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소설 등 4개부문 1435편 / 불황 반영 획기적 작품 빈약 / 중장년·노년층 참여 돋보여
문학은 현실의 거울이라는 점이 여실히 드러났다. ‘2014년 전북일보 신춘문예’ 응모작은 경기 침체와 고령화라는 시대상을 반영해 우울한 분위기가 지배적이었다. 전반적으로 작품 자체의 수준은 향상됐지만 소재가 신변잡기에 치중된 점은 아쉬움으로 남았다.
지난 13일 본보 편집국에서 열린‘2014년 전북일보 신춘문예’ 예비심사에서 응모작들의 흐름과 경향을 분석한 결과다. 지난 9일까지 접수 마감한 본보 신춘 문예에는 단편소설 88명 90편, 시 211명 848편, 수필 190명 419편, 동화 74명 78편 등 모두 1435편이 접수됐다. 2013년 신춘문예 응모작 총 2052편(시 1296편, 수필 422편, 소설 179편, 동화 155편)의 2/3 수준이다.
이날 심사는 △단편소설 김병용(전북대 초빙 교수)·최기우(전주대 겸임 교수) △시 박성우(우석대 교수)·문신(문학박사) △수필 김저운(수필가 겸 소설가)·서철원(수필가 겸 소설가) △동화 김자연(전주대 교수)·이준호(아동문학가 겸 소설가) 씨가 맡았다.
이들은 동화를 제외한 3개 부문은 해마다 완성도가 높아지고 있다는 총평이었다. 이와 함께 최근 몇 년간 지속된 중장년층과 노년층의 참여도 두드러졌다는 분석이다.
단편소설 부문의 경우 문장력이 뛰어난 작품이 상당수였지만 주제 의식은 미약했다.
소설가 김병용 씨는 “소설은 계속 좋아졌고 세부 묘사도 흠잡을 수 없는 작품들이 많았다”면서도 “불안하게 흔들리는 삶의 모습을 묘사하는 일에만 치중, 작품을 통해 드러내고픈 이야기가 무엇인지 모호한 작품이 다수로 기량의 세련미만큼 주제의 새로움이나 무거움에 대한 고민이 요구됐다”고 설명했다.
극작가 최기우 씨는 “침묵이 강요당하는 시대상이 나타났다”면서 “사회 비판이 줄어 지나치게 사적인 이야기가 대다수였다”고 평했다. 그는 이어 “중장년층 글 가운데 기본적인 서사는 약하지만 깊이 고민한 인생의 흔적을 느낄 수 있는 작품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시 부문은 ‘복고’가 대세였다. 실험적인 시가 줄고 소재와 형식이 과거로 회귀했기 때문이다.
심사위원 박성우·문신 씨는 “한동안 유행처럼 번졌던 언어의 실험, 내면의 해체 등 미래주의적인 시가 줄어 문학청년들의 피로현상이 보이는 듯했다”면서도 “대신 삶의 이면을 촘촘하게 포착하고자 하는 작품은 많아졌다”고 풀이했다. 그들은 이어 “새로운 경향을 찾지 못해 10여년 전의 표현 방법으로 돌아가려는 작품이 두드러졌다”며 “아직은 미래파적인 산문투를 벗어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시적 화자에 대해서는 “바깥 쪽을 향하던 시상이 자기에게로 돌아오는 느낌이 강했다”면서 “응모자도 15~77세로 광범위하고 시적 대상을 오래 응시한 흔적이 곳곳에서 묻어났다”고 말했다.
전국적으로 관심을 모았던 수필 부문은 일부 수작도 있었지만, 상당수 깊이가 얕았다는 지적이다.
심사를 실시한 김저운·서철원 씨는 “일상적 체험이 주류를 이뤘지만 가시적·의식적 꾸밈이 많았다”면서 “소소함이 글감으로 좋지 않았다는 것이 아니라 신체적 체험에 바탕한 깊은 내면화가 부실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대다수 글에서 진귀한 문장과 글쓴이의 참신함은 발견됐다”고 덧붙였다.
동화 부문은 생활동화와 의인화 동화가 대부분이었고 완성도는 낮았다.
김자연·이준호 씨는 “동화도 서사와 문장 형식을 갖춰야 하는 문학인데 기본적인 요소가 미진한 작품도 눈에 띄었다”면서 “문장의 빈약함과 함께 맞춤법, 띄어쓰기가 안 된 작품은 글 전체의 신뢰도가 떨어졌다”고 말했다.
당선작은 본심을 거쳐 이번 달 말께 개별 통보한다. 발표는 2014년 1월1일자 본보 신년호에 공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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