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 중 하이라이트는 단연 도지사 선거다. 도지사 자리가 갖는 막강한 권한은 물론 지역을 이끄는 구심점이기 때문이다.
이번 선거는 3일, 김완주 지사가 3선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불이 당겨진 느낌이다. 김 지사의 불출마는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 한때 흔들리기도 했으나 현명한 결정을 내렸다. “가야할 때를 아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답다운가”는 시처럼 40년간의 공직생활을 추(醜)하지 않게 마무리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김 지사 불출마 현명한 결정
김 지사는 어떻게 보면 풍운아다. 관선시대의 고창군수 남원시장은 차치하고라도 민선시대 들어 승승장구했다. 특히 전주시장 8년과 도지사 8년 등 16년의 족적은 전북의 정치·행정사에 기록으로 남을 만하다. 도지사 재임기간만 봐도 유종근지사 7년, 강현욱지사 관·민선 합해 6년1개월, 황인성지사 관선 5년3개월에 비해 가장 길다.
그는 전주시장 재임 중, 한옥마을의 토대를 놓고 전주국제영화제 창설 등 탁월한 행정능력을 보였다. 하지만 도지사로서는 역부족이었다. 야권 도지사로서 정치환경이 좋지 못한 탓도 없지 않았으나 종종 정치력에 한계를 보였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이전 무산과 야구 10구단 유치 실패가 대표적이다. 이는 도민들의 자존심에 큰 상처를 남겼다.
하지만 그는 새만금사업과 국가식품클러스터 등 나름대로 성과도 컸고 일벌레답게 부지런히 일했다. 또 비교적 깨끗했다. 박수 받으며 떠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김 지사의 빈자리를 노리면서, 비슷한 행로를 걷는 인물이 송하진 전주시장과 유성엽 국회의원이다. 이들은 전주고와 서울대·고려대 등을 나와 행정고시를 통해 행정가로 잔뼈가 굵었다. 중앙과 지방의 요직을 두루 거치고 행정능력과 업무 추진력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우선 송 시장. 서예가로 이름이 높았던 강암(剛菴)의 아들이다. 할아버지 유재(裕齋)는 기호학파의 정통을 이은 간재의 제자로, 오늘날 한옥마을의 정신적 지주로 꼽히는 3재 중 한 분이다. 위로 세 형도 각각 행정부지사와 성균관대 유학대학장, 고려대 문과대학장을 지냈다. 한 마디로 신 명문가의 막내다. 서예와 시, 판소리 등 예술에 능하고 사람 좋은 웃음이 트레이드마크다. 다소 유(柔)하다는 평도 없지 않으나 전임 김완주 시장이 추진하던 경전철을 백지화 시키는 배포도 갖고 있다. 화이부동(和而不同)과 법고창신(法古創新)이 정치철학이다.
다음 유 의원. 유 의원은 42세에 민선 정읍시장을 거쳐 이미 2006년 지방선거에서 김완주 지사와 열린우리당 경선을 벌인 바 있다. 이후 김원기 전 국회의장이라는 거목을 뚫고 홀로서기를 통해 재선의 국회의원으로 일어났다. 옥정호 수몰민 문제 해결 등에서 뚝심을 보였고 한때 대권의 꿈(?)을 꾸기도 했다.
도지사 선거 변수 많을 듯
재미있는 것은 경쟁자인 송 시장과 유 의원이 막역하다는 점이다. 나이로는 8살, 고교는 7년, 행시는 3년 차이다. 송 시장은 유 의원을 “야, 너”라고 부르고 유 의원은 송 시장은 술친구로 생각한다. 유 의원은 자신의 책에서 송 시장을 “훌륭한 선배이자 인생의 조언자”라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이들의 관계가 선거과정에서 어찌될지 누구도 모른다.
물론 도지사 선거는 아직 변수가 많다. 우선 안철수 신당의 후보에 누가 되느냐 여부다. 도민들은 민주당의 무능과 독선에 식상해 있다. 그래서 신당에 기대를 건다. 하지만 신당도 강봉균, 윤영관, 서거석 등 인물을 물색하고 있으나 아직 난망한 표정이다. 또 민주당 내에서 정동영 변수가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이들이 인구와 경제가 쪼그라드는 전북에 활력을 불어넣으면서 새 시대를 열수 있을지 흥미롭게 지켜볼 일이다.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