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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동학 연구 어디까지 왔나 - 자료 현황, 1996년 '사료총서' 발간, 동학혁명 자료 총망라

역사문제연구소 주도 총 30권으로 엮어 / 한문 기록 한글로 번역 홈페이지도 구축 / 새로운 자료 계속 발굴, 총서로 발간해야

▲ 많은 우여곡절을 겪으며 1996년 발간된 <동학농민전쟁사료총서> .

△ 〈동학농민전쟁사료총서〉 연구사에 획기적 진전 디딤돌

 

역사연구의 가장 기본적인 조건은 사료의 확보이다. 사료기록을 가지고 역사적 사건을 재구성하거나 새롭게 역사적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역사적 사건으로서 동학농민혁명도 사료의 확보를 통해 연구의 발전을 가져왔다. 동학농민혁명에 대한 관심은 1994년 동학농민혁명 100주년을 기점으로 크게 증가하였고 이러한 분위기 하에서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동학농민혁명과 관련된 자료들이 새롭게 발굴되었다. 새롭게 알려진 자료들은 동학농민혁명 연구의 질적 성장을 가져왔다. 그런데 무엇보다도 획기적인 일은 이렇게 새롭게 발굴된 자료들을 총망라하여 자료집을 발간한 것이었다.

 

그것이 바로 〈동학농민전쟁사료총서〉(이하 사료총서)이다. 1996년 발간된 이 사료총서는 편자 역사문제연구소·동학농민전쟁백주년기념사업추진위원회, 발행인 이종학, 발행처 사운연구소로 되어 있다. 이 자료집이 발간되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다. 이 자료집의 편찬은 역사문제연구소(당시 소장 이이화)를 중심으로 추진되었는데, 재정적으로 어렵게 됐다. 이 소식을 알게 된 사운연구소 이종학 소장이 비용을 부담하기로 하여 사료총서를 발간 할 수 있었다고 한다. 편집위원으로 표영삼(천도교 상주선도사), 정창렬(한양대 사학과 교수), 신용하(서울대 사회학과 교수), 이이화(역사문제연구소 소장), 조광(고려대 사학과 교수), 신영우(충북대 사학과 교수), 강창일(배재대 교수), 이해준(공주대 사학과 교수), 이종범(조선대 사학과 교수), 우윤(서강대 강사), 박맹수(영산 원불교대 교수), 왕현종(연세대 강사) 등이 참여하였다(당시 직함).

 

총 30권으로 구성된 사료총서에는 동학사 등 동학농민군으로 참여한 사람들이 남긴 기록, 수록, 취어 등 조선 관리들의 공문서, 양호초토등록, 양호우선봉일기 등 토벌군의 공문서, 오하기문, 나암수록, 석남역사, 의산유고 등 유생과 민보군의 기록, 동경대전, 용담유사, 갑오동학란 등 동학 천도교 기록, 일본외무성자료, 일본신문자료 등 일본기록 등이 수록되어 있다. 이 사료총서에는 당시까지 발굴된 거의 모든 동학농민혁명 관련기록들이 총망라되었다.

 

사료총서의 발간은 동학농민혁명 연구의 획기적인 진전을 가져왔다. 여기에 역사발전의 주체로서 민중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면서 동학농민혁명에 대한 연구는 많은 연구자들의 핵심과제가 되었다. 결국 동학농민혁명이라는 주제는 한국사의 주제 중 단일주제로는 가장 많은 연구결과물이 도출되기도 하였다. 이러한 연구결과물이 축척되어, 동학농민혁명은 반봉건 민주화, 반외세 자주화, 역사발전의 주체로서 민중의 등장과 집강소를 통한 자치의 실현, 한국근대사의 방향을 결정하고 동아시아의 세력재편, 한국민족민주운동의 시발점이라는 역사적 평가를 받을 수 있게 되었다. 동학농민혁명이라는 역사적 사건이 한국사에서 위상을 찾을 수 있었던 것은 무엇보다도 사료총서의 발간이라는 기본적 토대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종합지식정보시스템 구축

▲ <동학농민전쟁사료총서> 를 번역해 제공하고 있는 동학농민혁명종합지식정보시스템 홈페이지. 인터넷만 연결되면 누구나 동학농민혁명 관련 자료를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사료총서의 아쉬움은 여기에 수록된 자료가 한문이나 일본어로 된 원문이라는 점이다. 이 때문에 사료총서의 이용은 일부 전문가들만이 할 수 있었다. 초서 등으로 된 일부자료는 전문가들도 보기 어려운 경우가 많았다. 또한 사료총서가 30권이나 되는 방대한 분량으로 이를 구입하는데 많은 비용이 필요하였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한 것이 바로 동학농민혁명참여자명예회복심의위원의 동학농민혁명종합지식정보시스템(www.e-donghak.go .kr)의 구축이다.

