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 관리받는 과점시장에서 관행대로 한 것일수도"…서울고법 파기환송
소주 제조업체들이 가격 인상 담합을 했다면서 공정거래위원회가 2010년 시정명령 및 과징금을 매긴 처분과 관련, 대법원이 제동을 걸었다.
기존 공정위 조사나 법원의 판단만으로는 담합이라고 단정하기 어려우니 더 면 밀히 살펴보라는 취지다.
기존 조사 결과 외에 추가적인 증거가 나오지 않는다면 담합 인정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 1부(주심 박병대 대법관)는 ㈜진로 등 소주 제조업체 9개사가 가격 담합에 대한 시정명령과 과징금 납부명령을 취소해 달라며 공정위를 상대로 낸 시정명령등 취소소송 상고심에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9일 밝혔다.
원심은 시정명령 5개 항목과 과징금 납부명령 가운데 업체들이 '병마개 가격 인상 연기'를 추진한 부분은 담합이 아니라고 봤고, 과징금 250억원도 취소하라고 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시정명령의 핵심인 업체들의 '소주 가격 인상' 담합에 대해 다시 들여다보라고 주문했다.
재판부는 "비록 업체들이 사장단 모임에서 가격 인상에 관해 논의한 사실이 있었고, 진로의 가격 인상 후 곧이어 나머지 업체들도 가격을 인상했으며, 그 인상률이나 시기가 유사해 가격 인상 합의가 있었던 것처럼 보이는 외형은 존재한다"고 전제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는 전국 시장점유율이 50%를 넘는 진로와 각 지역별 업체가 시장을 과점하고 있고 국세청이 진로를 통해 전체 업체의 출고 가격을 실질적으로 통제·관리하는 소주시장의 특성에 따라 나머지 업체들이 국세청의 방침과 시장 상황에 대처한 정도에 불과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공정위가 1, 2차 가격 인상에 관한 합의의 증거라고 제출한 그 밖의 자료들을 살펴봐도 주요 업체 사이에 출고 가격의 인상 여부, 인상률, 시기 등에 관해 합의했음을 추정해 판단할 만한 내용을 발견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그런데도 원심은 이와 달리 판단해 공정거래법상 부당 공동행위의 '합의'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종래 소주업체들은 물가상승률에 근접하는 가격 인상만이 승인돼 지속적으로 가격 인상 압력을 받던 처지인 까닭에 진로가 가격을 올릴 때에는 다른 업체들도 곧바로 인상해 왔고, 2002년 이후 5회에 걸쳐 진로가 가격을 인상할 때 다른업체들이 인상을 하지 않은 적은 전혀 없었다"고 덧붙였다.
앞서 공정위는 9개 소주업체가 2007년 6월부터 2009년 1월까지 2차례에 걸쳐 출고 가격을 인상했다며 시정명령과 과징금을 부과했다.
서울고법은 "가격 담합은 위법하지만 국세청이 소주 제조사에 '사전승인적 가격통제'를 하는 이상 그 담합은 느슨한 담합"이라며 일부 처분과 과징금을 취소했다.
국세청이 1위 업체인 진로의 소주 출고 가격을 통제하고 다른 업체들이 이에 상응하는 정도로만 가격을 맞추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대법원은 한 발짝 더 나아가 담합 자체가 인정된다고 볼 것인지, 아니면 기존 관행대로 업체들이 '요령껏 대응'한 것인지를 면밀히 더 살피라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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