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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아야 면장!

소병주 완주군 용진면장

면장으로 근무한지도 어느 새 5년 6개월째 되었다. 초임지에서 3년 6개월 그리고 이곳에서 2년째 근무하고 있다. 돌이켜보니 30년이 훌쩍 넘은 공직 생활 중에 참으로 여러 분야에서 근무했지만, 면장으로 근무하고 있는 시간들이 나에겐 행운이고 행복이다.

 

내가 지금 이곳 완주군 용진면사무소에서 직원으로 근무할 때만 해도 면 행정은 극히 소극적이고 피동적인 전시행정 그 자체였다. ‘지역의 발전·주민의 행복’이란 말은 그 시절에도 있었지만 대개는 선배들 때부터 해오던 그저 그런 주어진 업무만 할 뿐, 새롭고 효율적이며 의욕적인 무엇인가를 발굴하고 추진하지는 않았다. 부끄럽지만 숨길 수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지금의 면 행정은 적극적이고 능동적이며 창조적으로 변했다. 빠르게 진행된 산업화, 도시화, 고령화로 인해 점점 쇠락해지고 무력해지는게 우리가 살고 있는 농업농촌의 현실이지만, 그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적극적이고 능동적이며 창조적인 자세로 주민들과 함께 마을과 지역을 재생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변화된 행정의 대표사례가 바로 완주군에서 몇 년 전부터 시행해오는 ‘읍면 장기발전계획’이다. 마을이 웃어야 지역이 산다라는 소신을 가지고 밤낮으로 주민들과 머리를 맞대고 마을과 지역을 위한 아이디어를 짜내고 자원을 찾아내어 실행에 옮긴 결과 지금은 상당한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면장 위치에서 지역을 발전적으로 이끌어 나가기 위해 꼭 필요한 선결 과제는 지역에 대해서 잘 아는 것이다. 우리는 일상 대화에서 “알아야 면장을 하지”라는 말을 종종한다. 이 말이 언제, 어디서, 어떻게 시작되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면장이 알아야 한다는 말에는 적극적으로 동감한다.

 

면장은 부지런히 다니면서 마을을 알고 지역에 대해 알아야 한다. 알아야 주민들과 소통이 되고 소통이 되어야 주민의 바람대로 마을과 지역을 만들어 갈 수 있기 때문이다.

 

면장은 신발이 닳도록 지역을 다니면서 집집마다 숟가락이 몇 개인지까지 알아야 한다. 인터넷 시대에 무슨 시대착오적인 말이냐며, 좀 진부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세월이 흐르고 시간이 바뀌어도 예나 지금이나 면장이라면 꼭 해야 할 일이다.

 

마을 곳곳을 다니며, 혹시 추위에 떨고 있는 이웃은 없는지? 병원비 걱정에 잠 못 이루는 주민은 없는지? 아이들 뒷바라지에 남몰래 울고 있는 한부모 가정은 없는지? 가족과의 갈등과 부적응으로 극단적인 생각을 하고 있는 다문화 가족은 없는지? 신발 굽이 닳도록 다니며 촘촘히 챙겨야 한다. 책상에 앉아서 가만히 서류에만 나열되어 있는 빈곤층을 걱정할 게 아니라, 실제 어렵고 힘들게 살고 있는, 그늘지고 소외된 이웃에게 다가가기 위해 발품을 팔아 지역을 알아야 한다.

 

‘알아야 면장하지!’ 오늘따라 이 말이 왠지 마음에 크게 와 닿는다. 마을을 알고 지역을 알아 생동감 있고 활력 넘치는 고장을 만들어 가고 한숨과 눈물로, 고통 속에 절망하고 있는 이들을 찾아내어 따뜻하고 훈훈한 지역을 만들어 가는 것! 오늘 나에게 주어진 숭고한 소명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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