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 현대의료기기 사용은 권리 아닌 의무 / 한방 건강보험 적용 확대, 환자 부담 덜어줘야 / 회원 소통 하나된 목소리 내야 한의학계 발전
현재 한의학은 개별 한의원 중심으로 발전하면서 의술을 검증할 만한 충분한 임상연구 성과가 부족하다보니 위기에 직면한 상황이다. 여기에 전통의학에 대한 편견, 의학계의 불신과 공격, 심지어 한의사들에게는 의사들에게 허용된 의료기기 사용을 막는 현재의 의료법 체계 등도 한의학의 위기에 한 몫을 했다.
그러나 최근 한의학계 내에서도 자성의 목소리가 높아져 전통의 방식을 넘어서 특화된 치료 의학을 구현하는 한의사들이 늘고 있다.
이에 본보에서는 이달 3일 제24대 전라북도한의사회장으로 취임한 김성배 회장(51·갑자한의원)을 만나 직면한 한의학의 문제와 나아가야할 방향 등에 대해 들어봤다.
-전북한의사회장으로 취임하신 걸 축하드립니다. 소감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지난 몇 년 동안 한의사협회는 변화의 소용돌이에 있었고, 그 과정에서 많은 소통에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우리 한의사 회원들이 소통하고 하나의 목소리를 낼 때 우리가 원하는 여러 가지 우리의 권리를 쟁취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한의사들의 이익은 물론 안심하고 진료에 임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요즘 한의계가 어렵다는 얘기가 많은데요. 어떤 면이 어렵나요.
“현재 한의학이 어려운 이유는 한의학 자체의 문제라기보다는 보건의료 정책에서 한의학이 소외받고 있기 때문입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현대의료기기 사용 문제와 한방 건강보험의 소외 등입니다.”
-현재 한의학과 관련해 논란이 되는 것 중 하나가 방금 말씀하신 한의사의 현대의료기기 사용인데요.
“한의사의 현대의료기기 사용은 권리가 아닌 의료인으로서의 당연한 의무입니다. 현대의료기기는 양의사의 산물이 아닌 현대 과학을 통해 개발된 것입니다. 그리고 그 안에는 서양의학 원리가 들어간 것도 아니고 한의학 원리가 들어있는 것도 아닙니다. 의료기기의 사용과 관련된 대표적인 법률이 의료법과 의료기기법이 있는데, 그러한 법률 어디에도 한의사가 현대의료기기를 사용하지 말라는 조항은 없습니다. 의사와 한의사가 발전된 의료기기를 쓰는 이유는 단순합니다. 오직 환자의 질환상태를 정확히 살피고, 질병을 치료하자는데 있습니다. 또한 환자의 알권리가 중요시되는 현 시대에서 의료인들은 환자의 질환상태를 정확히 알려주고, 치료경과 등의 설명을 위해서는 현대 의료기기가 반드시 필요한 것입니다. 다행히 최근 안압측정기 등의 검사기기에 대한 헌법재판소에서 그러한 취지의 판결이 나온 바 있어, 그에 따른 법률적 판단이 국민건강증진을 위한 한의학 발전에 큰 힘이 될 것으로 생각됩니다.”
-보건의료 정책에서 한의학이 소외되어 있다는 말씀을 하시면서 한방건강보험에 대해서도 언급을 하셨는데요. 어떠한 문제입니까?
“통계청 조사결과, 한방 의료기관에 대한 만족도는 다른 종별 의료기관보다 계속적으로 높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그런데 한방 의료에 대한 건강보험은 전체 재정의 약 4%미만의 낮은 점유율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는 ‘한방 의료는 좋은데, 비싸서 한의원에 못 간다’는 것입니다. 한의원에서 침, 뜸을 제외한 추나요법 및 한방물리요법, 약침 등의 효과 있는 필수적인 시술은 대부분 비급여로 국민에게 부담이 전가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또한 건강보험공단 자료에 따르면 2009년 한방 의료기관의 건강보험보장율이 62.6%였는데, 이마저도 2011년에는 49.7%로 떨어졌습니다. 국민들이 살기는 계속 어려워지고 있는데, 만족도가 높은 의료마저 비싸서 이용을 못한다는 현실이 가슴 아픕니다.”