 

2004년 ‘동학농민혁명 참여자 등의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이 제정되고 이 법에 따라 동학농민혁명참여자명예회복심의원회가 설치되어 운영되었다. 위원회에서는 많은 예산을 투여하여 동학농민혁명종합지식정보시스템을 구축하였다. 이 시스템은 자료마당, 연구논저, 증언록, 연표, 일지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특히 주목되는 공간은 자료마당이다. 여기에는 동학농민전쟁사료총서 30권에 수록된 자료에 대하여 원문이미지, 원문, 번역, 해제 등을 볼 수 있다. 일부 자료는 번역이 진행중인 것도 있지만 일본어를 제외하고는 거의 모든 자료가 수록되어 있다. 다시 말해 인터넷만 연결되면 국민 누구나 동학농민혁명 관련 자료를 확인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리고 이 사이트는 국사편찬위원회에서 운영하는 역사정보통합시스템에도 연계되어 운영되고 있다. 현재는 동학농민혁명참여자명예회복심의위원회를 승계한 동학농민혁명기념재단이 운영하고 있다. 기념재단은 계속해서 이 시스템에 대한 업데이트 작업을 하고 있으며, 〈동학농민혁명 국역총서〉를 발행하여 국민들이 손쉽게 동학농민혁명 자료에 접근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국역총서는 2013년까지 11권이 발행되었다.

 

그런데 아쉬운 것은 어려운 한문 자료를 이렇게 누구나 쉽게 볼 수 있고 접근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놓았는데, 이를 활용하여 연구를 진전시킨 결과물이 많지 않다는 것이다. 동학농민혁명에 조금만 관심이 있다면 여기에 탑재된 번역된 자료를 활용하여 매우 의미 있는 연구를 진행할 수 있다. 동학농민혁명 120주년을 맞이하여 새로운 연구자들이 많이 나와서 동학농민혁명 연구의 질적 심화가 이루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발굴된 새 자료, 꿰어야 보배

 

1996년 사료총서가 발간된 이후 새롭게 발굴된 동학농민혁명 관련 자료가 매우 많다. 그러나 아직까지 자료집으로 만들어지지 못하고 있다. 새롭게 발굴된 자료는 고흥군교구역사, 남원군동학사, 순교약력, 남원군종리원, 천도교임실교사, 구례군교구사, 천도교 장흥 동학혁명혈사, 동학난중기 등 동학 교단자료, 학초전, 김산 소모사실, 임동호약력 등 지역 수집자료, 창계실기, 동와유고, 겸산집, 둔헌유고 등 유생 문집자료, 미나미고시로 자료, 동학당상황 등 일본군자료, 國民新聞, 讀買新聞, 福岡日日新聞 등 일본신문 자료, 동학농민혁명 유족등록 과정에서 발굴된 자료, 그밖에 전봉준실기, 동학당 폭동, 원려당유사, 순도자명단 등 많은 자료들이 새롭게 발굴되었다. 여기에 일본 공문서관 자료, 일본 방위성자료, 그리고 일본 국회도서관 자료 등이 계속해서 발굴되고 있다.

 

이렇게 새롭게 발굴된 자료들은 〈동학농민혁명 자료총서〉로 발간되는 것이 적절하다고 생각된다. 분량은 대략 20권 정도일 것으로 여겨진다. 이렇게 자료총서에 수록된 자료들은 번역과정을 거쳐 국역총서라는 형태로 발간되고, 이 모든 자료는 동학농민혁명종합지식정보시스템에 탑재되어 국민들이 누구나 볼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난망하다. 무엇보다 정부의 예산지원이 절실하다. 1996년 자료집 발간은 민간인들이 자발적으로 발간하였다. 그런데 특별법이 제정되고 동학농민혁명기념재단이 설립된 상황에서 자료집을 발간하지 못하는 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동학농민혁명의 세계화는 자료집 발간에서부터 시작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자료집을 발간하여 번역을 하고 이를 바탕으로 깊이 있는 연구가 이루어지게 될 것이다.

 

특히 동학농민혁명이 가지고 있는 세계사적 보편성에 대한 연구가 우선적으로 필요하다. 이를 통해 다함께 잘 사는 세상, 화해와 상생 그리고 평등을 꿈꾼 동학농민혁명의 정신을 확인할 수 있는 연구가 이루어진다면 이것이 바로 동학농민혁명을 세계화하는 초석이 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자료집(자료총서) 발간이 시급한 과제이다.

 

이병규 동학농민혁명기념재단 연구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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