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대사습놀이 9일까지 / 거리연회 등 관광객 볼거리 / 또랑광대경연1등 임인환씨
주말 연휴 전주 한옥마을 태조로 쉼터에는 장구 소리가 울렸다. “쿵다쿵다 타쿵타쿵.” 궁채와 열채를 잡은 고사리 손이 장태수 강사의 구음과 손짓을 주시하며, 장구의 오른쪽·왼쪽을 번갈아 치고 있었다.
해가 뉘엿뉘엿하자 인근 경기전에서는 명인 명창의 소리와 몸짓이 초여름 저녁을 수놓았고, 반달이 뜬 하늘을 배경으로 한 ‘밤샘콘서트’에는 경계를 허물고 편견을 깨는 국악 무대가 펼쳐졌다.
한옥마을로 가족 여행을 온 성예빈 양(15·경기 김포)은 “낮에는 흥겨운 길거리 공연이, 밤에는 전위적이고 연주법이 특이한 공연을 보며 국악에 대한 새로운 경험을 했다”고 말했다.
한옥마을이 한바탕 소리와 놀고 있다. 전주시와 (주)문화방송·전주MBC, (사)전주대사습놀이보존회가 주최·주관하는 전주대사습놀이가 지난 7일 40주년의 막을 올렸다. 7~8일에는 한옥마을 문화시설과 덕진공원 등에서 각종 기획공연과 전국대회, 학생전국대회의 예선 등이 펼쳐졌다.
특히 지난해 신설된 ‘또랑광대경연’은 나이를 불문한 참가자들의 열정이 돋보인 무대였다. 동네 소리꾼을 발굴하고 판소리 대중화를 위해 만든 무대에는 창작판소리, 다섯바탕, 민요 등이 어울려 지나는 관광객의 발길과 시선을 잡았다.
7일 오후 1시30분 전주여명카메라박물관에서 열린 예선에는 13팀이 참가해 경합을 벌였고 다음날 같은 시각에는 9팀이 본선을 겨뤘다. 본선에서도 23살 대학생부터 백발의 90살까지 열정과 끼를 발산했다.
최연소 참가자인 라지원 씨는 대학 4학년 여자선배가 1학년 남자 후배에게 들이댔다 차인 경험을 춘향가 중 사랑가와 접목해 “니가 무엇을 먹으려느냐. 새콤달콤 과일빙수, 아메리카노. 아니 싫소. 아웃백 가랴 토다이 가랴 라루체 가랴. 무엇을 먹으려느냐”며 가야금 병창과 함께 선보였다.
이어 86살의 부인을 고수로 두고 참가한 최고령 이영두 씨는 갑옷 의상과 창 소품까지 준비하며 열정을 보였다. 그는 적벽가 중 군사설움 장면을 풀어낸 뒤 “나이가 많다고 포기하지 마라”며 관객의 박수를 받았다.
9팀 가운데 1등인 천하제일명창상은 창작판소리 ‘울엄마’를 부른 임인환 씨(익산)에게 돌아갔다. 그는 일상에서 일어난 소소한 경험을 재치있게 풀어냈다. 예선전에서 주어진 시간을 넘기는 열의을 보이다 사회자에게 “뒤에 기다리는 어르신들 공연하기 전에 진을 빼놓는다”며 타박을 받기도 했지만 100만 원 상금의 주인공이 됐다.
2등인 어전광대상은 춘향가를 부른 이광휘(전주), 3등 한량소리상 라지원(전주), 4등 방안퉁소상 적벽가의 새타령을 부른 이병호(전주) 참가자가 받았다.
‘또랑광대경연’의 심사위원을 맡은 오진욱 연출가, 최기우 최명희문학관 기획연구실장, 정민영 국립민속국악원 단원, 방수미 국립민속국악원 단원은 “참가자들의 실력이 기대 이상이었고 창작판소리와 판소리 5바탕, 판소리를 재구성한 작품등이 모두 불려져 진정한 의미의 또랑광대가 모일 수 있는 대회였다”며 “국악전공자와 비 전공자를 떠나 또랑광대의 취지에 부합한 팀을 선별했다”고 전했다.
전주대사습놀이는 8일 오후 경기전 특설무대에서 학생대회 본선, 9일 정오 같은 곳에서 최고의 명창을 뽑는 본대회를 끝으로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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