질'이 '바늘'이 되었고, 무언가 만들고 있다는 뜻의 '공작소'라는 말까지 함께 붙여 지금의 '바늘소녀공작소'가 되었죠." 나래씨는 개성 넘치는 이름은 탄생된 배경을 이렇게 설명했다.

 

"한 곳에서만 있기 때문에 지루하지 않느냐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데요. 지루할 틈이 없어요. 수많은 관계들이 만들어지거든요. 실제로 요즘 오시는 손님들의 대부분은 한옥마을을 둘러보다 찾아오시는 분들보다 이곳에 오시기 위해 일부러 찾아오시는 분들이 더 많아요. 그분들과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죠. "

나래씨의 말처럼 '바늘소녀공작소'는 블로그, 페이스북을 타고 입소문을 타 타지 여행객들 사이에선 제법 유명한 명소가 됐다.

 

'바늘소녀공작소'는 매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7시까지 공방을 운영한다. 주중 단 하루, 수요일에만 쉰다. 공방을 여는 시간 동안 슬기씨는 대부분의 시간을 바느질을 하며 보낸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다보니 지루할 틈이 없다는 슬기씨. 판매하는 모든 제품을 한땀 한땀 직접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조금만 게을러져도 판매할 물건이 모자라는 공방 특성상 그의 성실함은 매우 큰 자산이다.

 

최근 슬기씨에게 작은 꿈이 하나 생겼다. 바느질을 통해 심리치료를 하는 것. "몸이 많이 아프신 분들이 적극적으로 요청하셔서 수강생으로 받았던 적이 있어요. 저도 놀랐던 게 이 분 말씀으로 평소엔 그렇게 몸이 아프고 힘든데 여기 오셔서 바느질하는 동안은 너무나 행복하고 아픈 기색도 없다는 거예요. 제가 심리 쪽을 공부했는데 이걸 보면서 바느질을 통한 심리치료가 가능할 수도 있겠구나 했어요.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꼭 공부해보고 싶어요."

 

바느질로 사람들의 마음을 어루만져주고 싶다는 당찬 '바늘소녀' 슬기씨는 오늘도 바느질과 함께 새로운 꿈을 키워가고 있다.

성재민 문화전문시민기자(선샤인뉴스 대표)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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