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녀노소 27명 참가 7명 입상 / 실수엔 박수…외국인팀 눈길
"아비를 생각하면 어서 나를 끌고 가거라. 청아~청아~"
첫 출연자인 이준희 군(15)이 초장부터 무대를 달궜다. 이 군은 심청가 가운데 '출전대효'인 심 봉사가 탈우비 앞에서 인당수에 빠진 뒤 딸을 애타게 부르는 대목을 했다. 5년간 소리를 배웠다는 꿈나무 소리꾼의 진지함과 우렁참에 관객의 박수가 절로 터져 나왔다.
"잘한다"라는 추임새도 이어졌다. 소리 시작 4분이 지나자 자원봉사자인 '소리천사'가 어김없이 징을 쳐서 시간을 알렸다.
3일 오후 2시 전주한옥마을 부채문화관에서는 2013전주세계소리축제가 마련한 아마추어 소리꾼 경연대회 '나도야 소리꾼'이 열렸다. 야외무대에서 틈틈이 소리를 공부한 직장인, 학생뿐 아니라 노인 판소리 대회 입상자까지 실력을 뽑내는 자리였다. 이날 남녀노소 27명이 참가해 자신의 소리를 선보였고 7명이 입상했다.
참가자 가운데 최고령자인 천양자 씨(72)는 춘향가 중 이별가의 춘양모와 이도령의 이별 장면을 불러 박수를 받았다. 목청껏 춘향가 가운데 임 그리는 춘향이 대목을 목청껏 열창한 출연자는 긴장한 탓인지 부채를 떨어뜨리기도 했다. 이에 관객의 호응도는 더 높아져 가장 큰 박수를 받았다.
관람석은 나이가 지긋한 노신사부터 가족단위 나들이객 등으로 100여석이 가득 찼다. 경연이 중반에 이르자 한옥마을을 찾은 관광객의 발길이 판소리를 따라와 서서 지켜보는 관람객도 늘었다.
세 자녀, 부인와 관람한 김태성 씨(39·세종시 조치원읍)는 "아이들이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배우는데 우리 소리를 잘 몰라서 들려주고 싶었다"면서 "텔레비전에서 보는 판소리는 지루한데 실제 소리를 들으니까 정말 실감난다"고 말했다. 김 씨의 딸(8)은 이 군의 공연을 보고 "어른 처럼 목소리를 내 신기했다"고 덧붙였다.
6명의 외국인 참가자도 눈길을 끌었다. 국립극장의 외국인을 위한 국악아카데미 수강생 6명이 소리꾼의 대열에 합류하고자 소리축제를 찾았다. 이들은 곱게 한복을 차려 입고 탈의실 옆 나무를 향해 "이리 오너라 업고 놀자"와 "아리아리랑 쓰리쓰리랑"을 외치며 연습에 몰두했다. 이런 모습이 이색적이었는지 지나던 관광객이 "원더풀"을 외치며 사기를 북돋아 주기도 했다.
춘향가 중 사랑가를 준비한 중국 출신 진르화 씨(24)는 "올 초부터 판소리를 배웠는데 가사를 잊어버릴 것 같아 떨린다"면서 "소리의 고장이어서 그런지 아마추어 대회인데도 다른 출연자의 실력에 견줘 많이 모자라, 참가하는데 의미를 뒀다"고 말했다.
이날 부채문화관뿐 아니라 한옥마을 안의 향교, 학인당, 소리문화관, 한옥생활체험관, 경기전 입구 등에서는 산조, 판소리, 힙합 등의 공연이 이뤄져 관광객에게 볼거리를 제공했다. 태조로를 가로질러 남원 흥부골농악대와 남원국악예고 취타대의 길놀이도 이뤄져 축제 분위기를 한층 띄웠다.
소리축제는 오는 6일까지 한국소리문화의전당과 한옥마을 일대에서 판소리를 중심으로 월드뮤직, 퓨전 국악 등의 공연이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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