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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특집]다문화가족 완주 권중근·히식 자르갈 부부 가족의 설맞이

12년 전 몽골서 인연, 2녀2남 낳아 / 윷가락 던지며…기역, 니은, 디귿 / 아들 딸 알콩달콩, 새해 소망 다져

▲ 27일 찾은 완주 이서 권중근·히식 자르갈 씨네 집. 권씨 부부와 아들 딸들이 설 명절을 앞두고 한글 윷판으로 윳놀이를 하며 환하게 웃고 있다. ·추성수기자chss78@

권중근(48)·히식 자르갈(39) 씨 부부의 집에는 4남매의 웃음소리가 끊이질 않는다. 딸 권단야(12)·애일(11)과 아들 대일(8)·대화(6)는 때로는 친구, 때로는 부모 역할로 부대끼며 자란다. 지난 27일 완주군 이서로에 있는 이들의 집을 찾았을 때도 엄마가 대화의 한복 매무새를 만지는 동안 단야는 대일이의 웃도리를 입혀 주었다. 한복을 정갈하게 입은 대일이는 이날 한글 윷판을 신기하게 바라보며 자기 이름의 자음을 먼저 찾았다.

 

“내 이름 여기에 있다. 디귿, 이응, 리을.”

 

한글을 배우기 시작한 대화도 자신의 이름에 들어가는 자모의 모양을 찾기 위해 눈을 굴리다 국기를 발견했다. 대화는 윷판 한 가운데 태극기를 가리키며 “대한민국”을 외쳤다.

 

이내 엄마팀 아빠팀으로 나뉘고 권 씨가 먼저 윷을 던졌다. 윷을 많이 잡아본 듯 두 손으로 4개의 윷을 정리한 뒤 한 손으로 날렵하게 공중으로 내보내자 모가 나왔다. 이어서 또 모와 걸이 나오자 말 2개를 능숙하게 ‘된기역’을 지나 한 가운데 태극기에 놓았다.

 

이어 히식 씨도 질세라 “엄마도 잘 해”라고 장담했지만 결과는 도였다. 아빠의 검은 바둑돌이 마지막인 칸인 ‘된지읒’을 3칸 남겨놓은 사이 엄마팀의 흰 바둑알은 ‘기역’ 자리에 덩그러니 놓였다. 다음번에도 엄마팀은 또 도가 나와 흰 바둑돌 1개를 ‘기역’ 옆 ‘니은’ 칸으로 옮겼다.

 

권 씨는 “윷놀이는 단순하지만 규칙이 여러 개고 말의 위치도 전략적으로 놓아야 해서 잘못하면 싸움이 난다”며 “예전에는 상가(喪家)에서 멍석 깔고 윷판을 벌여 밤새도록 돈내기하고 시시비비도 가리고 웃음소리도 났다”고 윷놀이에 대한 추억도 들려주었다.

 

전북도청 내 이주여성긴급지원센터에서 일하는 히식 씨는 12년 전 몽골 울란바토르에서 남편을 만났다. 처음에는 말이 통하지 않아 남편은 몽골어사전을 두고, 부인은 한국어사전을 옆에 끼고 6개월간 편지를 주고 받은 뒤 결혼했다.

 

히식 씨는 “그때만 해도 한국에 다문화지원센터가 드물어 독학으로 받아쓰기를 하고 생활 속에서 한국어를 배웠는데 남편이 몽골어를 읽을 수 있어 의사소통이 가능했다”면서 “애들은 1~2살 때 몽골어를 했는데 유치원에 들어가면서 지금은 몇 마디만 할줄 안다”고 말했다.

 

권 씨는 부인에 대해 “지역 소식통으로 유학생, 취업생, 결혼이민자 등을 서로 소개하면서 인연을 맺어주기도 한다”며 “결혼하고 아내에게 한 말이 ‘freedom’인데 서로 각자 생활을 존중하려 노력한다”고 설명했다.

 

설을 앞두고 고향 생각이 더욱 난다는 히식 씨는 “몽골에서는 설인 ‘차강(흰색) 사르(달)’에 가족이 모여 양고기를 넣은 찐만두인 보츠와 만둣국인 반쉬, 차가알륵이라는 쌀밥 등을 먹는다”고 회상하며 “지난 2010년 겨울에 몽골에 갔었는데 아이들이 그때를 기억하며 다시 가고 싶어 한다”고 말했다.

 

권 씨는 “2012년에는 장인장모가 우리나라를 방문했는데 장인이 출국하기 전에 ‘사는 거 보니 흡족하다’는 말씀을 하셨다”면서 “4남매와 더욱 행복하게 사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고 새해 소망을 혔다.

 

● '한글 윷판' 고안한 김중만 원광대 명예교수 "자모 29개 접목…윷놀이 진화 꾀해"

중국 헤이룽장성이 윷놀이를 성급 무형문화재로 지정한 가운데 민족 명절인 설을 맞아 한글 윷판이 제안됐다. 29개 자모와 윷밭의 숫자가 일치한데서 고안된 한글윷판이 민속놀이에 한글을 결합해 고유의 정체성을 살릴 수 있다는 것.

 

한글 윷판은 김중만 원광대 명예교수(68)가 지난 2006년 고안했다. 자음 19개와 모음 10개를 윷밭에 대응했다. 오른쪽 방향으로‘ㄱ’부터 ‘ㅎ’까지 14개 홑자음을 동그란 부분을 따라 넣었다. 가운데 ‘十’와 원 모양의 남는 2칸에 모음 10자를 배치했다. 원과 십자가 만나는 곳에는 된자음과 함께 우리나라와 주변 4개국의 국기도 표시했다. 십자의 정중앙에 한국을 상징하는 태극기를 배치하고 동쪽에 미국의 성조기, 서쪽에 중국의 오성홍기, 북쪽에 러시아의 삼색기, 남쪽에 일본의 일장기를 그렸다.

 

평소 한글 사랑을 외치는 김 명예교수는 “삼국시대 이전부터 내려온 우리의 윷놀이판에 한글을 접목해 윷판의 진화를 꾀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 김중만 명예교수가 2006년에 고안한 ‘한글 윷판’.

그는 이어 “기존의 윷판은 대개 달력 뒷면에 29개의 윷밭을 같은 형상으로 그려 품위도 없고, 말이 여러 개 놓인 경우 말 놓을 자리를 정하는데 이견이 있을 때 무질서도 생겼다”면서 “이를 해소하는 한편 유치원, 다문화가정, 세종학당 등에서 윷놀이를 하면서 한글을 공부하는데도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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