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비용 못 받고 며칠 밤새도 하루 일당 / 창작력 대가 인정하는 사회적 인식 필요
지난 8월15일부터 21일까지 일주일간 전주시 경원동에서 열린 '동문예술거리 페스타'의 '거리 아트' 작업을 한 김준우 씨(37)는공공미술활동 비쥬얼컬쳐스튜디오 '캔즈'를 공동 운영한다. 이들은 도로나 벽에 디자인적 요소를 추가해 '문화가 있는 공공시설'을 만들고 있다. 하지만 그들이 받는 대가는 도장공의 하루 일당에 준한다.
김 씨는 "우리는 정식 시각미술 교육을 받은 전공자로 예술적 이미지를 구현하는데 페인트공으로 취급받는다"며 "페인트칠은 하루지만 시안과 도안을 창작하는 것은 며칠 밤을 샌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여러 자치단체에서 일을 했지만 당일 인건비 15만 원보다 적게 받을 때도 있다"며 "창의성 개발에 대한 투자나 이에 대한 인정은 없이 노임으로 계산한다"고 덧붙였다.
대학생들이 모여 체험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무료로 공개하는 대한민국 대학생 교육기부단의 이거성 호남지부장(23)도 "재능기부를 너무 당연시한다"면서 "정부지원의 평가도 정성적이 아닌 정량적인 평가 위주로 몇 명이 모여서, 몇 개 프로그램을 몇 사람에게 했냐를 따져 창의력을 숫자로 계량화한다"고 토로했다.
문화기획자의 창작력에 대한 대가를 인정하는 사회적 인식이 필요다는 지적이다. 창의적인 문화기획을 육성하기 위해서는 기획력에 상응하는 비용을 산정하는 풍토가 조성돼야 한다는 것.
기획 또는 창작의 비용에 인색한 풍토에서는 창의력이 저하되고 결국에는 이를 발현할 수 없는 악순환이 지속된다는 우려다.
서울시의 '밤길에 드로잉 조심'과 경기문화재단, 남양주시의 '논아트 밭아트' 프로젝트에서 벽화작업을 했던 '캔즈'의 최창우 씨(31)는 "주문을 하는 공공기관 입장에서는 우리를 화가라고 하면 어떤 기준을 적용해야 할지 몰라 임의적으로 노임을 맞췄다"면서 "시안을 연구해서 가져가면 담당자 자신이 인터넷에서 보고 좋았던 작품을 베끼라는 주문까지 받기도 했다"고 귀띔했다. 최 씨는 "기획력이나 창작력을 인정하는 문화가 아쉽다"고 말했다.
이 호남지부장은 "기획비용이 매몰된 상황에서 기획자들이 회계문제에 시달리게 되면, 창의적인 작품이 나올 수가 없다"면서 "도움을 받았던 사람들도 재능기부만을 요청하는 상황에서는 계속 사업을 같이 할 수 없어 떠나기도 했다"고 들려주었다.
도내 사회적기업인 마당의 기획팀 민슬기 씨(30)도 "대부분의 사업에서 기획 비용은 따로 책정되지 않는다"면서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등의 지원을 벗어나면, 다른 후원 기관을 구해야 하는데 이들의 요구도 무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자생력을 키우는 모델이 적은 상황에서 '갑'의 요구를 맞추다보면 창의적인 기획은 격리되고 만다"고 덧붙였다.
창의적인 문화를 융성하기 위해서는 문화기획이 자리잡아야 한다는 의견이다.
이 호남지부장은 "박근혜 정부가 창조경제를 외쳤지만 안 되는 게 현실이다"면서 "창의적인 문화 발적을 위해서는 창작비용을 부대 비용이 아니라고 인식하는 문화가 자리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 씨도 "젊은층의 문화기획에 대한 관심은 높은 만큼 문화기획자가 자양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야 한다"고 보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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