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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종 〈화첩기행〉 전 5권 개정판 출간

국내외 여러 지역 문화, 글·그림으로 담아

‘밤의 비가 내린다. 정박한 비의 희미한 불빛에 빗줄기가 사선으로 비친다. 군산항. 옛 이름 진포. 채만식이 소설 <탁류> 에서 눈물의 강이라고 불렀던 금강의 끝머리에서 시작되는 항구다. 조용하고 한적하여 연극무대의 세트 같은 느낌을 준다. <탁류> 의 무대라는 사실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시간이 멈춰버린 듯한 분위기의, 다분히 문학적인 도시다.’(채만식과 군산―옛 미두장 자리에는 비가 내리고)

 

‘들으시라. 이 땅의 풍광과 예술을 사랑하는 그대여. 부안에 가거든 격포의 일몰과 내소사, 월명암의 달빛만 보고 오지 말기를. 부탁하노니, 찾는 이 하나 없고 울어줄 이 하나 없는 두 여인의 무덤에 꽃 한송이씩 바쳐주기를. 푸르른 나이에 외롭게 떠난 시인 이매창과 명창 이중선의 묘소는 서로 지척이니 한 번 들러 혼백이나마 위로해 주기를, 세월은 험해도 소쩍새는 울더라고, 이승의 시절 안부나마 전해주기를…’(이매창과 부안―이화우 흩날릴 제 ‘매창뜸’에 서서)

 

유홍준의 <문화유산답사기> 가 전남 강진에서 시작했다면, 남원 출신의 김병종 <화첩기행> 은 군산에서 시작한다. 전북도립미술관에서 ‘회향전’을 열고 있는 김병종 교수(서울대 미술대)의 <화첩기행> 이 전 5권으로 출간됐다(문학동네).

 

작가의 인문정신과 예술혼이 담긴 <화첩기행> 연작은 1999년 첫째 권을 선보인 이래 꾸준한 사랑을 받아왔다. 개정판으로 나온 이번 전 5권은 이전에 출간된 <화첩기행> 3권과 <김병종의 모노레터> <김병종의 라틴화첩기행> 을 지역별·주제별로 분류해 4권으로 묶고, 북아프리카 편을 새로 냈다.

 

시간과 공간을 가로질러 문화예술의 어제와 오늘을 만날 수 있다. 전국 각지의 대표적 문화코드를 읽을 수 있는 점도 매력이다. 신작 북아프리카 편은 국내에 제대로 소개된 적이 없는 알제리, 이집트, 튀니지, 모로코의 독특한 색채와 예술성에 대한 김병종 화백의 섬세한 사유를 담고 있다.

 

1권 ‘남도 산천에 울려퍼지는 예의 노래’편에 실린 전북 관련 이야기로는‘이삼만과 전주―이 먹 갈아 바람과 물처럼 쓸 수만 있다면’‘서정주와 고창―선운사 동백꽃에 미당 시가 타오르네’ ‘강도근과 남원―동편제왕이 쉰 소리로 전하는 사랑노래’‘조금앵과 남원―달이 뜬다, 북을 울려라’‘최명희와 남원―육신을 허물고 혼불로 타오른 푸른 넋 최명희’이 더 있다.

 

2권‘예인의 혼을 찾아 옛 거리를 거닐다’, 3권‘타향의 예술가들에게 보내는 편지’, 4권‘황홀과 색채의 덩어리, 라틴아메리카’, 5권‘북아프리카 사막 위로 쏟아지는 찬란한 별빛’등으로 묶어졌다.

 

“돌아보니 내 40대와 50대를 이 책과 떼어놓고 생각하기 어려울 정도가 되었다. 문학이라는 가지 못한 또하나의 길에 대한 그리움과 회오 같은 것이 일종의 해원 처럼 제3의 형태로 발화했던 것이 아닌가 싶다. 단어 하나 문장 한 줄을 놓고 밤이 이슥하도록 고치고 또 고치던 시간들은 나를 다시 문학청년 시절로 되돌려 놓았고 그 황홀한 기억이야말로 이 일을 계속하게 한 동력이 아니었을까 싶다”고 저자는 개정판 서문에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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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용 kimwy@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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