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년에 발생했던 조류인플루엔자(AI)는 전북지역이 가장 먼저 시작됐다. 3개월여 동안 오리, 닭 등 약 260만 마리가 살처분 매몰됐다. 참으로 안타깝게도 100여 농가가 많은 경제적 손실을 입었다. 이 번 매몰 작업은 그 동안의 매몰방식과 다르게 대부분 플라스틱(FRP)통에 넣어 땅에 묻는 방식을 취했다. 사체의 침출수 유출을 막아 수질과 토양을 보호하자는 것이다. 이전의 매몰방식은 땅에 구덩이를 파고 두꺼운 비닐을 여러 겹 깔고 매몰하였다. 이 과정에서 일부 비닐의 훼손으로 사채의 침출수가 유출되어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이런 사고를 줄이기 위해 금년에는 플라스틱 통에 넣어 매몰하는 방식을 택했다. 처음 매몰 때는 신속한 처리를 위해 플라스틱 통 가득히 채웠다. 그러나 예상하지 못한 플라스틱 통이 토압(土壓)에 내용물이 넘쳐 나오는 시행착오도 겪었다. 이러한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매몰 시마다 플라스틱 통 전체 용량의 60%~70% 분량만 넣어 최선을 다하여 안전하게 묻었다.
그런데 일부 AI 매몰지에서 사체 담은 플라스틱 통이 찌그러지고 곧게 묻은 것이 옆으로 기우는 현상이 발생했다. 원인은 소량의 강우(降雨)에도 원활하지 못한 배수관계로 토사가 붕괴되어 우수(雨水)의 쏠림현상이라고 한다. 플라스틱 통이 찌그러질 정도면 파손될 우려도 있다. 또한 옆으로 기울다보면 내용물이 유출될 수 있다. 만일 장마철 폭우에 플라스틱 통이 파손되고 기울어져 내용물이 유출된다면 수습하기 아주 힘든 상태에 놓일 것이다. 농림축산식품부의 가축 매몰지 사후관리에 따르면 발굴금지 기간을 3년으로 정하고 있다. 매몰한 후 3년 동안은 주변 환경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으므로 유출하지 않도록 관리를 철저히 한다는 것이다. 혹여나 관리 소홀로 3년도 채 되지 않은 매몰지의 내용물이 유출된다면 주변지역의 수질오염과 토양오염은 말할 것도 없고, 그 사고를 처리하느라 얼마나 많은 인력과 예산이 낭비될까. 최근 급격한 기후변화 영향으로 세계 곳곳에 기상이변이 일어나고 있다. 어떤 지역은 가뭄에, 어떤 지역은 폭우로 재해를 입기도 한다. 우리 지역은 AI 관련 가금류 살처분한 농가가 100여 곳으로 전국에서 가장 많다. 매몰지도 90여 군데로 여기저기 산재해 있다. 우리도 장마철 국지성 폭우를 대비하여 AI 매몰지 순찰을 강화해야 한다. 매물지의 배수상태를 점검하고 원활하게 배수가 되도록 철저히 정비해야 한다. 또한 토사붕괴 우려지역은 빗물이 스며들지 않도록 사전에 차단막(비닐 등)으로 덮는 등 매몰지의 실정에 맞게 적정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AI 매몰지 순찰·감시를 특정한 관계자만의 일이라고 치부하지 말자. 우리 모두 선의의 감시자가 되어 관심 있게 바라보면 이상 징후가 발생할 때마다 눈에 보인다. 보이면 귀찮다 생각 말고 해당 관계자(가까운 지자체)에게 신고하자. 이제는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다’는 속담의 우(愚)를 범하지 않도록 우리 모두의 노력이 필요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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