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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으로 만나는 익산의 역사문물 ⑩ 망국의 유허에서 고도로

마한·백제 실체 아직도 의문  많은 관심 갖고 풀어나가야

▲ 大正 6~10년 고적 보수공사 시행 문서, 1920년,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귀공인지 민력인지 끝내 아득하기만 해라

 

위로 용화산 만 길 등성이를 능가하였네

 

천년을 두고 그 석재가 죄안을 이루었으니

 

금마국의 무강왕이 참으로 가련하구나

 

-김종직(1431~1492)의 ‘익산 미륵사 석부도’(益山彌勒寺石浮屠)

 

조선시대 성리학자인 점필재 김종직(1431~1492)은 익산 미륵사 석탑을 보고 이렇게 읊었다. 백제 무왕을 마한의 무강왕으로 착각하였지만, 그는 시에서 미륵사 석탑을 미륵산의 위용을 능가하는 석탑일지라도 망국의 유물일 뿐, 부질없음을 드러낸다.

 

마한의 중심이자 백제의 또 다른 수도였던 익산은 후백제 견훤에 의해 한때 주목받았지만 통일신라, 고려 그리고 조선시대 망국의 유허(遺墟)정도로 치부되었을 뿐이었다.

 

그러했던 익산지역이 마한과 백제문화의 중심으로 다시 한 번 주목받게 된 계기는 1900년대 초부터 진행된 이 지역에 대한 조사·연구의 성과 때문이다.

 

현대적 의미의 학술조사라고 할 수 있는 최초의 조사는 1910년 12월 3일과 4일 이틀에 걸쳐 이루어졌다. 이때에 왕궁평, 미륵사지, 석불리 석불, 왕궁탑 등이 조사되어 세상에 알려졌다. 그러나 이때의 조사자들은 쌍릉을 마한시대의 것으로 추정하는가 하면, 미륵사지 석탑과 왕궁리 석탑을 통일신라시대 유적으로 분류하는 등 익산과 백제와의 관계를 부정하는 견해를 취하였다. 1917년~1918년에도 익산지역에 대한 조사가 있었지만 왕궁리탑의 실측도면이 작성된 것 외에는 1910년보다 심화된 내용은 없었다. 다만 1917년 조사로, 쌍릉에 대한 발굴조사가 이루어져 부여 능산리고분군과 유사하다는 점이 밝혀졌으며, 쌍릉에서 출토된 목관은 조선총독부박물관에 진열되기도 하였다.

 

익산지역에 대한 조사와 연구가 본격화된 것은 1973년 원광대학교 마한·백제문화연구소가 창설된 이후부터이다. 마한과 백제지역의 역사와 문화에 대한 제문제를 조사·연구하는 기관으로 발족한 마한·백제문화연구소는 익산 미륵사지 동탑지 발굴조사를 시작으로 마한과 백제 관련 유적을 발굴·조사하였다. 특히 마한과 관련하여 신동리 무덤, 율촌리 분구묘 등 마한 분묘에 대한 조사와 연구가 주목된다. 그리고 백제와 관련해서는 오금산성, 미륵산성 등 백제 산성과 미륵사지, 제석사지, 연동리사지 등 절터를 비롯하여 웅포리 고분, 입점리 고분, 쌍릉 등 고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조사·연구가 진행되었다.

 

이러한 마한·백제문화연구소의 조사·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2005년 익산이 고도(古都)로 지정될 수 있었다.

▲ 국립박물관 고적조사시 익산 금마면 고도리에서 수습한 기와,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조선시대 익산은 망국의 한이 서린 땅이었을 뿐이다.

 

100년 전만 하더라도 익산은 고사에 기록된 것처럼 고조선 준왕이 왔던 곳 정도로만 인식되었다. 현재 익산은 마한의 중심이었을 뿐만 아니라 백제의 고도였다는 것이 속속들이 드러나고 있다.

 

그러나 아직 익산의 역사와 문화에 대해 밝혀지는 것은 일부분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여전히 익산지역의 실체에 대해서는 많은 의문이 남아 있다. 이 의문은 어느 연구소, 어느 박물관만이 풀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익산의 역사와 문화에 대해 관심을 가진 사람이라면 그 누구라도 풀 수 있을 것이다. (끝)

 

진정환(국립전주박물관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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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용 kimwy@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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