-이러한 문제점들이 해결되기 위해서 건강보험정책의 어떠한 부분에 대한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한방 의료가 정책에서 소외되고 있는 것은 많습니다. 우선 만성질환자 관리를 위해 추진하고 있는 고혈압, 당뇨 등의 만성질환관리제도에 한방 의료기관이 빠져 있습니다. 고혈압, 당뇨 등의 만성질환을 1차 의료기관에서 관리하게 되면 본인부담금의 일부를 경감해 주는 제도인데요. 98.5%가 1차 의료기관으로 구성돼 있는 한방 의료기관이 빠져 있으니 한의원에서 치료를 받는 환자들은 오히려 역차별을 받고 있는 것입니다. 4대 중증 질환(암, 심장, 뇌혈관, 희귀난치성질환)의 한방건강보험을 적용해야 합니다. 한약 및 약침술 등으로 이러한 중증질환의 치료에 상당한 효과를 볼 수 있는데요. 마찬가지로 한방 의료에서도 건강보험을 적용시켜 저소득층 환자들의 의료비 부담을 완화해야 할 것입니다. 또 한약에 대한 개선도 중요할 듯 싶습니다. 아직도 한의원에서는 탕약만을 처방하는 줄 아시는 분들이 종종 계시는데요. 한의원에서는 복용이 편리하고, 효능이 우수한 복합제제 등의 제형이 변화된 한약을 다양하게 처방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복합제제의 보험급여확대가 되지 않는 문제로 효과 높은 한약의 편리한 복용 문제 및 환자 부담 경감이 이뤄지지 않고 있으며, 이는 결국 건강보험 재정의 악화 및 환자부담으로 이어지고 있는 형국입니다.”
-최근 한의약법이 발의되면서 양의계가 이에 대해 항의하며 문제가 되기도 했는데요. 이에 대해 설명해 주시지요.
“한의약법은 당연히 필요한 법안입니다. 한의약과 관련된 부분은 지금 의료법과 약사법에 애매하게 끼어있는 형국입니다. 그 마저도 수 십 년 동안 제도권에서 핍박받으며 누더기처럼 변해버렸습니다. 이러한 부분을 해결하고 한의약을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반드시 한의약법이 필요합니다. 한의약법을 통해 한의약과 관련된 개념들을 정립하고 국민들께 보다 전문적인 의료서비스, 나아가 국가 경쟁력 제고를 위한 미래 신 성장 동력으로서의 한의학을 만들어갈 수 있습니다. 이건 단순히 한의사를 위한 법이 아닌 국민과 대한민국을 위한 법안이고 반드시 필요한 일입니다. 단순히 하나의 직능단체가 반대한다고 해 문제가 될 사안이 아닌, 국민과 국가를 위해 보다 대승적인 차원에서 접근해야 할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양의사들도 이러한 부분을 좀 널리 이해해 국민, 그리고 환자의 이익에 서서 생각했으면 합니다.”
-마지막으로 어떤 현안에 중점을 두고 전북한의사회를 이끌 계획이신지요.
“이미 말씀드렸다시피 한의학은 우수한 치료효과를 가지고 있고, 이에 따라 한계에 봉착한 서양의학의 뒤를 이을 이른바 대체의학입니다. 지금도 세계의 전통의학시장은 급속도로 팽창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세계의 전통의학시장을 한국이 아닌 중국 등이 장악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의 한의학이 훨씬 우수한 인적 인프라와 체계를 갖추고 있습니다. 이러한 한의학을 정부가 지금까지와는 달리 제대로 지원하고 육성한다면 한국은 미래에 새로운 진정한 성장 동력을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앞서 말씀드린 한의사의 자유로운 의료기기 활용과 다양한 한약제제 개발, 한의약법 제정 등은 국민들이 당연히 누려야 할 진료권 선택의 문제이며, 보다 편리하고 경제적 부담 없이 우수한 한의학 치료를 받으실 수 있는, 즉 국민건강, 삶의 질 향상과 직결된 문제이지 결코 한의계의 발전만을 위한 사항이 아닙니다. 앞으로 이러한 부분에서 적극 알리고 나아갈 수 있도록 힘쓰겠습니다.”
● 김성배 회장은 전통의학 '외길 인생'
1990년 원광대 한의학과를 졸업한 김성배 전북한의사회장은 원광대 대학원에서 한의학 석·박사과정을 마쳤다. 이후 원광대 부속 한방병원에서 수련의 과정을 마친 그는 원광대 한의과 대학 외래교수 및 겸임교수, 충북 세명대 외래교수로 활약했다.
진안 출신으로 어릴 때부터 전통의학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전라고를 졸업하고 원광대 한의학과에 입학해 많은 어려움을 극복하면서 자신의 꿈을 펼쳐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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