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진박물관, 태조 유적 특별전 / 도내 상이암 사적기 등 40여점
조선 왕조의 발상지인 전북을 되새기는 전시가 열리고 있다. 도내 곳곳에 흩어진 조선왕조 건국과 관련된 유물이 한 자리에 모였다.
어진박물관은 오는 10월26일까지 경기전 내 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전북지역 태조유적 특별전’를 진행한다.
이번 전시는 태조 이성계의 선조와 조선 건국의 발판을 다졌던 도내 유적을 소개하고 이에 따른 유물을 선보인다. 모두 40여점의 유물을 남원, 임실, 진안, 순창, 전주, 완주, 장수, 부안 등 지역별로 나눠 전시한다. 조선 건국의 설화와 유적지를 뒷받침하는 읍지를 살펴볼 수 있다.
남원의 경우 이성계가 왜구를 물리치며 조정에 두각을 드러낸 황산대첩의 현장이다. KBS드라마‘정도전’에서 완성도 높은 전투장면으로 구현되기도 했다. 현재 황산대첩비와 피바위 등이 남아 있다. 이성계가 귀경길에 전주에 들러 승전 잔치를 열자 이 자리를 박차고 나간 정몽주가 남고산성 만경대에 올라 남긴 우국시의 탁본이 이번 전시에 소개된다.
임실 성수산은 이성계가 하늘의 명을 받았다는 설화가 ‘상이암사적기’로 전해지는 곳이다. 성수산은 9마리의 용이 여의주를 물고내려오는 형세의 명당으로 알려져 있다. 상이암에 태조 글씨로 전해지는 삼청동(三淸洞)비의 탁본도 이번 전시에서 볼 수 있다. 사적기와 함께 상이암에 보존된 창암 이삼만의 ‘칠성각’편액도 같이 전시된다.
조선 건국을 찬양한 ‘용비어천가’(1764년)도 볼 수 있다. 이 책에는 태조가 꿈에 통치자를 상징하는 금척(金尺)을 하사받았다는 몽금척설화가 실려 있다. 진안 마이산은 태조가 꿈에서 금척을 받은 곳으로 지목되고 있다. 마이산의 ‘주필대’는 황산대첩 때 그가 주둔했던 곳이며, 이성계가 기도를 올리고 심었다는 은수사의 청실배나무가 전해지고 있다.
전시 유물 가운데 2차 왕자의 난을 일으킨 회안대군 방간 문중의 단자 2점도 눈길을 끈다. 왕자의 난 이후 조선후기 숙종대에 복권됐다는 문서다. 각각 1711년(숙종 37), 1723년(경종 3) 회안대군 후손들을 왕실족보에 수록하기 위해 작성한 단자로 1m가 넘는 장지다. 태종의 바로 위 형인 회안대군의 묘는 전주시 금상동 법수뫼에 있다.
이번 전시에는 고종 친필의 ‘비례물동(非禮勿動)’편액 탁본도 나온다. 이 편액은 마이산에 있는 사당인 이산묘에 있던 것으로 ‘예가 아니면 행하지 말라’는 뜻이다. 을사늑약 이후 일어난 호남 의병을 독려한 글이다.
이 외에도 고려 말 충신이었던 최양의 산도비 탁본첩도 조선 건국을 반대했던 세력으로 조망한다. 최양의 묘는 완주군 소양면에 있다.
어진박물관 이동희 관장은 “전북은 조선 왕실의 뿌리이자 건국의 꿈이 어린 곳이다”며 “사극 ‘정도전’을 계기로 도내 태조 유적을 모아 지역의 문화유산을 한옥마을 관광객에게 알리고, 지역민이 왕조의 발상지로서의 정체성과 의미를 되짚어 보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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