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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가정 2세도 한국인이다

▲ 김형중 교육칼럼니스트·문학박사
지구촌의 인구를 100명으로 줄인다면 아시아인 57명, 유럽인 21명, 아메리카계인 14명, 아프리카인 8명의 비율로 구성된다고 한다. 그 중 한국인은 어느 정도의 위상을 갖고 있을까. 대한민국은 과거 원조를 받던 나라에서 이제는 세계 10위권의 경제 강대국이 됐다. 경제력이 커지면서 자연스럽게 한국 문화가 세계 속에 각인되고, 한국인은 능력 있는 민족 대열에 합류했다. 하지만 누구에게나 장점이 있으면 단점도 있게 마련이다. 그 단점을 잘 보완해 장점으로 만드는 것도 능력이다.

 

한국인은 자신의 단점을 감추어야 할 상황에서는 재빠르게 몸을 숨겨버리는 특성을 갖고 있다. 혈연과 학연, 지연, 친목모임 같은 집단의 뒤에 숨어 목소리만 낸다. 또 강자에게는 약하고, 약자에게는 강한 척하는 양면성도 지니고 있다. 고난의 시대를 살아오면서 터득한 생존 본능이다. 하지만 자신의 약점을 떳떳이 인정하고 보완하는 자세, 약자도 감싸주는 아량과 따뜻한 가슴을 가져야 만 진정으로 강한 국가로 발돋움 할 것이다.

 

빅톨 위고는 '여자는 약하다. 그러나 어머니는 강하다.'고 했다. 여성과 모성의 본질을 간명하게 대비시킨 말이다. 어머니는 자식에게 조건이 없는 자비와 사랑을 베풀고 희생을 하면서도 전혀 억울해 하지 않는다.'신은 모든 곳에 존재할 수 없기에 어머니를 만들었다.'는 유대인들의 격언을 생각해본다. 교과부에 따르면 지난해 4월 현재 국내 초·중등학교와 대안학교 1만1390곳에 재학하고 있는 다문화 가정의 학생은 4만6954명에 달한다. 외국인학교의 학생 9035명을 합하면 2006년의 여섯 배 수준인 5만6000여 명이다. 농촌지역 초등학교에서는 다문화 가정의 학생이 전교생의 30%를 넘는 경우가 많다. 문제는 이들로 인해 드리워진 회색 그림자다. 다문화가정 아이들이 자라 대한민국 사회에 활력을 불어 넣기도 하겠지만, 그 전에 아이들의 사회 적응 실패, 가족 간의 갈등이 가정 해체 등 비극을 초래할 수 있다. 다문화가정 2세들이 겪어야 하는 고통은 가난과 언어 장애, 또래들의 냉대와 소외 등이다. 감수성이 예민한 유소년 시절을 그늘에서 힘들게 보내야 한다. 이런 속에서 성장하는 아이들은 자칫 비뚤어진 사고와 반사회적 성향을 가질 수 있다. 심각한 일이다. 눈물과 정이 많은 우리 민족에게는 버려야 할 관습이 있다. 외모가 다른 약소국가의 국민이나, 다문화 가정의 2세들을 바라보는 왜곡된 시선이다. 국내 거주 외국인이 무려 150만여 명에 이르고 있다. 그들의 삶과 문화를 이해하고 공존하고자 하는 사회적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세계 250여 나라 중 일곱 번째로 20-50클럽(국민소득 2만달러-인구 5000만 명 이상)에 가입한 나라 아닌가.

 

다문화 가정의 아이들은 가난의 사슬을 벗어나기 위해 낯설고 물 설은 나라에 시집 온 외국인 어머니를 두고 있다. 그들이 오붓한 가정에서 나라의 동량으로 자랄 수 있도록 좀 더 현실적인 사회 문화적 제도와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 고난을 이겨내며 자란 다문화 가정 청소년들이 건강하고 반듯하게 성장해야 결국 나라도 튼튼해진다. 국민 모두가 가슴을 열어 따뜻하게 안아주어야 한다. 다문화가정의 2세들은 누가 뭐라 해도 어엿한 한국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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