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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결혼이민자 학력취득 지원] 졸업장 따며 자기계발…한국사회 이해도 넓어져

이주여성들 초·중·고졸 태반 학력중시 우리사회 정착 터덕

▲ 전주다문화가족지원센터 검정고시반 이주여성들이 수업을 듣고 있다. 전북도는 결혼이민자 학력신장을 위해 검정고시반 등을 지원하고 있다.

결혼이민자들은 우리 사회에 정착하면서 여러가지 어려움을 겪는다. 지난 2009년 전국다문화가족실태 조사에 따르면 한국정착의 어려움으로 언어문제를 꼽은 응답자가 26%로 가장 많았다. 이어 경제문제가 20%, 자녀문제에 대해서는 14%가 어려움을 겪는다고 밝혔다. 경제문제와 자녀문제 등은 결혼이민자의 사회적 배경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우리 사회는 아직까지 학력을 중시하는 사회다. 일정한 학력수준이 되지 못하면 지식과 능력 수준역시도 동일하거나 더 낮게 평가하기도 한다.

 

△단순노무 직종 많아

 

그렇다면 결혼이민자들의 학력수준은 얼마나 될까. 결혼이민자들도 학력수준에 따라 한국정착에 있어서 어려움을 겪을까.

 

전라북도가 지난 2010년 전북발전연구원을 통해 다문화가족생활실태조사를 실시한 결과에서 답을 찾을 수 있다. 이 조사에서 결혼이주여성들의 학력은 초등학교 이하가 9.7%, 중학교 이하는 29.2%로 나타났다. 고등학교는 41%를 차지했고, 대학교는 20.1%로 나타났다. 결혼이민자의 출신국가에 따른 학력을 보면 캄보디아는 중졸이하가 69.8%로 나타났고, 베트남은 61.2%가 중졸이하로 나타났다.

 

우리 사회가 학력에 의해 특정인의 사회적 위치를 가늠하는 풍토가 여전한 것을 감안하면, 결혼이민자의 낮은 학력이 한국정착을 터덕이게 만드는 요인이 될 수도 있다.

 

실제로 많은 결혼이민자들은 경제활동을 위해서 취업하고 있는 곳은 전문직이 아닌, 단순노무 형태의 직종에 근무하는 경우가 많다. 2009년의 전국다문화가족실태조사에서도 다문화가족의 경제적 수준은 100~200만원 소득이 38.4%로 나타났고, 100만원 미만도 21.3%에 이르렀다. 다문화가족의 경제적 수준은 그들의 직종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셈이다.

 

과거에 미국사회에서 한국인 하면 '세탁소'를 떠올렸다는 얘기가 있듯이, '결혼이민자'와 '다문화가족'을 떠올리면 '이들은 3D업종에 종사하는 사람들, 못사는 사람들' 이라는 선입견이 떠올려질 수 있는 만큼 결혼이민자의 현재의 경제상태, 직종, 학력 등은 쉽게 지나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학력신장 지원 관심을

 

전라북도는 결혼이민자의 학력신장을 위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결혼이민자 학력취득 지원을 위해 중학교 졸업과정과 고등학교 졸업과정으로 검정고시반 등을 지원하고 있다. 전라북도는 전주시, 정읍시, 김제시, 장수군, 부안군 등 각 다문화가족지원센터를 통해 초·중·고교 과정을 지원하고 있다. 김제시의 경우 2년 과정의 학교와 연계해 학력취득을 지원하고 있다. 전주, 정읍, 김제, 부안 등은 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 검정고시 시험을 준비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최근 검정고시를 통해 학력취득에 성공한 결혼이민자는 전주에서 13명, 정읍 3명, 장수 4명, 부안 5명 등이다.

 

누엔티끼우짱씨(26)는 "힘들었지만 검정고시 합격으로 인해 삶에 대한 긍정과 기대를 갖게 됐다"고 밝혔다.

 

"전주시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 검정고시반을 만들어서 공부를 할 수 있었어요. 중학교를 베트남에서 졸업해 고등학교 졸업과정을 공부하려 했어요. 그런데 졸업증서를 뗄 수가 없어서 중학교 졸업과정으로 공부를 하게 됐어요. 조금 힘들었긴 하지만 합격해서 너무 좋아요. 앞으로 꾸준히 공부해서 공무원이 되는 것이 꿈이예요."

 

베트남, 캄보디아 등 결혼이민자 국가에서는 학력인증을 받기가 무척 어렵다. 한 결혼이주여성은 베트남에서 한 초등학교를 졸업했다. 이 이주여성은 중학교 과정의 검정고시를 준비하기 위해서는 초등학교 졸업증서를 가지고 그 사실을 확인받아야만 한다. 그러나 이미 베트남의 학교는 이미 폐교를 한 상태였다. 베트남, 캄보디아 등은 한국처럼 행정적인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지 않은 탓에 사립학교가 폐교를 하게 되면 학교를 다닌 것에 대해서도 인증을 받기가 어렵다. 이 결혼이주여성은 대사관과 베트남 모국에서 증서를 발급받기 위해 노력을 했지만 이를 포기해야만 했다.

 

결혼이민자를 위한 학력취득과정은 단순히 결혼이민자들의 학력을 향상한다는 의미를 뛰어 넘는다. 결혼이민자들에게 학력취득을 통해 자기전문성과 역량을 강화시켜 나가는 계기가 되기도 하고 취업을 위해 좀 더 나은 자기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한 의미로 작용한다.

 

그렇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의미는 결혼이민자들이 검정고시 등을 준비하면서 한국의 역사와 문화 등 우리 자녀들이 배우고 있는 내용을 익히면서 '아, 내 아이들이 이것을 배우고 있구나'라는 것을 느껴 볼 수 있는 계기가 된다.

 

또한 한국의 교과과정을 익힘으로 자녀들이 성장하면서 물어보게 되는 역사·사회 등에 대해서도 답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결혼이민자 스스로가 한국의 교과과정을 교육받음으로써 한국사회에 대한 이해를 확장할 수 있게 하는 중요한 토대로 작용하기도 한다. 결혼이민자의 안정적인 우리 사회 정착과 역량강화를 위한 학력취득지원 프로그램과 같은 참신한 사업들이 전라북도에서 좋은 효과를 내고 있는데 좋은 사업들은 안정적으로 지원되어서 다문화가족의 안정적 정착에 힘이 되길 바란다.

                                                              이지훈

                                               (전주다문화가족지원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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