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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강국으로 가는 길, 공예인의 역할

▲ 이광진 한국공예문화협회 이사장

상상력과 창의적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하는 문화산업은 ‘황금알을 낳는’ 유망산업으로 인식돼 세계 각국은 문화산업을 국가전략산업으로 중점 육성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한류 열풍으로 2012년 문화산업 수출액이 사상 최초로 수입액을 추월함으로써 한류 붐을 타고 ‘신문화강국’에 등극했다. 새정부에서도 문화융성을 국가정책 방향의 핵심기조로 제시함으로써 한류를 주춧돌 삼아 문화선진국으로 발돋움하고자 하며, 이를 통해 산업전반에 문화가 체화된 고부가가치를 창출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공예는 디자인보다 더 창의적

 

이렇게 문화적 요소들이 체화돼 경제적 부가가치를 창조하는 문화상품을 생산하는 문화산업의 여러 분야에 공예도 엄연히 한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공예인의 한사람으로 문화산업의 한 축을 담당할 수 있는 훌륭한 인재 양성에 헌신해 왔다고 자부하지만, 한편으로 졸업생들이 취업과 작가의 길에서 미래를 확신할 수 없는 현실을 대하면 공예교육의 지향점이 어디가 돼야 할지 막막한 마음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과거 대학교육에서 공예과를 시작으로 오랫동안 도자, 섬유, 목, 금속 등으로 세분해 공예인들을 양성해왔는데 입시환경이 급격히 변하면서 전공이 통합되거나 앞다퉈 디자인과로 옷을 갈아입어 대학에서 공예과를 찾아보기 힘들게 됐다.

 

마치 첨단 문화산업의 시대로 가려면 디자이너는 필요하고 공예가는 상관없는 구시대 유물인양 취급하는데 과연 이것이 옳은 일일까? 절대 그렇지 않다. 사전적 의미로 본다면 공예가란 다양한 재료와 공구를 사용해 공예품 즉, 실용적이면서 예술적 가치가 있는 물품을 제작하는 사람을 말하며 디자이너는 대상의 유·무형에 관계없이 자기의 독창적 발상이나 착상을 실현하기 위한 전 과정을 계획하고 설계하며 조직화를 행하는 사람이다. 둘 다 예술가이면서 실용적인 물건을 만들거나 기획하는 사람이라는 측면에서는 다를 바 없으나 공예가는 작품을 디자인하고 직접 만들기까지 하는 점에서 보면 디자인보다는 공예가 훨씬 더 창의적인 분야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산업사회로 발전하면서 다양한 상품이 시중에 나오다 보니 같은 기능을 가진 공산품을 더 차별화하고 매력적인 상품으로 포장하기 위한 방편으로 외관 디자인이 중요시 되면서 이를 설계하는 사람, 즉 디자이너의 중요성이 증대돼 온 것이다.

 

그러나 오늘날 첨단기술의 발전에 따른 산업의 고도화로 제품의 차별화가 어려워지자 산업디자이너들은 제품의 외관을 디자인하는데 머물지 않고 감성과 스토리를 엮어 제품의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면서 소비자들의 니즈를 충족시키려는 수준으로 진화하고 있다. 이런 형편에 예술적 표현과 장인정신을 통한 작품제작에 몰두하고 있는 우리 공예인들이 문화산업 발전에 기여할 방법은 없는 것인가? 순수미술작품들이 미술시장에서 표준화된 평가방법들을 통해 활발하게 거래되면서 작가들의 창작의욕을 북돋우는 기반이 되고 있는 것을 지켜만 보면서 누군가가 자리를 펴주기만 바라고 있을 것인가?

 

공예인, 문화상품 개발 적극 참여를

 

다행히도 해결책이 없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요즘 소비자들의 욕구는 빠르게 변화하고 있어 상품의 수명이 매우 짧다. 그래서 과거 제품을 대량생산했던 대기업에서도 다품종 소량생산 방식을 통해 소비자들의 다양한 욕구에 부응하기 위해 치열한 노력을 하고 있으며, 제품에 예술을 차용하거나 융합해 작품수준으로까지 끌어올려 부가가치를 높이고 있다. 이런 점에서 공예인들은 디자이너들이 제품기획자로서 소비트렌드를 연구하고 미래가치 창출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점을 본받아 공예가로서 예술작품이면서도 실용성이 뛰어난 문화상품 개발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 이렇게 공예인들이 한류바람을 타고 세계로 확산될 수 있는 한국 전통문화와 장인정신이 깃든 작품제작에 적극 나선다면 한국공예문화와 공예인의 위상을 높이는 것은 물론 우리나라가 문화강국이 되는 길이 그만큼 빨라질 것이다.

 

△이광진 이사장은 원광대 미술대학 교수이며 박물관장으로 목정문화상·전북예술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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