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서 조선실록 햇볕에 말리는 '포쇄' 재현
역사의 생명은 기록이다.
기록은 내용뿐 아니라보관도 중요하다.
태조 이성계부터 제25대 철종 때까지 472년 동안의 역사를 기록한 조선왕조실록이 600년이 지난 지금까지 전해진 것은 포쇄를 포함한 엄격한 보관체계가 가동됐기에 가능하다.
임진왜란 때 불에 탄 춘추관, 충주, 성주 등 3곳의 사고(史庫)와 달리 유일하게조선왕조실록을 온전히 지켜낸 전주사고의 정신을 되새기기 위해 전주시가 포쇄를 재현한다.
고서인 조선왕조실록은 한지로 만들어져 습기와 책벌레 침범에 약하다.
그래서 조선시대에는 장마철을 피해 봄이나 가을의 맑은 날을 택해 바람을 쐬고햇볕에 말리는 실록 포쇄(曝 日+麗)를 3년 혹은 5년마다 정기적으로 시행했다.
장마가 끝난 처서 즈음에 농부는 곡식을 말리고, 부녀자는 옷을 말리고, 선비는책을 말린다는 기록도 전해진다.
이를 담당하는 포쇄별감이 춘추관에 설치됐고 포쇄때마다 일지를 썼을 정도다.
포쇄는 매우 엄격하게 진행됐는데, 왕실에서 사관(史官)을 파견하고 실록포쇄 형지안에는 누가, 몇 명이 참여했는지 등 시행절차를 자세히 기록토록했다.
그 절차는 사관이 관복을 입고 네번 절을 한 다음 사고를 열어 책을 꺼내 포쇄하고 기름종이로 잘 싸서 천궁 혹은 창포와 함께 궤에 넣고 봉인했다.
이는 충해와 부식을 방지하기 위한 선조의 지혜였던 셈이다.
현대 일반 가정에서는 에어컨이나 제습기를 이용하면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 습기를 머금은 책을 말려 포쇄를 대신할 수 있다.
책이 보관고에 있다면 20℃의 온도와 50% 안팎의 습도가 최적의 환경이다.
실내온도를 20℃로 유지하기 어렵다면 온도가 3∼4℃ 높은 것은 문제없으나 습도는 최대한 맞춰야한다.
전국에서 처음으로 19일 오후 한옥마을 경기전(慶基殿) 안 전주사고에서 열리는포쇄행사는 이 같은 역사적 고증을 거쳐 재현된다.
먼저 송하진 전주시장 등 참여자들이 포쇄시작을 알리는 4배를 한다.
이어 사고 문을 열어 실록의 이상 유무를 확인하는 봉심과정을 거쳐 실록 궤를 개봉해 실록을 꺼낸다.
실록을 한 장씩 넘기며 바람을 쐬는 거풍을 마치면 실록을 궤에 넣고 자물쇠를 채운다.
이때 자물쇠에는 포쇄를 한 날짜와 책임자 등을 기록한 한지가 붙여진다.
마지막으로 장서 점검 기록부인 형지안을 작성하고 다시 4번의 절로써 예를 갖춘다.
송하진 전주시장은 "조선왕조실록이 수백년을 견뎌내고 세계기록문화유산으로 지정될 수 있었던 것은 포쇄와 같은 지혜와 정성이 깃들어져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